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충성 강요 목적 ‘반성문 제출’ 지시

0:00 / 0:00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북한이 최근 '유일사상 10대 원칙'을 개정한 데 이어 김정은 체제의 정당성을 확립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지난 8월에는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최고 지도자와 당에 대한 충성에 문제가 있었음을 스스로 비판하는 반성문의 제출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김정은 제1 비서에 대해 절대적 충성을 해야 한다는 뜻에서 시작했는데, '직위가 있는 사람은 결의까지 써라' 라며 내용을 강화하고, 일반 사람들은 잘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자신을 비판하는 정도라고 합니다."

'숭배사업'과 '조직생활', '유훈 통치', '가정 혁명화' 등 4가지 항목으로 써서 제출해야 할 반성문은 김정은 제1 비서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을 맹세토록 하는 것이 목적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는 북한의 김정은 체제가 여전히 불안하다는 것을 뜻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10대 원칙' 개정 이후 김정은 제1 비서에 대한 충성 강요 목적
- '숭배사업', '조직생활', '유훈 통치', '가정 혁명화' 4개 항목
- 새 노동당 당원증 교부, 공민증 교체에 이어 '반성문'까지
- 절대 독재 세습작업의 하나, 무관심한 주민은 '커닝'
- 반성문 대필하거나 '모범반성문' 파는 사람도 생겨나


북한이 지난 8월 말부터 전 주민을 대상으로 지도자와 조선노동당에 대한 충성에 문제가 있었던 것을 자기비판 하고, 새롭게 충성을 맹세하는 '반성문'의 제출을 강요하고 있다고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아시아프레스'는 이달 초 통화한 북한 북부지방의 취재협력자를 인용해 "당국이 '10대 원칙'의 개정과 관련해 의무교육 학생을 제외한 전 주민에게 반성문을 쓰게 하고 있으며 반성문은 '숭배 사업'과 '조직생활', '유훈 통치', '가정 혁명화'의 4가지 항목으로 과거의 생활을 총괄한 자필의 것을 제출하도록 지시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이시마루 지로] 최근 '10대 원칙의 개정'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것과 관련해 김정은 제1 비서에 대해 절대적 충성을 해야 한다는 뜻에서 시작했는데, 당 기관에서 관할하고 모든 사람이 제출해야 한다고 합니다. 일단 이때까지 하지 못했던 것에 관한 반성문 중심인데, '직위가 있는 사람은 결의까지 써라' 라며 내용을 강화하고 일반 사람들은 잘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자신을 비판하는 정도라고 합니다.

네 가지 항목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숭배사업'은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와 사적지의 관리 등을 말하며 '조직생활'은 소속된 당과 주민 조직에 얼마나 열심히 참가했는가를, '유훈 관철'은 생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총서기의 '말'을 어느 정도 실천했는가에 대해 각각 기술하는 것을 설명합니다. 끝으로 '가정 혁명화'는 '국가의 세포조직'이라는 의미를 갖는 북한의 가정이 당의 사상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말하는데요, 예를 들면 노동자의 경우 아내와 자녀가 외국의 드라마를 보거나 밀수를 하지 않도록 확실히 감독하는 행위도 요구됩니다.

이와 관련해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에서 중요한 방침이 결정되면 당 조직을 통해 지방의 말단까지 차질 없는 이행이 요구된다"며 "이번 조치는 북한 지도부가 김정은으로 이어진 권력의 3대 세습을 정당화하는 데 중요한 '10대 원칙' 개정을 계기로 전국 방방곡곡의 일반 주민에게 '김정은에 의한 절대 독재'를 널리 퍼트려 충성을 맹세토록 하는 것이 목적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시 말해 이는 북한의 김정은 체제가 여전히 불안하다는 것을 뜻하는데요,

[이시마루 지로] 당연히 (북한 체제가) 아직도 불안정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 김정일에 이어 젊은 아들이 지도자가 된다고 해서 사람의 마음이나 충성심, 각종 제도 등이 자동으로 옮겨지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김정은에 대해 사람들의 인지도가 약하고 사람들이 신뢰하지 않는 가운데 이렇게 충성을 강요하는 작업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위해 '10대 원칙의 개정'이 필요했다고 보는데요, '왜 새로운 지도자를 내세워서 충성해야 하는냐?' 라는 이유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올해 6~7월, 북한은 39년 만에 '유일사상 10대 원칙'을 개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10대 원칙, 즉 당의 유일사상 체계확립을 위한 10대 원칙'의 개정을 말하는데요, 북한에서는 그동안 김일성, 김정일에 의한 절대 독재를 강령화하고 김일성의 사상을 절대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10대 원칙'이 헌법과 노동당 규약을 초월하는 최고의 규칙으로서 확립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개정으로 이 '10대 원칙'은 '당의 유일적영도체계확립의 10대 원칙'으로 이름과 내용을 바꾸면서 고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같은 위치에 놓아 북한에서 '신은 2명'이고 김정은 제1 비서가 그 유일의 대리인으로서 절대적 독재자의 지위 계승을 정당화한 겁니다.

하지만 정작 북한 주민의 반응은 냉담하다고 합니다. 북한의 취재협력자는 "일상생활에서 양식을 얻는데 바쁜 주민들이 다른 사람의 '모범 반성문'을 베껴 당국에 제출하고 있고, 북한 당국은 같은 내용의 반성문이 여러 개 발견되자 다시 고쳐 쓸 것을 지시하고 있다"며 현지의 모습을 전했는데요, 심지어 반성문을 대신 써 주거나 모범 반성문을 파는 사람도 생겼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진심으로 지도자를 믿고 충성하겠다는 것이 아니니까 북한 주민으로서는 귀찮을 수밖에 없습니다. 취재협조자에 따르면 반성문 쓰기가 너무 귀찮고, 반성문에 대한 검열이 있다고 합니다. 내용이 부족하면 다시 쓰라는 것도 있는데, 이것으로 장사하는 사람이 있대요. 대필해 주거나 모범 해답을 만들어 파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북한은 올해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을 개정한 데 이어 노동당 당원증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진이 포함된 것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북한 주민에 대한 통제를 목적으로 새 공민증도 교부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김정은과 당에 대한 충성심을 강요하는 반성문까지 제출할 것을 지시했는데요, 체제의 빠른 안정을 꾀하기 위한 무리수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북한에서 새로운 방법을 선택할 여지가 없는 거죠. 정권과 체제의 안정을 빨리 확보하고 싶은데, 무리한 세습통치를 계속하려 하니까 이런 방법밖에 없는 겁니다. 제도적으로 무리하다 보니 수법도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런 경험도 실적도 없는 김정은 노동당 제1 비서. 그를 북한의 최고 지도자로 내세우기 위해서는 10대 원칙의 개정과 노동당 당원증의 교체, 반성문과 결의문 제출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강제조치가 많아 보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북한 주민의 민심이 지도부에서 돌아선지 오래됐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북한 당국이 적극적으로 취해야 할 조치는 '무조건적인 충성'의 강요가 아닌 '사회적, 경제적 개혁'이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