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심한 마을은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합니다.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늙은 부모를 쫓아내거나 아이를 버리거나 하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노동당의 중견간부)
"제가 일하는 병원에 꼬제비의 시신이 잇따라 실려 왔습니다. 올해 들어 하루 평균 4~5구가 들어옵니다. " (의료기관의 간부)
북한 황해도 지방의 식량 사정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직접 현지를 취재한 결과 아사자 수도 만 명 단위가 예상될 만큼 황해도 지방은 기근 상태라고 하는데요,
"취재하기 전에 제가 예측을 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이것은 확실히 기아상태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에서 북한 황해도 지방의 오늘을 살펴봅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3월부터 감지된 곡창지대 황해도의 식량난
- 농촌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죽어나가
- 만 명 단위의 아사자 발생 추측, "기아상황이다"
- 흉작인데도 송두리째 징수한 것인 원인
- 한국 수해지원, 거부할 때가 아닌데...
극히 폐쇄적인 나라 북한, 그중에서도 황해도는 특히 정보가 적은 지역입니다. 중국까지의 거리가 멀고 교통이 불편하기 때문에 합법 또는 월경이나 탈북 등으로 중국에 오는 사람이 극히 드문데다 한국과 군사경계선을 두고 대치하는 최전선 지역으로 외부인의 왕래가 통제된 지구(地區)가 많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도 지금까지 900명에 가까운 북한 주민을 취재해 왔지만 황해도 주민과 만남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합니다.
북한 전체 인구의 20%, 약 400만 명이 사는 것으로 추정되는 황해도는 수도 평양의 남서쪽에 위치하고 넓은 평야가 있는 북한 제일의 곡창 지대인데요, 이곳에 기아의 조짐이 느껴지기 시작한 때는 지난 3월부터였습니다.
'아시아프레스'의 북한 내부 협조자는 당시 "황해북도의 중심도시인 사리원의 역전에 어마어마한 숫자의 부랑자가 모여 있고, 이들은 더는 식량을 구할 수 없어 주변의 마을이나 농촌에서 온 굶주린 사람들"이라고 전했는데요, 어린아이와 노인도 많았고, 눈 뜨고 볼 수 없는 비참한 모습이 마치 90년대 대기근 때의 광경이었다는 겁니다.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황해도 지역 사람들의 생활이 어렵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 사람들이 쓰러지고 있다'는 정보는 올해 들어 3월부터 조금씩 우리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어렵다' 정도는 말할 수 있지만, 자세한 내용을 언급하기 어려웠거든요. 그런데 확실히 곡창지대인 황해도가 대단히 어렵다는 것은 확신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름에 황해도 지역을 집중적으로 취재해보자..,
'아시아프레스'는 북한 내부기자를 통해 계속 현지 조사를 하고 황해도와 중국을 합법 또는 비합법적으로 오가는 사람들과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또 9월 초에는 북․중 국경지대에서 6명의 황해도 주민을 직접 취재할 수 있었습니다.
[Ishimaru Jiro] 취재하기 전에 제가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이것은 확실히 기아상태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아시아프레스'가 직접 만난 황해도 주민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 노동당의 중견간부는 "심한 마을은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한다.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 늙은 부모를 쫓아내거나, 아이를 버리는 일도 드물지 않으며" 지방당 간부를 인용해 "올해 들어 사망률이 통상의 30배에 달할 기세다"라고 말했고, 의료기관의 간부는 "내가 일하는 병원에 꼬제비의 시신이 잇따라 실려 왔다. 올해 들어 하루 평균 4~5구가 들어왔다. 10구가 모이면 변두리의 공터에 매장하는데, 나무가 없어 관도 만들지 않고 옷감에 쌀 뿐이다."라고 전했습니다.
또 협동농장의 간부도 "올해 초부터 농촌 전체에 먹을 것이 없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농촌에서는 가장 심각했던 4월에서 5월에 걸쳐 하루 5~6세대에서 아사자가 나왔다.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일가족이 자살한 집도 있었다. 2개월 사이에 주민의 약 10%가 사망했다"라고 '아시아프레스'에 전했는데요,
[Ishimaru Jiro] 이번 증언을 보면 황해남․북도의 지역마다 차이는 물론 있을 수 있겠죠. 그러나 증언에 따르면 어려운 지역은 10% 이상의 사람이 죽었다는 증언이 많이 나왔고,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전체로 보면 만 명 이상, 어쩌면 몇 배의 사람이 올해 들어 목숨을 잃었다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특히 놀라운 것 중 하나가 취재를 한 황해도 주민 모두가 여러 인육사건에 대해 언급한 것이라고 덧붙였는데요, 증언자들은 “인육을 돼지고기라고 속여 팔아 체포된 사건이 여러 지역에서 발생했다”고 말했고, 노동당의 중견간부는 기아 상황이 매우 심각했던 황해남도 청단군에서 인육을 먹고 붙잡힌 남자가 공개총살 되었다는 목격담을 구체적으로 전하기도 했습니다.
황해도 주민은 황해도에서 광범위하게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더욱 심각한 쪽은 도시가 아닌 농촌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도시주민은 식량배급이 거의 나오지 않아도 어떻게든 장사를 해 번 현금으로 식량을 사 먹기 때문입니다.
특히 북한 노동당의 중견간부는 "황해도가 작년 수해 때문에 흉년이었는데 국가에서 군량미와 평양시민에게 배급하는 재개발용 식량인 수도미로 모조리 징수해 간 것이 이번 기근의 근본 원인이다", "간부와 공무원들은 농민들이 숨겨놓은 작물을 적발하는 조직을 만들어 마루 밑에서부터 지붕까지 뒤져서 가져간다."고 증언했습니다.
간부들도 농민들이 굶고 있는 것을 잘 알지만 규정된 양을 모으지 않으면 자신들의 목이 날아가기 때문에 불쌍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가져가지 않을 수 없다는 겁니다. 따라서 현재 황해도에서 발생하고 있는 기근의 원인이 자연재해나 농업의 부진이 아니라 도를 넘은 북한 당국의 수탈, 바로 인재라는 설명인데요, 이시마루 대표는 황해도 지방의 사태가 아직 국제사회에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기근'이며 이미 만 명 단위의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추측했습니다.
[Ishimaru Jiro] 이번에 우리도 현장 취재를 나가 황해도 사람을 많이 만나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몰랐으니까요,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해야 하고, 국제사회는 (황해도 지방의) 기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조사에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북한에서 가장 정보가 부족하고 외국인이 거의 방문하지 않는 황해도. 그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숨겨진 기근'은 커다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인도적 위기 사태라고 이시마루 대표는 지적했습니다. 또 이달 초 북한 당국이 거절한 한국 정부의 수해 지원도 사실은 서둘러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이시마루 대표는 꼬집었는데요,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부터 강조한 '우리식 사회주의'가 식량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곳곳에 영양실조가 만연하고 황해도 지방의 대량 아사자 사태까지 발생하는 가운데 최근 북한이 내놓은 '새경제관리조치'도 이같은 북한 체계의 마비가 체제의 위기로까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낳은 임시방편일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해 보입니다.
[Ishimaru Jiro] 계속 이같은 시스템 마비로 김정일이 사망한 이후 북한 지도부의 체제 위험까지 생길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어떻게든 농사가 잘돼야 한다', '생산력를 향상 시켜야 한다'는 발상에서 '농업에 대한 새로운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지 않았을까...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