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주목했던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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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 미 북한인권위원회 그레그 스칼라티우 사무총장 인터뷰

- 북 발행 인권보고서, 국제적 인권 기준 인정한 셈

- 하지만 인권유린 인정 않고 모순된 점 많아

- 유엔 중심 미국, 한국 등 "북한 인권 한 목소리"

- 분위기 쉽게 식지 않을 것, 국제 사회가 그냥 안 넘어간다

- 북한 인권 결의안 유엔 총회에서 안보리까지 진전 기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북한정의연대 주최로 열린 '재입북 고경희씨 북한 보위부 탄압과 정치범 교화소 수용' 고발 기자회견에서 고씨의 오빠 고경호(왼쪽 둘째)씨와 아들 차성혁(왼쪽 셋째)군이 고문 탄압 중단과 교화소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ºÏ¿¡ ÀÖ´Â ¾ö¸¶ µµ¿ÍÁÖ¼¼¿ä'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북한정의연대 주최로 열린 '재입북 고경희씨 북한 보위부 탄압과 정치범 교화소 수용' 고발 기자회견에서 고씨의 오빠 고경호(왼쪽 둘째)씨와 아들 차성혁(왼쪽 셋째)군이 고문 탄압 중단과 교화소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èÁÖ¼º/YNA)

9월은 유엔을 중심으로 북한 인권 문제가 집중 논의된 달이었습니다.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주요 안건이 되는가 하면 미국, 한국, 일본의 외무장관이 북한 인권에 관해 처음으로 고위급 회담을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또 미국은 이날 회의를 시작으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협력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전해졌고요, 정치범 수용소 출신 탈북자 신동혁 씨도 북한 인권 개선에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지난 19일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는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해 268개의 권고를 담은 '보편적 정례검토' 보고서가 정식으로 채택되기도 했는데요, 이에 앞서 북한은 지난 13일 이례적으로 북한 인권보고서를 발간하고 국제사회의 압력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이제 북한 인권 문제는 국제사회가 관심을 두는 핵심 현안이 됐다는 증거이기도 한데요. 이 시간에는 미국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티우 사무총장과 함께 북한이 발간한 '북한인권보고서'와 최근 북한 인권에 관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분석해보겠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티우 사무총장이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사무총장님, 안녕하세요.

[Greg Scarlatoiu] 네. 안녕하세요.

- 최근 북한 인권에 관한 뉴스가 많았던 9월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북한이 지난 13일 자체적으로 인권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사무총장님께서도 당연히 보셨을 거라 생각하고요, 다양한 분야의 인권이 거론했는데, 보고서를 본 사무총장님의 총평부터 듣고 싶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RFA PHOTO/ 전수일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RFA PHOTO/ 전수일

[Greg Scarlatoiu] 이번 보고서는 '조선인권연구협회'에서 나온 것인데요, 그전에도 '인권 상조'라는 국가 당국이 있었습니다만, 북한 당국의 역할은 국제사회의 보고서에 반응한다기 보다 대응하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일단 이런 보고서가 발행됐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 당국도 국제인권 기준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난 몇 십 년 동안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유린, 즉 '정치범 관리소'나 '납북자 문제' 등을 계속 보고해 왔지만, 북한 정부의 전략적인 태도는 국제사회의 보고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이대로 지나갈 것이다'라는 생각에 반응이 없었는데요, 올봄에 유엔 'COI', 북한 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가 발행됐고요, 유엔 기관이나 미 정부, 유럽연합 등 주요 국가들이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깊이 우려하기 때문에 이제 북한 당국도 인권의 국제기준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번 '조선인권연구협회' 보고서는 북한의 인권유린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말이 안되는 것 중 하나가 '북한 주민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 핵 보유가 필요하다'는 것도 인권과 거리가 멀거든요. 보고서가 발간됐다는 것을 긍정적인 단계로 볼 수 있지만, 보고서가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것이 아니라, 현실을 왜곡해 정권 선전을 위한 것이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봅니다.

- 사무총장님께서 말씀하셨다시피 북한이 인권보고서를 발표한 것은 나름 국제사회가 주장하는 인권 현안에 대해 스스로 방어하고 반박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볼 수 있겠는데요, 보고서 내용을 보셨을 때 '이것은 황당하다', '말이 안된다'라는 부분을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Greg Scarlatoiu] 예를 들어 정치범 관리소는 이번에도 존재를 거부했는데요. 틀림없이 존재합니다. 저희 '북한인권위원회'와 같은 단체들이 그런 연구를 해왔고, 위성사진과 탈북자의 증언을 통해서도 정치범 관리소는 100% 거절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여성, 아동, 장애자의 권리에 관해서도) 북한의 여성의 인권상황은 전혀 좋지 않습니다. 탈북자를 보면 70~80%가 여성인데 북한의 경제 위기 속에서 가장 어렵게 살던 사람도 여성이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아동 노동 문제도 상당히 심각하고요, 지금도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면에서 상황이 좋아졌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장애인의 인권도 지난 몇 년 동안 외국 단체들의 지원을 받아 개선됐다고 하는데요, 아직 한정된 범위지만, 외국인 중 평양에서 장애인을 본 적이 있다는 사람을 못 만났거든요. 따라서 서류상으로는 상황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북한은 인권상황뿐만 아니라 북한의 경제상황까지 개선하려면 우선 인권유린을 인정해야 합니다. 북한 주민은 물론 인권상황이 열악한 정치범들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정치범 관리소를 운영하면서 세계은행이나 지원단체로부터 지원받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인권상황도 개선하고 경제도 소생시키려면 가장 사악한 인권유린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 최근 북한의 사법기구 관리가 북한에 '공개처형'제도가 있다고 시인했습니다. 주민의 뜻에 따라 제한적으로 이뤄진다고 말하면서 넘어갔거든요. 공개처형을 인정한 것이 이례적이고 눈길을 끄는데요, 사무총장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Greg Scarlatoiu] 국제사회의 압력이 없었다면 절대 인정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전 일본 오사카에 본부를 둔 '림진강'이 몇 년 전 국경지대 인근에서 벌어진 공개처형 장면을 공개하지 않았습니까? 국제사회에 반응하고 대응하는 태도라고 봐야죠. 물론 공개처형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은 긍정적으로 봐야 합니다. 아직도 북한의 공개처형이나 비밀 처형, 특히 정치범 관리소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공개처형은 비인간적인 범죄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확실하게 점검하려면 국제사회가 직접 감시해야 하는데, 거기까지는 상당히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지난 23일 유엔에서 북한 인권개선에 관한 장관급 고위급 회담이 있었습니다. 스칼라티우 사무총장님도 당일 참석을 위해 뉴욕에 다녀오셨는데요, 북한 인권에 관한 첫 고위급 회담이었습니다. 어떤 성과가 있었고 앞으로 무엇을 기대하시는지요?

[Greg Scarlatoiu] 네. 상당히 중요한 행사였다고 봅니다. 미국, 한국, 일본의 외무부 장관이 나와 발표하고 정치범 출신 탈북자인 신동혁 씨가 3분 간 연설을 했습니다. 그만큼 미국, 한국, 일본 등이 대북 정책에 있어 북한의 인권상황을 중요한 현안으로 여기고 있다는 거죠. 얼마 전만 하더라도 북한이라고 하면 핵과 미사일밖에 생각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유엔 'COI'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인권의 중요성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번 행사 이후 '북한 인권에 관한 유엔 총회 결의안이 나온다면 이전보다 더 강경한 결의안이 나오지 않을까?' 라는 희망을 갖고 있고요, 만약 총회에서 이런 움직임이 있다면 '유엔 안보리로 넘어가 더 진전이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 봅니다.

- 요즘처럼 북한 인권에 관한 논의가 활발한 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스위스 제네바에서도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보편적 정례검토' 보고서가 정식으로 채택됐거든요. 북한 인권에 관한 관심이 곳곳에서 활발하게 확산하고 있는데요, 이런 분위기 속에 앞으로 북한 인권의 개선에 관해 국제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Greg Scarlatoiu] 네. 유엔 기구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유린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번 분위기는 예전과 달리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겁니다. 국제사회가 계속 관심을 두고 북한 인권에 관해 토론하면서 비정부기구와 각국 정부들, 유엔 기구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계속 활발히 활동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 끝으로 최근 이렇게 북한 인권문제가 또 주목을 받는 이유는 뭐라 생각하시나요?

[Greg Scarlatoiu] 저희는 15년 전부터 북한의 인권유린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고 있었는데요, 최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인권유린이 비인간적인 반인륜범죄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활동이 그만큼 활발해졌고, 국제사회가 북한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나 반인륜범죄가 21세기에 맞지 않는 인권유린이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쉽게 넘어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이같은 분위기 속에 북한이 인권유린에 관한 지적을 더는 회피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해 봅니다. 사무총장님, 오늘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Greg Scarlatoiu] 네.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미국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티우 사무총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포함한 북한 지도부가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하는 인권 탄압을 자행했다'는 내용을 담은 유엔총회 결의안 초안이 마련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올해는 유엔 총회를 넘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북한 인권에 관한 결의안 채택이 추진되고 있는데요,
올해처럼 인권 침해 가해자로 김정은 최고지도자를 명시한 것도 처음이며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이 논의되는 것도 처음입니다. 그만큼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 문제를 국내 문제가 아닌 국제적 현안으로 보고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데요,

만약 유엔 안보리에서 결의안이 통과될 경우 법적 구속력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핵 문제보다 인권 문제가 더 위협적일 것이란 게 인권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