서방언론이 본 평양 “새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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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 '아시아프레스' 이시마루 지로 북한 팀장 인터뷰

- 짧은 시간, 제한된 공간, 본 것만 써야 하는 환경

- 평양의 화려한 모습은 연출되고 준비된 모습

- 대다수 평양 시민, 지금도 먹고 살기 힘들다

- 휴대전화․자동차․택시 증가는 시장 경제의 활성화

- 특권층 외에 현금 수입 많은 주민 늘어난 것은 사실

'1개당 북한 돈으로 1만 원이나 하는 햄버거',
'평양의 도로 위를 달리는 'BMW'와 '아우디' 등 고급 외제 차',

'비싼 입장료를 내고 물놀이를 즐기는 평양 시민들'

두 명의 검열원이 락원역 입구에 진을 치고 역사 입장을 막고 있다. 옷차림이 허름하거나 큰 짐을 갖고 있는 주민들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의 항의에 검열원은 '행사가 있기 때문에 검문하고 있다'고 말한다. 2011년 6월 평양시 대성구역 락원역.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두 명의 검열원이 락원역 입구에 진을 치고 역사 입장을 막고 있다. 옷차림이 허름하거나 큰 짐을 갖고 있는 주민들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의 항의에 검열원은 '행사가 있기 때문에 검문하고 있다'고 말한다. 2011년 6월 평양시 대성구역 락원역.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최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와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등 서방 언론에 비친 북한 평양의 모습입니다. 평양 중심부에 들어선 높은 건축물과 상점에 진열된 화려한 상품, 누구나 이용하는 휴대전화와 평양 시민의 세련된 옷차림 등은 대다수 사람이 생각하는 폐쇄된 북한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또 비싼 돈을 지불하고 햄버거와 외제 차 등을 누리는 평양 시민의 모습에서 북한 사회 곳곳에 민간경제가 자리 잡았다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집권한 이후 북한의 평양은 화려함과 규모, 경제, 문화 시설 면에서 많은 변화를 보였는데요,

하지만, 최근 서방 언론의 눈에 비친 오늘날 평양의 모습이 진정한 변화를 의미하는 것일까요? 오늘은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대화를 나눠보겠습니다.

- 이시마루 대표님. 안녕하세요.

[Ishimaru Jiro] 네. 안녕하십니까?

- 대표님도 최근 '파이낸셜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이 소개한 평양의 화려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셨을 텐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Ishimaru Jiro] 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일본의 매체들도 오래전부터 평양을 방문해 왔습니다. 20년 전부터 자주 갔는데, 그때 당시의 평양 방문기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느꼈습니다. 그 이유는 짧은 시간에 목격한 평양의 모습을, 기자들이 제한된 환경에서 볼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데, 그것으로 기사를 써야 하니까 비슷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본 것 마다 느낀 인상을 기사화했을 뿐이지 새로운 변화나 발견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 일반 근로자 월급의 5배가 넘는 비싼 햄버거, 미국의 일반 국민도 사기 어려운 고급 외제 승용차, 평양 시민의 화려한 복장 등의 변화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정말 민간 경제가 평양시 곳곳에 확산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Ishimaru Jiro] 두 가지로 나눠서 봐야 한다고 봅니다. 하나는 외국 사람이 단체로 평양을 방문하는 것은 평양 당국이나 주민의 입장에서 큰 행사입니다. 큰 행사 때는 당연히 준비를 많이 할 테고, 외국 사람들은 준비되고 연출된 무대만 보게 됩니다. 다시 말해 화려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거죠. 서방의 매체들이 보도한 화려한 모습은 준비되고 연출된 것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수영장의 오락시설, 고층 아파트들, 류경 호텔 등은 겉으로는 멋있어 보이지 않습니까? 또 북한 당국이 외국인들을 햄버거집, 피자집, 이태리 식당 등에 자주 안내합니다. 일본에서도 관광을 목적으로 평양을 방문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요, 이들을 안내하는 장소도 거의 똑같습니다. '서양 음식을 맛보고 괜찮다'. '고층 아파트 보고 멋있다', '수영장, 현대 시설 등을 보고 현대화됐다'라는 인상을 받고 돌아옵니다. 이런 시설들은 기본적으로 세계의 흐름과 상식을 따라가고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연출이라고 봅니다.
반면 또 하나는 지난 15년 동안 북한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평양뿐 아니라 지방 도시에서도 이전보다 주민의 옷차림이 많이 좋아졌고, 현금 수입이 있는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구매하거나 개인 소비생활이 향상된 사람이 많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북한에서 시장경제의 확대에 따른 변화, 경제 활성화도 적지 않다고 봅니다.
'휴대폰 사용자가 많았다'. '차 대수가 이전보다 많아졌다', '특히 택시가 많아졌다'라는 부분은 확실히 시장 경제의 활성화 때문에 생긴 변화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시장 경제가 활성화됐기 때문에 사람과 물건의 이동이 많아지고 교통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돈을 벌 수 있으니까 권력기관의 산하에 회사를 만들고 돈벌이를 하는 시스템이죠. 이것은 확실히 시장 경제 활성화의 영향이라고 보고요, 휴대전화 사용자가 많아진 것도 국가가 인민의 편의를 위해 공급한 것이 아니거든요. 개인이 돈을 지급하고 구매합니다. 이것은 장사를 위해 필요하고 한 번 사용하면 편리하니까 장사하는 사람의 필수품이 된 거죠. 이것도 북한의 시장 경제의 발전에 따라 생긴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렇다면 평양에서 이런 시설과 문화 등을 누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파이낸셜타임스' 기사에는 트럭 운전사가 1만 원짜리 햄버거를 사 먹고, 2만 원을 내고 물놀이장에 들어간다고 소개하는데, '워싱턴포스트'는 평양 내 엘리트 계층만을 위한 오락시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또 이들은 어떻게 돈을 버는지도 궁금한 점인데요.

옷차림이 허름하다는 이유로 락원역 출입을 거부당하는 노인. 2011년 6월 평양시 대성구역 락원역.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옷차림이 허름하다는 이유로 락원역 출입을 거부당하는 노인. 2011년 6월 평양시 대성구역 락원역.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Ishimaru Jiro] 저는 외국 언론의 기자들이 평양을 방문할 때 평양 출신 탈북자의 강의를 받을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사전 지식 없이 북한에 가면 잘 이해가 안 갑니다. 기본적으로 북한에서는 북한 돈으로만 먹고사는 사람이 1%도 없을 겁니다. 다 외화를 사용하고, 소비합니다.
'아시아프레스'에 평양 출신 탈북자가 있습니다. 교원 출신인데 2009년에 탈북했습니다. 그때 당시 월급이 북한 돈으로 2천 원이었어요. 그리고 이 탈북자가 근무하던 대학교의 학장 월급이 북한 돈으로 7천 원이었습니다. 물론 평양에는 배급이 나오지만, 이 돈으로는 살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대학교 교원의 경우 과외를 하거나 학부모에게 뇌물을 받는 것이 주 수입이 됩니다. 기본적으로 평양 시민도 당국에서 규정하는 월급으로 먹고사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소개된 트럭 운전사는 북한에서도 괜찮은 직업입니다. 수입이 높아요. 그런데 이것도 당국에서 규정하는 월급이 몇천 원 수준입니다. 그런데 왜 수입이 높으냐? 하면 정상 근무 외에 별도로 짐을 싣거나 사람을 태워 비합법적으로 수입을 얻기 때문이죠. 국가가 규정한 수입으로는 먹고 살 수 없으니까 평양 시민 대부분은 시장 활동을 통해 돈을 벌거나 암거래를 통해 수입을 얻는 것이 많다고 봐야 합니다.
다시 말해 평양에는 당연히 특권층이 잘 살지만, 특권층 외에 외화나 현금 수입이 많은 직종이 생겼습니다. 그 점을 이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

- 그렇다면 언론에 소개된 것처럼 물놀이장에서 즐기는 많은 사람은 충분히 입장료를 지급할만한 능력이 있고, 그만큼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 있다고 이해해도 되나요?

[Ishimaru Jiro] 그것도 두 가지로 나눠서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나는 외국 사람들이 대규모로 평양을 방문하는 행사 때 반드시 이같은 물놀이장을 찾기 때문에 사전 동원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반면 비싼 입장료를 낼 수 있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평양 출신의 탈북자나 평양에 사는 취재협조자의 말을 들어보면 "네 식구가 먹고 살려면 최소 미화로 30달러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30%가 그런 생활을 하고요, 상위 10%~20%는 한 달에 200달러의 수입은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현금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장사를 하거나 현금 수입이 유리한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입니다.
제가 추측하기는 한 달 수입이 200~300달러씩 되는 사람들은 물놀이장에서 놀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보는데요, 물론 대부분 평양 시민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런 계층이 많아졌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3일, '워싱턴포스트'는 평양에 대해 늘 그렇듯이 '보여주기식 도시'라고 설명하면서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속은 썩어 있는 마을(Potemkin Village)로 비유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눈에도 평양의 외곽과 시골의 상황은 여전히 열악하며 기아 현상도 널리 확산해 있는 데다 문수 물놀이장 안에 있는 수영복 상점, 승마구락부도 대부분 전시용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요,

최근 사진과 언론보도를 통해 엿본 북한 평양의 화려하고 발전된 모습, 하지만 그 이면에 소개되지 않은 감춰진 평양 주민의 삶과 의미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살펴보는 오늘날 북한 평양의 모습, 다음 시간에 계속 전해드리겠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