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북한이 오는 10월 10일, 조선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맞아 당원증 교부사업을 마치고 그동안 당원 활동에 제대로 참가하지 않은 당원들에 대해 출당조치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권력 세습의 정당성을 강화하고 당을 정비해 유일 독재를 확립하려는 뜻으로 풀이되는데요,
"당원들이 당 생활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개인적인 돈벌이를 열심히 했는데, 그렇게 되면 인민생활의 중심인 노동당 조직이 약해지니까 이에 관한 김정은 정권의 위기감에서 출발한 조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 이같은 조치는 노동당 조직의 약화에 대한 김정은 정권의 위기감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는데요, 오늘도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오는 10월 10일 당 창건 기념일 맞아 시행
- 10대 원칙과 조직생활 참가상태 기준에 따라 당원들 출당
- 당 정비 통해 김정은 정권 정당성 확보, '김정은의 당' 필요한 듯
- 갈수록 약화한 노동당 조직, 김정은 정권의 불안감도 반영
- 비당원 사이에서는 노동당에 대한 인기 시들
북한이 지난 8월부터 시행한 조선노동당 당원증 교부를 당 창건 기념일인 오는 10월 10일을 계기로 마무리하고 동시에 지난 기간 당원 활동에 제대로 참가하지 않은 당원들에 대해 대대적인 출당조치를 벌이고 있다고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2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아시아프레스'는 지난 22일 접촉한 함경북도 회령시의 취재 협조자를 인용해 "10월 10일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진이 들어간 당원증을 나눠 준다"며 "당원증교체와 함께 새로 나온 10대 원칙에 기초해 당 생활에 제대로 참가하지 않았던 당원들을 출당시킨다"고 전했습니다. 또 "당 조직과 직장생활에 제대로 참가하지 않은 당원들을 당에서 제명할 것에 대한 지시가 지역의 당 조직들에 내려왔다"고 취재 협조자는 덧붙였는데요,
이미 잘 알려졌듯이 북한의 조선노동당은 온 사회를 주체 사상화하고 인민들의 자주성을 실현하는 것을 최종목적으로 한 집권 정당으로서 북한의 모든 영역을 장악한 권력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의 체제는 당의 주도로 운영되며 국가정책들은 조선노동당의 지도와 통제 아래 추진되는데요, 북한은 그동안 당원들의 충성심을 유도해 조선노동당을 권력세습에 이용해 왔습니다.
한 예로 김일성의 뒤를 이은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조선노동당은 김일성 동지의 당이다.'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고 '당의 역사는 곧 김일성 동지의 혁명 활동의 역사'로 규정하면서 당원들에게 권력세습의 정당성을 강요했는데요, 이처럼 김정은 노동당 제1 비서도 아버지처럼 조선노동당을 '김일성, 김정일의 당'으로 바꿔 세습정치를 정당화하고 당을 정비해 유일 독재를 확립하려는 것으로 '아시아프레스'는 분석했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노동당은 북한 사회를 통치하는 기본이자 제일 강한 조직이기 때문에 조직을 강화를 위해 말단 당원들의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생각하고요, 한편으로는 김정일 시대에는 김정일이 유일 지도자로서 지도력도 강하고, 사회적으로도 인정받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김정은은 경험이나 사회적 인지도가 없는 상황에서 공안 통치를 이용한 인민통제를 많이 강화해왔는데, 이것만으로는 사회질서 유지가 좀 약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김정은의 당 기관, 바로 김정은 당을 강화하기 위해서 이같은 출당이라는 강도 높은 조치가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북한에서 노동당원들은 거주 지역의 당 조직인 당 세포에 망라돼 당비 납부와 생활총화는 물론 당 조직에서 지시한 과업수행을 기본으로 당원생활을 하고, 공장과 기업소, 단체 등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1994년 이후 김정일 정권의 시작과 함께 경제구조의 붕괴로 간부들과 당원들이 생계유지를 위한 농사나 돈벌이에 나서면서 조직생활 자체를 외면하게 됐습니다.
과거에도 북한 당국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비사회주의적 행위를 한 당원에 대해 출당조치를 시행해왔지만 경제난으로 당원들에 대한 처벌이나 출당 조치들이 느슨해진 상태로 정권이 세습됐으며 많은 사람에 대한 출당조치도 취하지 못했는데요,
조선노동당규약 7항 1조에는 '당의 유일사상체계와 유일적 영도 체계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고 당의 노선과 정책을 반대하며 종파행위를 하거나 적들과 타협하는 것을 비롯해 당과 혁명에 엄중한 손실을 끼친 당원은 출당시킨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조직 생활문제는 밝히지 않고 있는데요,
결국 노동당 조직이 약화하는 위기감으로부터 올해 출당조치가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덧붙였습니다.
[Ishimaru Jiro] 북한에서 인민통제의 힘의 원천은 거대한 노동당 조직에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북한이 경제난에 빠지면서 당원도 먹고살아야 하니까 당 생활보다는 개인적인 돈벌이를 열심히 해왔단 말입니다. 당 생활을 하는 것보다 시장에 나가 장사를 하는 것이 훨씬 수익이 많았지요. 그래서 당원들이 당 생활에는 신경을 많이 쓰지 않고 개인적인 돈벌이를 열심히 했는데, 그렇게 되면 인민생활의 중심인 노동당 조직이 약해지니까 이에 관한 김정은 정권의 위기감에서 출발한 조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북한에서 조선노동당의 당원은 사회적인 지위와 승진, 권력을 갖는 데 있어 중요한 조건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농촌에서 작업반장을 하려 해도 조선노동당에 입당하고 10년의 군 생활 경력, 그리고 4년제 대학 졸업장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현재 북한의 실정에서 당국의 지시대로 당원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은 인원들을 출당시킨다면 적지 않은 당원들이 출당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09년에 탈북한 출당 경험자 한성철 씨는 "당원으로서 출당 자체는 정치적 생명의 박탈로 북한에서 사회적 지위를 빼앗기는 것이다."라며 "당에서 제명된 사람은 애초 당에 가입하지 않은 것보다 못하고 조선노동당에 재가입하는 것은 방침이나 육체적 희생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는데요,
출당된 사람들은 직위를 박탈당하고, 재입당을 못 하는 경우 부모의 죄가 자녀들의 개인자료에 남아 출세에 많은 지장을 주기 때문에 현재 출당조치를 당하지 않으려는 개개인의 노력이 진행 중일 것으로 추측됩니다.
[Ishimaru Jiro] 북한 사회에서 출당조치를 당한다는 것은 정치적인 생명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겁니다. 문건에도 출당 조치됐다는 기록이 계속 남고, 대를 이어 영향이 생길 뿐만 아니라 앞으로 출세나 발전에도 지장이 될 겁니다. 아무래도 출당되지 않도록 사람들이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을 겁니다. 10월 10일까지는 충성심을 발휘하려 할 것이고, 개인적인 추측입니다만 뭔가 일이 생기면 돈으로 해결하려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북한 당국에서는 주민에게 '사람에게는 육체적 생명과 정치적 생명이 존재하며 조선노동당이 준 것은 정치적 생명으로, 당에 충성하는 사람은 죽어서도 영생한다'고 주장하는데요,
하지만, 노동당에 대한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견해도 적지 않습니다.
세계북한연구센터의 안찬일 소장은 최근 "북한에서 당원의 인기는 이미 시들해진 지 오래"라며 "과거에는 당원이 신분상승의 출발이자 출세의 관문이었지만 오늘날 노동당의 인기는 바닥을 쳤다"고 주장했는데요, 이시마루 대표도 이에 동의합니다.
[Ishimaru Jiro] (당원들은) 여기서 출당 조치당하는 것은 재기불능상태가 되니까 어떻게든 출당조치를 받지 않으려고 하겠지만, 비당원들은 이전처럼 당원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거나 자식에게 당원이 되는 것을 요구하는 일은 많이 사라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음 달 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앞두고 당원증 교부사업과 함께 진행되는 출당조치.
최근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의 개정과 당원증의 교부, 10대 원칙에 관한 생활 총화의 강화와 노동당 출당 조치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은 김정은 체제를 강화하고 북한 주민을 더욱 통제하려는 조치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같이 조치들이 오히려 불안정한 북한 체제와 불안해하는 김정은 노동당 제1 비서의 심리를 반증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오늘날의 북한을 엿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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