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작합니다.
- 함경북도 회령, 무산 앞에 새로 설치된 철조망
- 탈북, 월경, 밀수 가능한 상류 지역 완전봉쇄 - 요즘 월경이나 밀수, 거의 불가능하다
- 연변 자치주에도 최근 탈북자 찾아볼 수 없어
- 철조망 설치와 경계 강화, 오히려 중국이 적극적인 듯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은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하는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북한 내부기자가 취재한 소식, 그리고 취재협조자가 전한 생생한 북한 뉴스를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전해 드립니다. 특별히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지난 9월 초 북․중 국경지방을 다녀왔습니다.
북한 함경북도 회령 앞, 중국 측 지역에 최근 새로운 철조망이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지난 8월 초까지만 해도 공사 중이었으니 완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 이것은 철조망 사진이네요. 어느 지역인가요?
[이시마루 지로] 여기가 북한으로 말하면 함경북도 회령 앞입니다. 지난 8월 말에서 9월 초에 찍었는데요, 7월 말에서 8월 초에는 공사 중이었습니다. 완성된 지 얼마 안 됩니다.
- 지난 4월에도 함경북도 무산군 앞에 새 철조망이 설치된 것이 확인됐는데, 역시 국경지대에 대한 경계강화의 상징으로 볼 수 있겠네요.
[이시마루 지로] 지난 90년대 말에 엄청난 탈북 난민이 두만강을 건너 중국에 가지 않았습니까? 그것은 두만강 전역에서 있었던 일인데, 그 중에도 포인트(특정지역)가 있었습니다. 북한 주민이 강을 건너거나 밀수 행위를 하는 포인트지요. 그래서 2000년대 들어 그런 포인트 지점에 먼저 철조망을 설치하기 시작했는데요, 그 후 크게 변화가 없다가 2~3년 전부터 포인트 주변까지 설치를 확대했습니다.
두만강의 길이가 580km 정도 되는데요, 중간에 도문이라는 중국 측 도시가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상류 쪽에는 지금 거의 철조망이 완벽하게 설치돼 있어요. 일부만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았지, 기본적으로 완전 봉쇄를 하려는 것 같습니다. 특히 도문은 관광지입니다. 외국인이 찾아와 조․중 국경을 관광할 수 있는 구역인데요, 여기서부터 상류로 올라가면 완전히 철조망이고 사람은 나가지도 못하게 되어 있어요.

- 국경지방에 대한 경비가 훨씬 더 강화됐다는 말이군요.
[이시마루 지로] 이번에 제가 (두만강) 상류 쪽에 두 번 취재하러 나갔는데요, 국경은 인민해방군이 지키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공안 산하의 국경 경비대, 변방 부대가 지켰는데 지금은 인민해방군이 지키고 있습니다. 공안 산하 무력 경찰이죠. 국경 경비대만으로는 인원이 모자란다는 이유일 겁니다. 우리가 이번에도 국경지역에 나갔는데, 인민해방군이 자주 순찰을 하고 있더라고요. 저희도 검문에 걸려서 짐을 몽땅 검사받았고, 갖고 있던 사진기 안에 뭘 찍었는지를 다 확인하더라고요.
경계 강화의 목적은 당연히 국경의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데 있지요. 두만강의 상류 쪽은 강폭이 아주 짧아서 마약이나 밀수가 엄청 많았고, 북한에서 중국으로 월경해 살인이나 강도를 저지르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중국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도 국경질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기본적인 목적은 역시 북한의 불안정화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봅니다. 쉽게 말하면 90년대처럼 대량 탈북 난민의 발생에 대한 준비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어요.
압록강보다 상대적으로 강폭이 좁고 수심이 얕은 두만강 상류 실제로 90년대 대량 탈북의 80%가 압록강이 아닌 두만강에서 이뤄졌습니다.
그래서 중국 정부도 만약 북한 정권이 불안정해지면 대량 탈북자가 두만강을 통해 중국으로 넘어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는 겁니다.
- 그래서 철조망도 두만강 상류 쪽에 먼저 설치했다고 추론할 수 있군요.
[이시마루 지로] 두만강 하류 쪽은 비교적 강폭이 넓습니다. 물도 깊고요, 그래서 쉽게 넘어올 수 없습니다. 그래서 중류 이상에 경비가 강화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전 90년대에 조․중 국경지역에서 탈북이나 월경이 가장 많았던 지역은 함경북도 무산군과 회령군이었거든요.
최근 회령군에 사는 취재협조자와 통화를 했는데, 북한 쪽도 경비가 굉장히 심해졌고 중국 쪽에도 철조망이 생기면서 지금은 두만강 쪽에서 거의 밀수나 월경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9월 중순에 전화가 왔는데요, 두만강 전선에서는 이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 그럼 탈북에도 영향이 있지만, 현지 북한 주민의 생계에도 지장이 있겠군요.
[이시마루 지로] 그렇죠. 그래서 지금은 두만강 연선, 중국 측 연변 조선족 자치주에는 최근에 탈북한 사람을 거의 볼 수 없습니다. 열심히 찾아봐도 거의 못 만납니다. 숨어 있는 탈북자들은 몇 년 전에 탈북한 사람이지 최근에 넘어온 사람은 거의 볼 수가 없어요. 그리고 밀수나 월경, 그러니까 조용히 중국에 넘어와 지원을 받고 돌아가는 행위는 북한 주민에게 하나의 생활 수단이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국경 쪽의 밀수나 월경이 거의 끊기면서 주민의 생활은 더 어려워졌을 겁니다.
- 이번에 북․중 국경지방을 돌아보셨는데 분위기를 요약해 주신다면요?
[이시마루 지로] 북한 측은 조용했고요, 이전하고 차이를 별로 느끼지 못했습니다. 소리도 없고, 연기도 없고, 차도 별로 없고, 사람 모습도 조금 보이지만 아주 조용합니다. 북한의 관영매체가 평양의 화려한 모습을 많이 소개하는데 같은 나라라는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함경북도 연선은 아주 조용합니다. 중국 쪽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국경 경비가 강화되면서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어요. 몇 군데 관광지점 외에는 인민해방군이 순찰하면서 관광객도 접근하지 못하게 합니다. 이전보다 많이 살벌해졌다는 느낌이 들어요.
-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에서도 최근 국경지방을 다녀왔는데 최근 도문에서 외국인 관광객의 출입을 제한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어요.
[이시마루 지로] 네. 저는 이런 말도 들었습니다. 인민해방군이 검문을 하기에 '왜 우리가 못 가냐?'라고 물어봤더니 북한 측에서 '외국인 중 사진을 찍거나 비디오를 찍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못 찍게 하라'는 요구가 자주 있다고 하더라고요. 또 북한 측 경비대가 총을 갖고 두만강을 넘어가는 사건이 있어서 국경질서와 민간인의 안전을 위해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고 인민해방군이 설명해줬습니다.
-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고 김정은 제1비서 시대가 들어서면서 국경경비가 더 강화되고 있잖아요. 앞으로도 계속 이런 분위기가 어이질 것으로 보시나요?
[이시마루 지로] 네. 중국 측의 경비는 중국 정부의 강한 의지라는 것을 느낍니다. 이전에는 철조망 하나 없었는데요, 중국은 '혹시 북한 체제가 불안정화되면 두만강을 넘어 엄청 많은 사람이 넘어올 수 있다'라는, 과거에 그런 경험이 있으니까 그것을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를 느낄 수가 있습니다.
갈수록 강화되는 북․중 국경지방의 경비. 이 때문에 요즘 북한 주민의 탈북비용은 한 명당 1만 달러 가까이로 좀처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비싸졌습니다. 또 몰래 중국에 넘어가 식량을 구해오거나 밀수를 통해 근근이 입에 풀칠하던 북한 주민의 모습도 두만강 상류에 설치된 철조망에 의해 거의 사라지고 있는데요, 이 철조망은 과연 누구를 위한 철조망일까요?
지금까지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한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이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