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필립 크롤리(Phillip Crowley) 전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 “북 관리 위한 미-북 대화 중요, 미 대북정책은 변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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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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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와 회견을 한 필립 크롤리(Phillip J. Crowley) 전 미국 국무부 공보 담당 차관보. (RFA PHOTO/ 노정민)

미국 국무부의 대변인으로서 ‘국무부의 입’ 역할을 했던 필립 크롤리 전 공보담당 차관보. 그는 지난 3월 국무부를 떠나기 전까지 국무부의 대변인으로 재직하면서 미국의 외교 정책과 북한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를 자세히 설명해 한국은 물론 북한 주민에게도 많이 알려진 인물인데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미국인 여기자와 선교사 로버트 박 씨 등 시민권자의 북한 억류, 한국 천안함의 침몰과 연평도 포격 등 굵직한 북한 현안과 관련해 크롤리 전 차관보는 국무부의 정책과 언론의 사이에 서 있었습니다.

특히 크롤리 전 차관보는 국무부를 떠난 이후에도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며 미국의 대북정책이 좀 더 현실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은 미국의 외교정책을 다루는 국무부의 대변인을 지낸 필립 크롤리 전 공보담당 차관보를 만나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북한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작합니다.

- 미국의 대북정책은 변화 없어,

- 현시점에서 핵 포기에 관한 북의 의지나 징후 발견 못 해

- 언제든 도발 가능한 북, ‘관리’ 위한 미․북 대화 중요,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Phillip J. Crowley] 그것이 바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입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그동안 미국의 대북정책과 달리 북한에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필요한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접근을 시도했는데요, 가능한 것은 관계 정상화이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미사일 프로그램의 사용을 중지한다는 근본적인 선택입니다. 북한도 분명히 이것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습니다.

남북 대화에 이어 미국과 북한 간 추가적인 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국무부의 대변인을 지낸 필립 크롤리 (Phillip J. Crowley) 전 공보담당 차관보는 무엇보다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을 막고 북한의 위험한 행동 등을 관리(manage)하는 차원에서 미․북 대화는 매우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크롤리 전 차관보는 30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회견에서 이라크 전쟁과 최근의 리비아 사태를 지켜본 북한이 당장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북한이 핵 포기에 관한 의미 있는 진전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미․북 대화와 대북정책을 현실적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미․북 대화도 현실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건데요 특히 지난해 한국에 대한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등 도발을 감행했듯이 북한은 언제든지 안보에 위협을 줄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앞으로 북한의 도발을 막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미․북 대화가 매우 중요하다는 설명했습니다.

[Phillip J. Crowley] 이제 북한을 현실적으로 봐야 합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2년간 북한 문제에 매달렸지만, 북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놀랄만한 일이 아니죠. 솔직히 동북아지역은 물론 세계와 북한의 이익에 관련된 ‘그랜드 바겐’은 현재 상황, 지금의 북한 지도부 아래서 쉽게 실현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따라서 현재 미․북 대화는 협상의 타결(deal)을 이루기보다는 현 상황의 관리(manage)에 중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북한의 도발 능력에 대해서 말이죠.

다시 말해 크롤리 전 차관보는 특히 이번 미․북 대화에서 북한이 훗날 다시 도발을 감행할 경우 반드시 이에 대한 결과가 있다는 것을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북한 문제의 해결이 당장 진전을 보이지 않더라도 미․북 대화가 중요하다는 뜻을 거듭 내비쳤습니다.

특히 이번 미․북 대화의 핵심 사안 중 하나인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에 관한 질문에도 북한의 관점에서 핵무기는 북한 정권의 생존 수단이기 때문에 이를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과정이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6자회담국의 매우 중요한 외교적 도전 과제라고 크롤리 전 차관보는 덧붙였는데요, 그래서 현실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그는 주장합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대표적인 대북정책은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 하지만 미국은 최근 북한과 대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그렇다고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크롤리 전 차관보는 주장합니다.

[Phillip J. Crowley] 미국의 대북 정책은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겁니다. 최근에 북한과 대화하고 대가를 지불했다는 정치적 논쟁이 있었지만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미․북 대화는 궁극적으로 건설적인 진전을 위한 유일한 수단이었습니다. 미국 행정부는 계속 인내할 것이고 문제의 해결을 바라고 있습니다. 결국 해결은 북한에 달렸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의지가 없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그래서 이른 시기에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겠지만 우리는 현실적이어야 하고 인내해야 하는데요, 한편으로는 북한도 한꺼번에 두 개를 쥘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이루려면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의미 있는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또 크롤리 전 차관보는 2009년과 2010년, 미국 여기자 두 명을 비롯한 미국 시민권자가 북한에 억류됐던 기억을 풀어놓습니다. 크롤리 전 차관보는 미국이 외교적 관계가 전혀 없는 북한과 억류된 미국 시민권자들의 석방 문제를 논의하면서 북한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고 북한의 고위 관리와 일하는 과정에서 북한 문제의 해결에 관한 비슷한 교훈을 얻었다고 말하는데요,

[Phillip J. Crowley] 북한 측과 미국 시민권자의 억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북한은 미국 시민권자를 계속 억류할 경우 이것이 미․북 관계의 진전에 방해가 될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절차를 밟아 (시민권자를 풀어줌으로써) 억류문제를 해결했죠. 이것은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조명하고 있는데요, 이처럼 북한이 원하는 관계 정상화(normalized relations)를 위해서는(그들의 먼저 시민권자를 풀어줬듯이) 궁극적으로 그들의 전략적인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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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크롤리 공보담당차관보가 지난해 워싱턴 D.C 외신기자클럽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 미국 국무부에서 북한 문제는 매우 중요, 탄탄한 한미관계는 큰 성과

- 북, 김정은 후계작업, 더디게 진행되는 인상

- 시간은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북한에도 민주화 운동 불 것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외교적 사안을 다루는 미국 국무부. 그중에서 북한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요? 직접 크롤리 전 차관보에게 물어보니 북한 문제는 국무부에서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대답합니다. 핵 프로그램을 비롯해 다른 위협적인 행동을 계속하고 있고, 언제든 군사적 도발을 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우는 북한은 국무부 내에서도 매우 우려되는 사안이라는 설명인데요,

이런 가운데 크롤리 전 차관보는 오바마 행정부가 취임한 이후 지난 2년 간 가장 중대한 성과 중 하나로 미국과 한국의 관계 강화를 꼽았습니다. 관계의 진전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분야에서 미국과 한국의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고 특히 북한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과거와 달리 한국을 문제 해결의 중심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Phillip J. Crowley]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 2년 간 가장 중요한 성과 중 하나는 한․미 관계의 강화입니다. 과거에 미국은 한국을 옆으로 제쳐놓고 한반도 문제에 직접 뛰어들었는데요, 이제는 한국이 북한의 행동에 관한 국제사회의 대응을 처리하는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 크롤리 전 차관보는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묻는 말에 중국도 근본적인 북한의 변화와 안정된 환경을 원한다면서 단지 이를 위한 단계적 절차 가운데 서로 생각과 접근법이 달랐을 뿐 넓은 관점에서 양국의 대북 전략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크롤리 전 차관보는 북한의 내부 사정에 관해서도 말을 이어갔습니다.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진전을 이뤘지만 북한은 개방과 변화에 관한 결정을 거부하고 있다고 꼬집었는데요,

[Phillip J. Crowley] 북한은 북한 주민을 굶주리게 하고, 정보의 접근을 차단하고 정치적 권리와 자유도 부여하지 못하는 데다 오직 정권의 생존을 위하고 국가의 이익만을 위하기 때문에 북한 주민의 복지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은 북한이 한국 사회와 얼마나 다른지 알고 있습니다. 북한이 언제까지 이 사실을 감출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미국 국무부가 매년 발간하는 인권과 종교의 자유 등에 관한 보고서는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진전을 이룬 다른 나라의 사례를 통해 북한도 점차적이고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결정을 내리라는 신호인 셈입니다.

특히 크롤리 전 차관보는 북한의 후계구도에 관한 질문에 특별히 아는 것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북한의 후계과정이 더디게(slow down) 진행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는데요,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과정에 직접 개입하고 관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크롤리 전 차관보는 덧붙였습니다.

이밖에도 크롤리 전 차관보는 미․북 간 민간교류에서 미국이 접촉할 수 있는 북한 측 인사는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당장 북한 전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적겠지만 장기적으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데 민간교류는 중요하고 유용할 것으로 본다는 의견도 나타냈습니다.

약 40분간 자유아시아방송과 회견을 마치면서 크롤리 전 차관보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에 불었던 반정부 민주화 혁명인 ‘아랍의 봄’처럼 북한의 변화에 관한 희망을 ‘평양의 봄’으로 빗대기도 했는데요,

[Phillip J. Crowley] 일단 북한에 대해 현실적이 되어야 하고요, 오바마 행정부는 올바른 대북정책과 접근을 하고 있다는 것, 북한의 위험한 도발을 관리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말하고 싶습니다. 또 우리는 북한이 변하고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국가처럼 북한에도 ‘평양의 봄’이 오기를 바라고 있죠. 시간이 걸리겠지만 궁극적으로 언젠가는 북한에도 이같은 바람이 불 것으로 봅니다.

푸근한 인상과 가벼운 셔츠차림으로 국무부 기자실이 아닌 조지워싱턴대학교의 교정에서 만난 크롤리 전 차관보는 성 김 주한미국대사 내정자의 인준 과정을 언급하며 그가 주한미국 대사직을 잘 수행해 나갈 것이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