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영변 원자로 재가동은 엄포용"

0:00 / 0:00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최근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한 듯한 위성사진이 공개돼 국제사회의 우려가 고조됐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는 만약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했다면 이는 유엔 안보리의 위반이라며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는데요, 반면 이는 국제사회의 반응을 시험하고 미국을 대상으로 한 엄포용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관측도 적지 않습니다.

- 고려링크를 통해 북한 내 휴대전화의 가입자 수가 200만 명을 돌파한 가운데 곳곳에서 손전화기의 영향력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실시한 RFA 심층 설문조사에서 탈북자들이 정보전달에 가장 도움이 되는 수단으로 손전화기를 지목한 데 이어 지금도 많은 전문가는 손전화기가 인기 있는 정보전달 매체라고 평가합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박사
- 영변 원자로 재가동 여부는 알 수 없어, "증거자료 부족하다"
- 새 원자로 아닌 오래된 원자로 이용은 '엄포용'
- 속임수를 이용한 국제사회의 반응을 시험한 듯
- 북, 한편으로는 조건 없는 대화재개 주장


최근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원자로를 재가동한 것으로 추정되는 위성사진이 공개되면서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11일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산하 한미연구소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인터넷 사이트 '38노스'가 지난달 31일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5MW 원자로의 옆 건물에서 흰색 증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관측됐는데요, 증기의 색깔과 양을 볼 때 원자로가 재가동에 들어갔거나 재가동 단계에 근접했음을 의미한다고 '38노스'는 설명했습니다.

미국과 한국 정부는 영변 원자로의 재가동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원자로를 재가동했다면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위반이며 북한의 핵 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만 밝히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북한이 실제로 원자로를 재가동했다기보다 '엄포용'으로서 반응을 시험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대표적인 국방․안보 연구기관인 '랜드(RAND)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박사는 지금까지 나타난 위성사진만으로는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했는지 여부를 확증할 수 없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는데요,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I do not think we have enough evidence to say)

또 베넷 박사는 그동안 북한이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많은 속임수를 보여 왔기 때문에 이번 영변 원자로의 활동도 '엄포용'일 수 있다며 신중한 견해를 나타냈는데요,

[Bruce Bennett]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했는지는) 지금은 알 수 없습니다. 영변 원자로의 재가동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를 갖고 있지 않고요, 북한은 그동안 수많은 속임수를 보여 왔기 때문에 이것은 엄포용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베넷 박사는 만약 북한이 원자로를 재가동했다 해도 새 원자로가 아닌 오래된 원자로를 이용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는 국제사회의 반응을 시험하는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습니다.

[Bruce Bennett] 북한은 오래된 원자로를 재가동함으로써 국제사회가 얼마나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 우리의 반응을 시험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만약 국제사회가 그렇게 반응하지 않을 경우 북한은 새 원자로를 가동하겠죠. 저는 북한이 우리를 시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 북한이 정말 원자로를 재가동했다 해도 이는 단지 엄포용에 불과하다는 거죠.

한국의 연합뉴스도 지난 13일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들을 인용해 북한이 실제 재가동에 들어가기보다는 대화에 소극적인 미국의 반응을 떠보고 협상의 장으로 끌어들이려 '시험 운전'을 했을 것이란 관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북한은 조건 없는 대화의 재개를 주장하면서 6자회담의 재개를 요구하는 등 미국의 관심 끌기에 나서고 있는데요, 하지만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강조하는 미국의 입장은 여전히 확고합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 현안이 논의되는 제68차 유엔 총회에서 24일 기조연설에 나선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핵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아 철저히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는데요,

조건 없는 대화를 외치면서도 한편으로는 핵과 군사개발의 위협을 일삼는 북한의 전형적인 이중성에 더는 동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됩니다.

북한이 로버트 킹 미국 북한인권특사의 초청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데 이어 대화를 외치면서도 영변 원자로의 의심스러운 활동으로 미북 대화 재개의 흐름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일방적인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연기로 남북관계도 다시 경색국면에 들어가는 등 어느 곳에서도 북한의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을 듣고 계십니다.

<북한 내 손전화기 "새로운 적">

- 최근 RFA 탈북자 설문조사
"정보전달에 가장 도움이 될 수단으로 손전화기 2위"
- 미 선교단체 "손전화기는 북한 정권의 새로운 적"
- 미 언론조사기관 "북에서 휴대전화는 인기 있는 정보전달 매체"
- 손전화기가 외부정보 2차 확산의 중요한 역할

지난해 자유아시아방송(RFA)이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220명을 대상으로 '북한 내 외부정보의 유통과 접촉 수단'에 관한 심층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습니다.

당시 북한을 떠난 지 1년에서 5년 사이의 탈북자만을 대상으로 '북한에 정보를 전달하는 데 가장 적절한 수단'을 묻는 말에 'DVD'에 이어 '전화통화'가 두 번째를 차지했는데요, 특히 탈북자들은 앞으로 북한 내부에서 외부 정보가 확산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 수단으로 응답자의 33%가 북한 주민에게 보급된 휴대전화를 지목했습니다. 입소문(40%)에 이어 두 번째인데요,

이미 북한의 이동통신업체인 고려링크의 가입자 수가 200만 명을 넘긴 시점에서 손전화기의 영향력을 인정하는 움직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데요, 국제선교단체인 '순교자의 소리' 측은 지난 19일 손전화기가 북한 정권의 새로운 적이 되었다고 평가했으며 미국의 언론조사기관인 '인터미디어'도 휴대전화가 매우 인기 있는 정보전달 매체가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터미디어'의 나다니엘 크레천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Nathaniel Kretchun] 북한에서 휴대전화는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도청과 감시, 그리고 주요 기능을 사용할 수 없게 했지만 이제 휴대전화는 매우 인기 있는 정보전달 매체가 되었고, 북한에서 휴대전화 사용은 일반적인 사회현상이 되었습니다. 북한 당국이 휴대전화를 다시 없애기는 어려울 것 같고, 계속 사용하게 할 것 같습니다.

특히 북한이 외국인들에게 손전화기에 대한 인터넷 사용을 허용함에 따라 북한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외부 세계에 전해지고 있고, 중국산 휴대전화에 관해서는 북한이 방해전파를 발사하고 있지만 이것도 정보의 유입이나 유통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것이 현지 북한 주민의 설명입니다. 또 외부 정보를 접한 이후 2차 전달이 사회적 영향력의 시작인데 북한 내부에 보급된 휴대전화가 이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설문에 응한 220명의 탈북자 중 82%인 182명이 '북한 당국의 강력한 단속에도 외부정보가 북한 사회에 많이 확산하고 있다'고 답했는데요, 점점 늘어나는 휴대전화와 정보에 목말라하는 북한 주민의 욕구가 맞물려 앞으로 휴대전화는 계속 북한 내부의 정보 유통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