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미국 애플사의 최고 경영자인 '스티브 잡스'가 지난 5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북한의 고위층도 애용하는 '아이패드', '아이폰' 등을 내놓으며 전 세계 사람들의 생활 문화를 바꾼 그의 삶은 정작 파란만장했는데요,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한 집에 입양되고 대학교를 중퇴한 뒤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난 데 이어 췌장암 진단에 간 이식 수술까지, 하지만 그는 순간마다 좌절하지 않고 항상 다르게 생각하며 열정적으로 삶을 살아왔습니다.
암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후에도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며 오히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신화를 이뤄낸 스티브 잡스, '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살아가라'는 그의 신념에 감동한 전 세계 사람들은 그의 업적에 감사하며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러시아에서 한국과 북한을 잇는 가스관 연결 사업이 발 빠르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북한도 이 사업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고 있는데요, 하지만 북한 내부에서는 군부를 중심으로 이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 지역이 요새화된 북한 지역에 가스관이 통과하는 것을 불편하고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손인 김한솔 군의 모습과 말, 생각 등이 요즘 국제사회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매년 북한을 찾는 김 군이 지난 8월에도 평양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그의 글에서도 북한 주민의 생활을 직접 본 것으로 묘사하고 있는데요, 매년 8월마다 김 씨 가족이 평양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군사적으로 민감한 지역 통과”
러시아에서 북한을 거쳐 한국을 잇는 가스관 연결 사업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러시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가스관을 통해 한반도로 공급하는 사업인데요, 지난달 러시아의 가스회사인 '가즈프롬'과 북한의 김희영 원유공업상이 만나 이에 관한 실무단을 꾸리기로 합의한 데 이어 오는 11월을 기점으로 가스관 사업이 구체화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의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도 지난달 27일 한국과 북한,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 연결사업이 세 나라 모두에게 이익을 될 것이라며 이는 단순한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평화, 남북관계의 개선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일본의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도 이 사업을 보도하는 등 남북을 잇는 가스관 연결사업은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북한 당국자와 언론매체가 가스관 연결 사업에 관해 긍정적인 전망과 기대를 내놓고 있는 것과 달리 사실 북한 내부에서는 군부를 중심으로 가스관 연결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겉으로는 가스관 연결 사업에 대한 분위기를 띄우고 있지만 군부에서는 이 사업을 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결론을 내고 있다고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가스관이 지나는 지역이 군사적으로 민감한 곳이기 때문에 북한 군부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현재 미․북 관계를 비롯한 국제관계에서 북한의 안전보장문제, 또 후계체제에서 완전한 권력 이양과 체제 유지 문제가 풀리지 않은 가운데 북한이 믿고 의지할 것은 오직 군사력밖에 없는데 가스관이 지하를 뚫고 북한의 주요 군사 시설이 있는 지역을 통과한다는 것이 군사적으로 부담된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을 이끌었던 배경환 전 중국 동북아연구소 선임고문도 러시아의 가스관이 북한 지역을 통과하게 되면 전 지역이 요새화된 북한으로서 이를 불편하고 부자연스럽게 여길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배경환] 환경과 기술,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여러 가지 면을 고려해서 가스관의 통과노선을 결정할 텐데 만약 그 가운데 노출하기 싫은 시설이 있을 수 있는 거죠. '그러면 피해 가면 되지 않느냐?'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노출을 우회적으로 지목하는 거니까 어차피 그쪽(북한)에서도 어렵다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거죠. 그래서 각자가 ‘언젠가는’이란 단서를 공유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도하고 노력은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판단에 공감하고 있을 것이란 말이지요.
다시 말해 북한이 가스관의 통과료로 매년 1억 달러를 받을 수 있는 매력적인 사업이지만 ‘이 때문에 과연 군사력을 포기하겠느냐?’라는 것이 배 전 고문의 관측입니다. 또 핵과 미사일 실험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에 현금을 직접 지급하기도 쉽지 않은 데 1억 달러 때문에 핵을 포기할지도 여전히 의문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습니다.
따라서 남북을 잇는 가스관 사업은 실현 가능성보다 남북 관계 개선의 명분을 쌓기 위한 가장 설득력 있는 소재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 한나라당의 홍준표 대표는 지난 8월, 가스관 사업에 관한 남북 간 협상을 예고하면서 "남북관계의 돌파구가 될 좋은 뉴스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한국에 대한 북한의 천안함 공격, 연평도 포격으로 남북 관계의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기에 남북을 잇는 가스관 연결은 남북 관계의 개선에 좋은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한반도 문제에 한발 물러서 있는 러시아로서도 남북을 잇는 가스관 사업이 실현됐을 때 경제적 이해관계 외에 한반도 문제에 더 깊이 관여할 발판을 마련한다는 전략적인 의미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배경환] 실제로 땅 파는 것과 합의하는 것은 많이 다르죠. 지금 남북관계가 상당히 특수한 시기이고, 한국도 북한도 (개선)이 필요하니까 설득력 있는 명분으로 이것이 가장 좋은 소재라고 볼 수 있는 거죠.
한국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가스관 사업이 실현되려면 우선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돼야 하는데 이보다 앞선 한국 정부의 빠른 행보는 실리보다 정치적인 계산이 앞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남북 가스관 건설 사업은 북한의 비핵화 과정 속에 남북관계와 미․북 관계의 개선이 선행돼야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한편, 미국의 '인터내셔널 비즈니스타임스'는 지난달 러시아의 가스회사인 '가즈프롬사'의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정권으로부터 가스관의 안정성을 보장받기에는 정치적 위험이 크다며 이 사업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남북관계의 개선이 필요한 시기에 떠오른 가스관 사업. 이 사업이 한국과 북한의 합의로 실현될 수 있을지, 과연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이후 경색된 남북 관계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많은 사람의 관심과 이목이 쏠려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듣고 계십니다.
-매년 8월 평양서 가족모임 추측
요즘 북한에 관련된 뉴스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손자, 김한솔 군에 대한 이야기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1994년생으로 노랗게 물들인 머리를 하고 인터넷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외국 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김한솔 군은 보스니아의 국제학교에 입학할 예정인데요, 현재 아버지 김정남과 함께 마카오에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진 김 군이 예년처럼 지난 8월, 북한 평양에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Han Sol, a son of Kim Jong Nam is regularly seen in Pyongyang in August. He has also been seen this year.)
대북 소식통은 6일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김 군이 매년 8월마다 정기적으로 북한을 방문한 것처럼 올해도 평양을 방문한 것이 확인됐다고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는데요, 특히 폴란드 북한 대사관의 김평일 대사와 비슷한 시기에 김 군도 평양을 방문한 것을 보면 아마도 매년 이 기간에 가족 모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 소식통은 추측했습니다.
실제로 김 군이 그동안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북한에서는 모든 주민이 휴대전화를 갖고 다닌다’든지 ‘북한에도 인터넷이 있으며 북한의 밤은 서울의 밤처럼 밝지 않다’처럼 북한의 생활을 직접 보고 묘사하는 내용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또 김 군은 굶주리는 북한 주민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좋은 음식이 있어도 먹을 수 없다며 그들을 돕기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는데요, 김 군이 외국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며 경험한 세상과 매년 평양을 방문하면서 보는 북한의 현실 사이에서 매우 혼란스러워 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김 군은 공산주의보다 민주주의를 선호한다는 답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김 위원장의 장손으로서 자유롭게 세상과 소통하며 자신의 경험한 북한과 국제사회가 바라보는 북한을 비교하는 김 군이 내년에 북한을 방문할 때는 어떤 마음을 갖게 될지 궁금합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