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지방의 추석 풍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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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가위 추석 명절 잘 보내셨습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한가위 추석 명절이었습니다.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을 연결해 북·중 국경지방의 추석 분위기는 어땠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북한에서 상을 받을 때 상장이나 상패와 달리 상품은 도로 되돌려주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아니면 고아원이나 유치원 등에 기증하기도 하는데요, 이는 자발적이 아닌 보이지 않는 압력 때문이라고 하네요. 또 자녀가 학교에서 상을 받으면 크게 인사치레를 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상을 받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하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중국에서 북한으로 추석 용품 들어가
- 주로 고기와 과일 등 식품류, '상감' 식품세트가 인기
- 트럭 운전사들의 짭짤한 추석 장사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었습니다. 명절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올해 추석은 좀 풍성하게 보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에서도 고향을 찾는 인파가 끊임없이 이어졌고요, 오는 22일까지 전국의 이동인구는 3천500만 명, 하루 평균 585만 명이 이동이 각각 예상됐는데요, 5일간 이어지는 연휴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많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북·중 국경지방, 그리고 중국의 추석 명절은 어떤지 궁금한데요,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이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안녕하세요.

[김준호 특파원] 네, 안녕하세요. 중국입니다.

- 김준호 특파원,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입니다. 추석을 맞은 북·중 국경지방의 표정은 어떤지요?

[김준호 특파원] 네, 추석을 앞두고 지난 며칠 동안 중국에서 북한으로 추석 용품들이 많이 나가는 광경을 볼 수 있었는데요, 주로 과일이나 맥주, 쇠고기, 돼지고기 같은 식품류들입니다. 이중에서 제사상에 놓을 과일이나 술, 명태 등을 한 묶음으로 모아놓은, 이른바 '상(床)감'이라 부르는 식품세트가 많이 나가는데요, 내용물의 양과 품질에 따라 70위안부터 150위안 정도 하는 '상감'을 북한의 트럭 운전사들이 구매해서 들여갑니다.
요즘에는 북한 손님을 상대로 장사하는 상인들이 이런 식품들을 세트화해서 판매하고 있는데요, 아이디어 상품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조상의 산소에 가져갈 식품 세트인데, 트럭 운전사들이 이런 상품을 북한에 들여가면 약 30% 이상의 이윤을 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판매한다고 합니다. 트럭 운전사들이 짭짤한 추석 장사를 한다는 것이지요.
참고로 북한에서는 추석에 직접 산소에 가서 제사를 지내지 않습니까? 이때 주변의 군인들이 찾아와 같이 절은 한다고 합니다. 제사 음식이라도 좀 얻어먹으려는 건데요, 북한 주민도 자식 같은 마음에 가져간 제사 음식을 조금씩 나눠준다고 합니다.

- 북·중 국경지방도 추석 분위기는 좀 느낄 수 있군요. 중국도 추석을 쇠지요? 중국의 추석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김준호 특파원] 네, 중국에서는 추석을 중추절이라고 하는데요, 실제로 북한이나 남한처럼 아주 큰 명절은 아닙니다. 중국 국무원에서도 단 하루만 휴무일로 지정하고 있는데요, 이날은 중국의 전통 중추절 음식인 '월병(月餠)'을 선물로 주고받습니다. 또 조상의 산소도 중추절이 아닌 7월 보름날에 찾고 있습니다.

올해 추석이 19일, 즉 목요일이었는데요, 대부분 관공서나 일반 회사에서는 지난주 일요일에 대체 근무를 하고, 추석 다음 날인 금요일을 쉽니다. 그래서 추석날인 19일부터 이번 주 일요일인 22일까지 4일간을 쉬는데요, 이 기간에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북한에서 받는 상품, 대부분 반납·기부>

- 당국·기업소 등에서 받은 상품은 대부분 돌려주거나 기증
- 자발적이 아닌 보이지 않는 압력 탓
- 자녀가 학교에서 상 받으면 돈봉투 등 인사치레 부담
- 북 주민 "오히려 상 받는 것이 부담스럽다"
- '벤츠'나 '아파트' 등 고가 상품은 예외


-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오늘은 좀 독특한 소재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하는데요, 살다 보면 여러 가지 기분 좋은 일 중 하나가 바로 상(賞)을 받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미국이나 한국에서도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상을 받거나 회사나 국가를 위해 공을 세웠을 때도 큰 표창이나 훈장 등을 받기도 하죠. 상을 받는다는 것이 아주 기쁜 일인데, 북한 당국이나 기업소, 학교 등에서 주는 상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면서요?

[김준호 특파원] 그렇습니다. 우선 북한에서 주는 모든 상에는 상장이나 상패와 함께 상품이 있기 마련인데요, 상의 성격이나 상을 받는 대상에 따라 적절한 상품을 주거나 때로는 상금을 건네기도 합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다른 나라와 달리 상을 받더라도 상품까지 가져가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합니다.

- 상장이나 상패는 주지만 상품을 주지 않는다고요?

[김준호 특파원] 네. 복수의 북한 주민의 말을 들어보면 상을 수여할 때 상품을 주긴 하는데, 상을 받는 사람은 일단 이것을 받았다가 곧 되돌려준다고 합니다. '상을 받았다는 영광만 있으면 됐지, 나라 살림도 어려운데 상품까지 받는 것이 염치없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요, 때로는 상품에 따라 고아원이나 유치원 등에 기증한다고 합니다.

- 어찌 보면 상을 받는 사람들이 참 겸손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자진해서 상품을 반납하거나 기부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기도 한데요, 무엇이 특별한가요?

[김준호 특파원] 일단 보기에는 그렇지만, 문제는 상을 받는 거의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겁니다. 좀 더 부연 설명을 드리면 수상자가 상품을 되돌려 주는 것은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압력을 받았기 때문인데요, 북한 주민에 따르면 만약 "나는 돌려주지 않고 모두 내가 갖겠다"고 한다면 결국 자신의 개인 욕심만 채우는 배은망덕한 사람으로 낙인찍히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상품을 되돌려주고 이에 대한 칭찬을 받는 것에만 만족할 수밖에 없다는 건데요, 한 예로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북한에서 전국 씨름대회가 열린 것으로 알려졌거든요. 북한 매체에 따르면 무차별급 우승자에게는 1톤급 황소가 부상으로 수여됐다고 하는데, 중국에 나온 북한 주민은 아마 우승자가 황소를 농장이나 기관에 기부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게다가 상을 받은 사람은 기념으로 동네 사람들이나 소속단위의 주변 사람들에게 단단히 한턱을 내야 하기 때문에 상 받는 것을 매우 부담스러워한다고 합니다.

- 네, 어른들의 경우는 그렇다 해도, 학교에서 학생들이 받는 상도 있잖아요. 이런 경우는 좀 다른가요?

[김준호 특파원] 네. 학생들이 받는 상은 좀 다른 이야기인데요, 학생들에게 큰 상품을 주는 경우는 드물지요. 하지만 북한에서 학생들이 상을 받으면, 학생의 부모가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합니다. 자기 자식에게 상을 준 학교 선생님들에게 단단히 인사치레를 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그 방법도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학교 선생님들에게 한턱을 낸다든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에서는 담임선생님과 교장 선생님에게 넌지시 돈 봉투를 건네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집은 자식이 상을 받는 것이 단순히 기쁜 일만은 아니라고 역시 복수의 북한 주민은 입을 모읍니다.
게다가 이런 관행 때문에 수상자를 선정할 때도 공정하지 않은 일이 발생한다고 하는데요, 잘사는 집 학생이 상을 받으면 선생님들에게 건네는 인사치레가 풍족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집 학생들은 수상자 대상에서 아예 제외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상을 통해 학생과 부모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받자'는 의도도 다분히 섞여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 그렇다면 북한 매체들에서 소개하는 외제 승용차인 '벤츠'나 아파트와 같은 큰 규모의 상은 어떻습니까? 이런 것도 반납하거나 기부하나요?

[김준호 특파원] 네, 그런 경우는 대게 최고 통치자가 하사품으로 주는 경우이기 때문에 상품을 반납하거나 다른 곳에 기부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 받은 상품을 그렇게 처리했다가는 최고 통치자에 대한 불경죄를 면치 못할 것이란 이야기도 있습니다.

- 네. 상은 주고받는 사람 모두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북한에서는 주는 사람만 기분이 좋지 받는 사람은 불편한 것 같습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고맙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네. 감사합니다.

다음은 라디오 세상이 전하는 <1분 현장>입니다.

한국에서는 추석 명절을 맞아 고향 집을 찾는 행렬로 곳곳의 고속도로가 막히고, 버스 터미널이나 공항, 기차역도 아주 붐볐다고 합니다. 그래도 부모님을 만나러 고향 집에 가는 발걸음은 얼마나 가벼웠을까요? 5일에서 최대 9일간 추석 연휴를 보내는 한국에서는 저마다 즐거운 명절을 보내기 위해 알찬 계획을 세우는 것 같습니다. 나들이도 가고, 농촌체험도 하고, 해외여행도 하는 등 저마다의 계획이 있는데요, 북한 청취자 여러분은 올해 추석을 계획대로 알차게 보내셨나요?

오늘의 <1분 현장>이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