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이대로 가다가는 체제의 위험까지 생길 수 있다'라는 위기감 때문에 농업에 대한 새로운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
"북한 내부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를 보면 변화를 보이려고 하는데, 전반적으로 보면 변화에 관한 개선조치들이 단순히 내부적인 경제조치를 통해서는 해결이 안 되는 문제고요..."
북한이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새 경제관리개선조치가 북한 개방개혁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북한 경제에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에 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저는 이번 새로운 '6.28 경제정책'이라는 것이 효과가 있을까? 그런 의문을 가지고 있거든요."
"전체적인 틀로 보면 우리가 기대하는 개혁개방보다는 지금 당장의 어려운 부분을 개선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나 보여집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체제와 구조의 변화 없이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경제관리개선조치. 큰 기대를 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이는데요, 오늘 노정민의 <라디오세상>에서 새 '경제관리개선조치'를 짚어봅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식량 배급 시스템의 마비, 체제 유지 불안이 배경
- 당장 위기탈출 위한 고육책 성격이 크다
- 새 경제관리개선조치, 효과 있을까?
- 북한 체제와 구조의 변화 없이는 해결 안 되는 문제
-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개방개혁과 다르다
북한의 새 '경제관리개선조치'에 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북한 내부소식통에 따르면 새 경제관리개선조치는 특히 농업부문에서 당국이 생산물의 70%, 농민이 30%를 가져가며 점차적으로 국가와 농민이 각각 50%까지 나누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또 공업부문에서도 공장과 기업소들이 독자적으로 생산품을 결정하고 가격과 판매방법, 수입과 분배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자율권의 확대도 이번 경제관리개선조치의 핵심 내용입니다. 실제로 북한 내부적으로는 '새 경제관리체계'라는 이름 아래 시험적인 시행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이처럼 북한이 경제정책에서 사전에 변화를 꾀하려는 모습은 이전과 확실히 다른 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갑작스럽게 정책이 시행되던 과거와 다르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이 시행하려는 새 경제관리개선조치의 내용이나 의도와 관련해 지나친 기대를 경계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습니다. 한국 삼성경제연구소의 동용승 연구전문위원입니다.
[동용승] 저는 (경제관리개선조치와 관련해) 정확한 fact가 중요하다고 봐요. 일단 내용을 정확히 알아야 그것에 기반을 두어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있을 것 같고요. 북한 내부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를 보면 변화를 보이려고 하는데, '이전과 다르다'라는 것은 인지됩니다. 이전에는 사전에 토론이 일어나고 '이렇게 할 것이다', 이런 움직임이 없었어요. 하지만 아직은 우리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고요.
특히 북한이 최근 새 경제관리개선조치를 추진하는 배경으로는 북한의 식량 생산과 공급체계가 무너지면서 극심한 식량난에 따른 체제 유지의 불안을 들 수 있는데요, 군대는 물론 곳곳에 만연한 영양실조, 우선 배급대상에도 식량을 공급하지 못하는 북한 당국의 능력 상실 등이 새로운 경제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는 겁니다.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김정일이 살아있을 때부터 북한식의 '우리식 사회주의'에서 계속 식량배급이 잘 되지 않은 데다, 군대는 물론 영양실조가 만연돼 있었고요, 그런데 계속해서 이같은 시스템 마비로 김정일의 사망 이후에 북한 지도부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체제의 위험까지 생길 수 있다'라는 위기감 때문에 '어쨌든 농사가 잘돼야 한다', '생산량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발상이 있어서 농업에 대한 새로운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
다시 말해 북한당국이 집단농업은 유지하지만 현지 농장과 농민에게 결정권을 더 많이 주고 생산물에 대해서도 처분할 권리를 부여해 농민의 생산의욕을 올릴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입니다.
그렇다면 실제 북한 주민과 전문가들은 새 경제관리개선조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Ishimaru Jiro] 이번에 만난 황해도 분들, 다른 지역의 농업 관계자에게 물어봐도 갑자기 개인 농업을 한다고 해도 '그러면 노동력을 누가 준비하는가?', '종자를 누가 준비하는가?' '비료를 국가가 주는가, 아니면 개인이 알아서 하라고 하는가?' 등의 의문이 있다고 들었어요. 내일부터 개인 농업을 하라고 해도 농장에 아무것도 없다고 대부분 사람이 말합니다. 제도가 바뀌면 내년부터 적용해야 하는데 개인 농업이나 소규모 집단농업을 한다고 하더라도 국가적인 투자나 지원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볼 수 있어요.
[동용승] 전반적으로 본다면 변화에 관한 개선조치들이 단순히 내부적인 경제조치를 통해서는 해결이 안 되는 문제고요, 북한이 취해져 있는 상황이 단순히 내부적인 정책개선이나 변화만 갖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거예요. 외부적인 환경과 북한 내부적인 변화가 같이 움직여줘야 하는데, 외부적 환경에 대해서는 아직 변화의 조짐이 전혀 안 보이는 상황이고요, 여전히 예전과 같이 한쪽밖에 없다...
실제로 북한 내부소식통에 따르면 새 경제관리체계 아래 시범적으로 운영되는 북한 상점들은 국가가 원료를 대주지 못해 벌써부터 시장가격으로 운영되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와 다른 전문가들의 해석도 비슷합니다. 한국의 통일부는 25일, 북한이 경제개혁 조치를 내놓더라도 사회주의 국가라는 특성상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으면서 북한이 경제성장을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주의 이념에 어긋나는 정책은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 사정에 정통한 중국의 대북소식통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체제는 앞으로 2~3년이 중요한 듯 보인다"며 "북한 당국이 근본적인 개방개혁을 추구하기보다는 살 길을 찾기 위한 현실적인 고육책의 성격이 짙다"고 평가했습니다.
물론 과거와 달리 북한 내부로부터 경제개선 조치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지만 결국 북한이 사회주의 틀 안에서 부분적인 제도적 개선을 추구하는 것은 기대하는 만큼 경제성장을 이루기 어렵다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Ishimaru Jiro] 저는 이번 새로운 '6.28 경제정책'이라는 것이 효과가 있을까? 그런 의문을 하고 있거든요. 북한 농업의 부진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데, '그걸 극복할 정도로 '6.28조치'란 정책이 효과가 있을까?'에는 대단히 의문을 갖고 있고요...
[동용승] 전체적인 틀로 보면 우리가 기대하는 개혁개방보다는 지금 당장의 어려운 부분을 개선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나 보여집니다. 김정은이 연초에 강조하고 내각에 지시한 것은 '농업과 경공업의 생산성을 향상해 주민생활에 불편하지 않도록 하라', 이것은 개혁개방을 해서 주민을 잘살게 하라는 것이 아니란 말이에요. 북한에서는 농업과 경공업에서 작물이 많이 나올 수 있게끔 하는데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겁니다. 궁극적인 목표치나 그들이 생각하는 것은 외부세계에서 기대하는 개혁개방과 다르기 때문에..
결국, 지난 25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국제사회가 관심을 뒀던 경제개선조치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새로운 경제정책에 관한 준비가 아직 안 된 것으로 보입니다.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법이 되려면 합의도 이뤄져야 하고 시행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법으로 내놓기에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인데요,
아직 각론이 공개되지 않은 북한의 새 경제개선관리조치. 근본적인 사회주의 체제와 구조의 변화 없이 생산량의 증산에만 목적을 둔 경제정책이 시행됐을 때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과연 개방개혁의 신호탄이 될지 무조건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는 아닌 듯 보입니다.
북한 주민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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