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 노동당의 현주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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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10월 10일은 북한의 조선 노동당 창립 68주년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경축 행사에 참석하셨는지요? 조선 노동당은 북한의 유일한 집권 정당으로서 출세와 권력을 갖는 데 중요한 관문이지만, 북한 주민 사이에서 인기가 바닥을 치면서 노동당에 대한 관심도 줄어드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과거처럼 노동당원이 되려는 노력도 많이 사라졌다고 하는데요, 오늘날 노동당 인기의 현주소를 짚어보겠습니다.

- 김정은 정권에 들어서면서 북한의 조선 노동당이 국정 운영의 중심으로 부상한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오늘날 노동당의 현실과 미래는 어떤지, 노동당의 부활로 경제적 발전의 가능성은 엿볼 수 있는지 등과 관련해 '세계북한연구센터'의 안찬일 소장과 대화를 나눠보겠습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10일, 북한 조선 노동당 창건 68주년

- 경제구조의 붕괴와 함께 노동당 조직․인기 약화

- 북 주민 "당 창건 기념일 관심 없다", 지지․신뢰도 떨어져

- 당원을 위한 목표와 노력, 과거보다 많이 사라져

10월 10일은 북한의 조선 노동당 창건 68주년 기념일이었습니다.

올해도 평양을 비롯한 지방에서는 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맞아 각종 주요 건축물이 선을 보였고 크고 작은 행사도 열려 경축 분위기를 자아냈는데요, 10월은 노동당 창건 기념일과 함께 각종 당 기념일이 몰린 중요한 달이기도 합니다.

조선 노동당은 북한의 유일한 집권 정당으로서 모든 영역을 장악한 권력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특히 당의 주도로 운영되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노동당의 역사는 최고 지도자의 행보와 밀접히 연관돼 있으며 그동안 당원들의 충성심을 권력의 강화와 세습에 이용해 왔습니다.

그만큼 북한에서 조선노동당의 당원 신분은 사회적인 지위와 승진, 권력을 갖는 데 있어 중요한 출세 관문이었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설명입니다.

[박수진] 당원이 된다는 것 하나만으로 어디를 가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다는 의미죠. 당원이 되면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고, 사회적으로 인정해 준다는 뜻에서 바라는 거죠.

[김명희] 북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입당하려고 노력하거든요. 왜냐하면, 입당이 발전의 첫 단추니까요. 저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원이다 보니 입당하려고 전 재산을 뇌물로 바치며 무척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북한에서 노동당의 인기는 바닥을 친지 오래라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경제구조가 붕괴하고 노동당의 간부들과 당원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농사나 돈벌이에 나서면서 당 조직생활 자체를 외면했기 시작했고 이는 노동당 조직의 약화라는 위기를 불러오기도 했는데요,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북한이 경제난에 빠지면서 당원도 먹고살아야 하니까 당 생활보다는 개인적인 돈벌이를 열심히 해왔단 말입니다. 당 생활을 하는 것보다 시장에 나가 장사를 하는 것이 훨씬 수익이 많았지요. 그래서 당원들이 당 생활에는 신경을 많이 쓰지 않고 개인적인 돈벌이를 열심히 했는데, 그렇게 되면 인민생활의 중심인 노동당 조직이 약해지니까...

최근 북한을 떠난 탈북자들도 이미 노동당에 대한 신뢰도는 많이 떨어졌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노동당 창건 기념일에 대해서도 북한 주민의 반응은 시큰둥하며 더는 당의 선전이나 강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심지어 당원이 되는 것을 목표로 노력하는 일도 많이 사라졌고 이를 증명하듯 일부 당원들은 당원증을 매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박수진] 솔직히 사람들이 먹고살기도 힘든데 자꾸 '남아라', '당원은 이렇게 해라'. '당원이기 때문에 이렇게 살면 안 된다' 등..당원도 사람인데 먹고 살아야죠. 당원이 되면 여러 가지 행사도 많고, 책임지라는 것도 많고, 북한 사람들이 당원 되는 것을 싫어해요.

[김명희] 지금 와서는 너무 한심하게 느껴지고 세상에 나와 보니 당원증 하나 따보겠다고 노력한 것들이 다 허사라는 생각이 들어요.

[Ishimaru Jiro] 이제 비당원들은 이전처럼 당원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거나 자식에게 당원이 되는 것을 요구하는 일이 많이 사라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처럼 조선 노동당에 대한 인기가 떨어지고 조직이 약화하면서 북한 당국은 당의 정비를 위해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을 위한 10대 원칙'을 개정하고 당원증 교부사업을 펼치는가 하면 그동안 당의 활동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은 당원들을 출당조치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통해 권력 세습의 정당성을 강화하고 당을 정비해 체제를 강화하려는 뜻으로 풀이되는데요,

지난 10일, 북한의 조선 노동당이 창립된 지 68년째를 맞이했지만 이처럼 북한 주민의 지지와 관심을 받지 못하는 데다 당원들조차 당의 활동보다 먹고 사는데 더 바쁜 오늘날, 당 창건 기념일은 소수의 사람만 축하하는 그들만의 잔치가 된 듯합니다.

여러분께서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을 듣고 계십니다.

<노동당 '부활', 중국식 개방․개혁 기초>

-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인터뷰

- 북 노동당, 정체성 잃어버린 것인 오늘날 현실

- 노동당 기능 복원, 선군정치에서 당 정치로

- 경제시스템 바꾸고 개혁․개방한다면 중국처럼 할 수 있는 기초 마련

- 노동당 조직 개편, 권력 분권화는 여전히 숙제


한국 통일부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 김정은 시대는 당 중심의 국가운영을 강화하고 당 관련 회의체를 통한 의사결정을 자주하면서 노동당이 국정 운영의 중심으로 부상하는 모습입니다. 노동당의 인기가 많이 떨어진 가운데에서도 기능과 역할이 여전히 강조되고 있는데요, 이 시간에는 '세계북한연구센터'의 안찬일 소장과 함께 오늘날 북한 노동당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변화와 나아갈 방향을 짚어보겠습니다.

- 안찬일 소장님. 소장님께서도 조선 노동당의 인기가 바닥을 쳤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요, 그동안 지켜보신 노동당의 역할이나 비중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안찬일 소장] 네. 북한의 조선 노동당이 창건된 지 올해로 68주년이 되는데 '김정은 시대가 들어섰지만, 노동당의 인기가 바닥을 쳤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느냐?' 하면 노동당이 정체성을 잃어버렸다는 것입니다. 노동당이라는 이름이 노동자와 농민을 핵심 계층으로 하는 정당인데 3대 세습을 하면서 김씨 왕조와 비슷한 정당으로 전락하다 보니 인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없게 된 것이죠. 특히 (인기가) 바닥을 친 가장 큰 이유는 과거에 노동당에 입당하면 간부로 등용되기 때문에 신분상승의 기회를 얻었지만, 지금은 노동당 당원증을 가지려고 애타게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노동당원이 돼도 권력에 진출하기가 쉽지 않고 오히려 굶어 죽기 쉬운 길로 전락하기 때문에 지금은 어떻게든 돈을 벌고 장사를 해서 살려고 하는 것이죠. 이 때문에 북한 주민이 노동당을 외면하고 당원증까지 몰래 매매하는 상황까지 왔다는 것이 오늘날 노동당의 현주소라 할 수 있습니다.

-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크다고 볼 수 있겠군요. 그런 가운데 최근에는 북한이 당 중심으로 국정운영을 하면서 노동당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안찬일 소장] 지금 북한의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지 2년이 되면서 '선군정치'보다 다시 사회주의 본래의 '선당체제'로 이동하는 과정에 있고요, 이번 노동당 창당 기념일 68주년이 하나의 정점을 찍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과거 김정일의 경우 선군정치 때 군인들에 의해 또는 측근 정치를 통해 소수의 말을 들었지만, 김정은은 노동당과 정치국을 복원하고 비서국을 비롯한 모든 노동당의 기능을 회복시킴으로써 소수 측근 정치에서 벗어나 당 지배체제를 확립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 증거로 정치국에서 군인의 숫자가 현저히 줄고 경제 관료들이 대거 진출했다는 것이죠. 또 예를 들어 현재 북한군의 인민무력부장과 인민보안부장 등이 당 중앙위원의 후보위원에서도 서열 꼴찌거든요. 인민무력부장과 인민보안부장이 정치국에서 제외된 것은 노동당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인데, 반면 경제 분야에서는 내각 부총리급이 정치국 후보위원에 많이 들어와 있는 것을 볼 때 당 중심의 내각으로 권력을 이동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 네. 조금 전 경제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북한으로서 가장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가 바로 경제 문제인데요. 노동당의 부상을 경제 문제와 연관 짓는다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안찬일 소장] 김정일 시대의 선군정치에서는 군이 정치권력과 함께 외화벌이 회사를 장악하면서 경제도 손에 쥐고 있었죠. 그런데 김정은 시대에서는 군으로부터 경제권과 당 권력을 가져오는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했는데 그 충돌이 최초로 지난해 이영호 총참모장을 숙청하는 것으로 시작됐습니다. 이후 군 수뇌부에 대해 여지없이 수술에 들어가면서 70대 이상의 군 간부가 정리됐고요, 지금은 60대 이하 50대의 소장파가 군 지도층에 올라왔기 때문에 김정은이 군을 관리하기 쉬워졌습니다. 또 군이 가지고 있던 외화벌이 회사의 자금이 당과 내각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김정은이 경제시스템만 바꾸고 개혁과 개방의 시도를 한다면 어느 정도 중국식으로 갈 수 있는 기초는 닦아 놓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서도 보도했지만, 북한이 당원증을 새로 교부했고, 출당 조치까지 내리면서 당을 강화하고 정비하는 느낌이 드는데, 앞으로 북한 노동당이 해야 할 역할이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조언을 하신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안찬일 소장] 네. 노동당은 지난 6월부터 10대 원칙을 김정은 시대에 맞춰 새롭게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당원증 교부사업을 시행했는데, 이는 당에 불충했던 당원을 제거하고 새로운 신진 당원들로 당을 새롭게 바꾸는 조직 개혁 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노동당이 사상과 조직 정비까지 했지만, 아직도 과거의 일인 중심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요, 일인 중심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중국식 통치방식을 도입해야 합니다. 중국에는 7명의 대통령이 있다는 말이 있는데요, 이는 7인 정치국 상무위원이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정치국 상무위원은 자신의 독자적인 정책을 내놓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정책을 반대할 수 있는데, 북한에서는 정치국원이 있지만, 독자적인 발언을 하기 어렵고, 김정은의 결론을 비판하기도 어렵죠. 권력 분산이 안 된 상태의 노동당으로서는 북한이 제대로 된 변화의 길을 갈 수 없기 때문에 노동당이 진정으로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해서는 중국 공산당처럼 분권화된 권력으로 새롭게 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싶습니다.

- 네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세계북한연구센터의 안찬일 소장과 함께 북한의 조선 노동당과 관련해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고맙습니다.

[안찬일 소장] 네, 고맙습니다. 수고하세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