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북,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방북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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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에 본부를 둔 민간단체가 최근 북한 어린이와 주민을 지원하기 위해 수 톤 분량의 영양쌀을 보냈습니다. 6가지 영양소가 함유된 영양쌀은 이달 말 북한 남포항에 도착해 북한 어린이를 중심으로 지원될 예정인데요, 민간단체의 관계자는 북한 어린이들이 이 영양쌀을 먹으면 기력과 혈색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유엔의 세계식량계획은 지난달 중순 북한을 방문해 촬영한 북한의 식량난을 최근 공개했는데요, 뼈만 앙상하게 남아 굶주림에 지친 어린이들이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은 특히 5살 이하의 북한 어린이 1/3이 심각한 영양실조에 걸린 것으로 파악했는데요, 북한 어린이를 위해 영양쌀을 지원하는 민간단체의 대표는 이번에 북한에 전달하는 식량이 다른 곳에 전용되지 않고 꼭 어린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북한 외무성의 김계관 제1부상이 지난 7월 미국을 방문하면서 미국과 북한 간 고위급 대화의 물꼬가 트인 가운데 최근 북한이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외교정책에 영향력을 끼치는 키신저 전 장관을 통해 미북 관계의 개선과 경제적 혜택을 얻기 위한 구애공세의 하나라고 미국의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 독재와 빈곤, 질병과 죽음이 연상되는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 중에서 정치와 경제, 사회적으로 크게 변하고 있는 17개의 국가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민주정치과 경제개혁, 서방 국가와 관계 개선, 새로운 기술의 전파 등을 통해 삶의 질이 개선되고 있는 이들 국가는 북한의 롤 모델, 즉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 입니다.

=북, 2008년 이어 두번째 요청

미국 외교정책에 영향력 있는 인물로 알려진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 전 국무장관. 그는 1971년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한 ‘키신저 외교’로 중국과 외교의 길을 열었고 국무장관에 취임한 이후 ‘중동평화조정’, ‘북베트남과 평화협정 체결’ 등으로 노벨 평화상까지 받은 외교 전문가인데요, 최근 북한이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초청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지난달 초 북측 국방위원회 소속 관리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초청했고 모든 준비를 마쳤다”면서 “단지 시점을 조율하고 있는 상태”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는데요,

이와 관련해 미국 의회의 한 소식통도 “최근 북한이 미국의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에게 북한을 방문해 달라고 다시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1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이 의회소식통은 “북측이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방북의사를 타진했지만 키신저 전 국무장관 측이 이를 거절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는데요,

북한은 2008년에도 미국을 방문한 리 근 미국 국장을 통해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방문을 요청했지만 당시 키신저 전 장관은 대통령 특사의 자격과 북한이 핵무기를 해체하겠다는 입장 정리 등 조건이 충족돼야 북한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비슷한 시기인 지난달 12일, 한국의 대북매체인 ‘열린북한방송’도 ‘북한이 미국 손님을 맞기 위한 준비로 매우 바쁘다’며 ‘호텔마다 미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과 술을 준비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보도했는데요, 한편, 키신저 전 국무장관 측은 북한의 방북 요청에 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습니다.

북한 외무성의 김계관 제1부상이 지난 7월 말 미국을 방문하면서 미국과 북한 간 대화의 물꼬가 트인 것과 맞물려 북한이 2008년에 이어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방문을 요청한 것은 그렇게 놀랄만한 일이 아니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우선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여러 해 동안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전미외교정책협회의(NCAFP)'를 통해 북한 관리와 많은 대화를 나눴고, 북측도 그의 명성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잘 알기 때문이라고 1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이유를 설명했는데요, 북한이 지난해 한국에 대한 도발 이후 구애공세(Charm offensive)를 통한 전략적 변화를 시도하는 가운데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초청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는 지적입니다.

미국 '외교정책포커스(FPIF)'의 존 페퍼 편집장도 북한이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초청했다면 몇 가지 기대하는 바가 있을 것으로 관측했는데요,

[John Feffer] 우선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미국의 외교 정책에 영향력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북한은 그런 위치의 키신저 전 장관과 대화하고 싶었을 겁니다. 특히 키신저 전 장관이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미국이 중국처럼 북한에도 문을 열도록 키신저 전 장관이 이를 설득해주길 기대했을 수 있습니다. 또 중국처럼 서방 세계와 북한의 경제적 관계, 사업 등을 연결해주길 바랐을 겁니다. 북한으로서는 매력적인 인물이죠.

하지만, 키신저 전 장관은 이번에도 북한의 초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키신저 전 장관은 2009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도 이것이 북한의 정치선전에 이용될 수 있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또 키신저 전 장관은 지난해에도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을 억지하지 못해 전 세계로 핵무기가 확산한다면 참담할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6자회담을 통한 ‘제재와 대화’라는 북핵 해법을 지지하지만 북핵이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미국과 북한의 양자회담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키신저 전 장관의 방북 가능성에 큰 무게를 두지 않으면서 혹 훗날 방북이 이뤄진다 해도 미국의 대북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편, 최근 미국 행정부의 관리와 의회 관계자 등을 두루 만난 한반도 전문가는 미국 행정부 내에 북한에 대한 온건파는 거의 사라졌으며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도 많이 떨어졌고 따라서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지 않게 됐다고 지금의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특히 미국 국무부는 올해 초부터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서 조만간 북한과 회담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회담을 핵 문제의 해결이 아닌 관리․통제하는 방법으로 여기고 있다고 이 전문가는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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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국가별 발전현황

=아프리카 17개 나라, 북한의 ‘롤 모델(Role Model)’

독재와 내전, 빈곤과 굶주림, 그리고 질병과 죽음이 연상되는 아프리카 대륙. 지금도 아프리카의 대부분 국가는 정치적, 사회적 불안정으로 내부적인 갈등과 경제적 부진을 겪으면서 국민은 좀처럼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국가의 정치, 사회는 물론 경제적인 여건은 지금의 북한과 비슷한 점이 많은데요,

그런 가운데 미국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USAID)의 스티븐 래들릿(Steven Radelet) 수석 경제학자는 12일 아프리카에서 변화하고 있는 17개의 국가를 소개하면서 북한이 보고 배워야 할 롤 모델, 즉 본받을 만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래들릿 수석 경제학자는 이날 조지워싱턴대학에서 한 강연을 통해 독재정치와 사회의 불안정, 부정부패와 경제적 빈곤이 가득한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 1995년 이후 17개의 나라가 주목할 만한 발전을 이뤘다고 강조했습니다. 17개 국가는 가나를 비롯해 탄자니아와 우간다, 잠비아, 모잠비크, 그리고 에티오피아와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입니다. 이밖에도 보츠와나, 부르키나파소, 세이셸공화국, 카보베르데, 레소토 등 생소한 이름의 나라도 포함돼 있습니다.

1996년부터 2008년까지 아프리카의 17개 국가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 큰 변화를 보였는데요, 래들릿 수석 경제학자가 국제기구의 자료를 인용해 전한 내용에 따르면 우선 이들 국가의 국민총생산 증가율은 평균 3%가 넘습니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와 확연한 차이입니다. 또 지난 15년 사이에 17개 국가의 개인 소득은 무려 50% 이상 올랐습니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의 투자 유치와 무역 규모는 물론 농작물을 비롯한 생산성도 17개의 나라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와 큰 격차를 보였고, 반면 유아 사망률과 빈곤율 등도 현저히 낮았습니다.

다시 말해 17개 국가는 1996년부터 독재정치와 경기침체, 분쟁에서 벗어나 민주주의의 정착과 공공정책의 발전 그리고 이것이 경제성장과 빈곤의 감소로 이어지는 등 정치와 경제, 사회적인 면에서 큰 발전을 이루고 있다는 설명인데요, 래들릿 수석 경제학자는 이유를 5개의 근본적인 변화로 정리했습니다.

첫째로 민주적이고 책임 있는 정부가 늘어났고, 둘째는 실용적이면서도 합리적인 경제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한 것으로, 민주정치와 경제개혁이라는 두 가지 중요 요소가 서로 연계해 발전하는 것을 17개 국가에서 볼 수 있다는 건데요, 특히 같은 기간 세계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효율성이나 부패 관리, 정치적 안정성, 법과 규범의 지배 등을 나타내는 지표에서 17개 국가는 점점 개선됐지만, 나머지 국가는 더 나빠졌습니다. 또 이같이 두 요소의 발전은 결국 경제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밖에도 새로운 기술의 전파와 지원 국가와 관계 개선 등도 거론됐는데요,

[Steven Radelet] 다음으로는 부채위기에서 탈피하고 그리고 지원 국가와 관계를 개선한 건데요, 특히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의 도움으로 각종 경제정책을 도입하고 국제사회와 관계를 맺었습니다. 네 번째로는 새로운 기술의 전파를 들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휴대전화와 인터넷의 확산은 큰 경제적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새로운 정책제안자와 활동가, 기업 인재들의 출현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아프리카 국가의 정치, 경제적 변화와 기회의 제공에는 휴대전화와 인터넷의 접속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래들렛 경제학자는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2007년 17개 국가의 휴대전화 사용자는 2000년보다 7배 이상 늘어났고, 인터넷 접속자도 다른 국가보다 8배 이상 월등히 높았는데요, 최근 북한 내 휴대전화 사용자의 증가도 관심을 둘 수 있는 부분입니다.

래들릿 수석경제학자는 이날 강연에 앞서 한국과 북한의 경제력 차이를 잠시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변화하고 발전하는 17개의 아프리카 국가들이 북한의 경제적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Steven Radelet] 17개 국가는 다른 나라의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언젠가 북한이 전환기를 겪고 투명한 정부가 들어선다면 그들은 경제적 모델, 즉 대상을 찾을 겁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가난하고, 열악한 정치제도를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정치, 경제적으로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것은 북한에 영향력 있는 예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래들릿 경제학자는 인도네시아가 자국의 정치, 경제적 발전을 위해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 등의 성공 요인을 자신에게 계속 물었다면서 17개의 아프리카 국가와 발전이 전혀 없고 불안정한 다른 나라가 어떤 점이 다른지를 확실히 파악한다면 비슷한 환경과 조건을 가진 북한도 충분히 변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