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국경 주민에 이례적 강연자료 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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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북한 당국이 최근 국경지역 주민만을 대상으로 '정치사업 자료'라는 강연 자료를 만들어 해당 주민에 대한 사상 교양에 활용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총 4장분의 이 강연 자료는 국경지역 주민의 비법월경, 이른바 탈북과 밀수, 밀매 등의 행위를 적대행위로 규정하면서 이를 근절하기 위해 지역 주민이 각성하고 책임감을 높일 것을 주문하고 있는데요,

"결과적으로는 국경지역 주민에 대한 경고죠. 이것을 받아들이는 북한 주민 입장에서는 강한 경고문과 똑같은 것 같습니다."

특히 최근 교양자료의 발간은 그동안의 단속에도 국경지역 주민사이에서 생존을 위한 밀수와 탈북이 증가하고 각종 정보가 유출 또는 유입되는 가운데 국경지역 주민에게 경고와 각성을 촉구하는 차원으로 풀이됩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도 일본의 언론 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 비법월경(탈북), 밀수는 '역적죄'로 규정

- 국경 지역주민에게 '책임감 갖고, 적들의 책동을 경계하라'

- 불순녹화물을 보거나 유포시키는 행위도 지적

- 북 당국, 근절 안 되는 탈북, 밀수 등에 위기의식 느낀 듯

북한 당국이 최근 국경지역 주민만을 대상으로 '정치사업 자료'라는 강연 자료를 만들어 해당 주민에 대한 사상 교양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지난 9월 초, 북한 내부협력자가 보내 온 강연 자료는 이미 지난 5월 조선로동당 출판사에서 출간한 소책자로, '국경연선인민들은 오늘의 하루하루를 후회 없이 값있고 보람 있게 살자'라는 제목으로 시작한다고 소개했습니다.

총 4장분의 이 강연 자료는 국경지역 주민의 비법월경, 이른바 탈북과 밀수, 밀매 등의 행위를 '제도를 허물기 위한 적들의 책동에 의해 빚어진 것 '이라고 평가하면서 지역 주민이 각성하고 책임감을 높여 집권자의 의도를 잘 받들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지금까지 국경지역 주민에게 '밀수를 하지 말라', '불순녹화물을 반입하지 말라', '탈북을 돕지 말라' 등의 경고는 계속 있었고 엄벌도 가해왔는데요, 근절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국경연선 주민만을 대상으로 교양자료가 나왔는데요, 교양자료는 어느 특정 지역에만 한정해서 내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따라서 국경지역 주민에게만 교양자료를 낸 것이 이례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국경지역 주민에 대한 경고죠. 처벌도 하고 교양도 하지만, 계속 때리기만 하면 김정은에 대한 평가가 나빠질 수 있으니까 좀 부드럽게 이야기할 필요도 있어서 이런 식의 교양자료를 발간했다고 보는데요, 이것을 받아들이는 북한 주민 입장에서는 강한 경고문과 똑같은 것 같습니다.

강연 자료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맨 앞부분에 '국경연선 주민 정치사업 자료'라며 강연 대상을 분명히 규정한 이 소책자는 '국경연선 주민 모두가 조국수호전의 제일선을 지켜 섰다는 책임감'을 가질 것을 호소하면서 공화국을 허물려는 적들이 지역 주민의 비법월경과 밀수 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 적들의 이러한 책동의 목적은 '북한 주민을 조국과 인민, 후대들 앞에 대를 두고 씻지 못할 죄를 지은 반역자, 인간쓰레기로 만들어 당의 두리에서 주민들을 떼어내 일심단결을 허물려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데요, 북한 당국의 잘못된 국정운영 탓에 생존을 위한 주민의 비법 활동을 외부세력의 적대행위로 규정하는 겁니다.

또 이 소책자에는 내용의 중요부분마다 해당 내용에 맞는 지역의 실례를 들어 강의할 것을 별도의 표식과 함께 강조했습니다. 특히 중간 부분에서는 오랫동안 사상적 동요 없이 집권자의 의도를 충실히 받들어 온 국경지역 주민을 소개하면서 다른 주민도 이들을 따를 것을 요구했는데요, 그 내용도 4페이지 분량의 절반이나 됩니다.

혜산시 중심지역의 강둑을 따라 철조망이 쳐져 있다. 철조망 안쪽에는 흰색의 나무 울타리가 강과 주민 거주지역을 2중으로 봉쇄하고 있다. 오른쪽 경비초소 앞에 무장한 경비대원이 출입구를 지키고 있고, 철조망 바깥쪽엔 새로운 경비시설이 건설되고 있다. 2014년 5월 13일.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혜산시 중심지역의 강둑을 따라 철조망이 쳐져 있다. 철조망 안쪽에는 흰색의 나무 울타리가 강과 주민 거주지역을 2중으로 봉쇄하고 있다. 오른쪽 경비초소 앞에 무장한 경비대원이 출입구를 지키고 있고, 철조망 바깥쪽엔 새로운 경비시설이 건설되고 있다. 2014년 5월 13일.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북한은 오래전부터 밀수와 탈북 근절을 위한 국경경비를 강화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국경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강연 자료를 만들어 사상 교양을 시행한 것은 그동안 노력만으로 밀수와 탈북 등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 됐는데요,

국경지역 주민사이에서 생존을 위한 밀수와 탈북이 증가하고 각종 정보가 유출 또는 유입되는 가운데 국경지역 주민의 비법행위에 관해 경고와 각성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이번 강연 자료가 나온 것으로 풀이됩니다.

탈북과 밀수, 불순녹화물 등이 체제 유지를 위해 외부세계와의 문을 닫아버린 북한 정권의 근간을 흔들고 있기 때문인데요,

[Ishimaru Jiro] 10년 전에 비하면 많이 줄었습니다. 물론 북한 당국의 통제 때문인데요, 중국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방해전파 때문에 통화가 매우 어려워졌고, 두만강 일대는 통제 강화로 밀수가 많이 줄었습니다. 탈북 루트도 많이 줄었고요. 그럼에도 한국에 가는 탈북자가 매년 1천 명이 넘을 겁니다. 근절하지 못하고 있는 거죠.
또 김정은 정권에서도 국경 연선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몇 번이나 경고하고 처벌했음에도 근절하지 못하는 것을 북한 체제를 흔들 수 있는 위기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근절하지 못하면 중요한 정보가 계속 노출될 수 있고, 탈북 행렬 속에 고위급이 탈북 할 수도 있거든요. 체제 유지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교양문서가 나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밖에도 강연 자료는, 일부 주민이 불순녹화물을 보거나 유포시키는 등 이색적인 생활풍조에 젖어있으며 비법월경이나 밀수를 하다가 적들의 마수에 걸려 조국과 인민 앞에 대를 두고 씻지 못할 역적죄를 짓고 있다고 지적했고요, 마지막 부분에서는 '우리는 당의 사랑과 믿음에 대해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애국의 마음을 갖고 오늘의 하루하루를 애국적인 행동으로 빛내야 한다'며 당과 조국번영을 위한 주민들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시마루 대표는 교양자료와 사상교육 만으로 밀수와 탈북을 근절하기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Ishimaru Jiro] 북한에서 10년 전에도 단속이 강화됐는데, 당시 '많이 엄격해졌다'. '이제 전화하기도 어렵다', '탈북도 없어질 것이다' 라는 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없어지지 않았어요. 그동안 많이 붙잡혔고 이전에는 단련대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교화소 또는 정치범까지 보내도 근절하지 못하지 않습니까?
북한 당국에서도 이것을 근절하지 못하지만 계속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 같고요, '전화통화', '탈북돕기', '밀수' 등의 행위가 단순한 범죄가 아닌 적대행위로 국경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이 이번 작업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시마루 대표에 따르면 중국과 마주한 북한 국경지역의 여러 곳에 거주하는 '아시아프레스' 협조자들은 지금도 통화할 때마다 외국녹화물의 유입과 밀수, 탈북을 막기 위한 검열이 끊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읍니다.

최근 북․중 국경지역 주민의 움직임이 지금의 북한 정권에 어느 정도의 위기감을 주는지는 알 수 없지만, 별도의 강연 자료까지 만들어 국경주민을 교육하는 것을 볼 때 이 문제에 관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불안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