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김정은·당 방침에 무관심”

0:00 / 0:00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 지난 10일은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이었습니다. 북한 당국이 성대한 열병식과 화려한 행사 등으로 김일성·김정일에 이은 김정은의 위대성을 선전했는데요, 정작 북한 주민은 "그동안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나아진 것이 무어냐?"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특히 평양과 달리 지방주민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살기 어려워졌다는 건데요.

"왜 자신만 못살게 됐느냐? '바로 정치가 잘 못 했기 때문이고, 이것은 바로 노동당과 지도자의 책임이다'라고 대부분 사람은 공통으로 인식하고 있을 겁니다."

따라서 북한 주민 사이에 노동당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불만과 무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도 귀찮은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함경북도에 사는 30대 노동자로부터 북한 정권에 대한 생각을 들어봅니다.

- 함경북도 30대 노동자가 평가한 김정은 정권

- 평양만 잘살게 됐고, 지방도시는 더 살기 어려워져

- 노동당·김정은 지위 떨어지고, 방침에도 무관심

- '왜 우리만 못 사는가?', 당과 지도자의 책임

- 혜택도 없고 불편만 주는 노동당 행사에 불만

북한이 10월 10일 조선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이해 언론매체에서는 연일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업적을 찬양하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는 선전을 이어갔습니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를 대규모로 화려하게 선보였고, 북한의 언론매체도 호화롭고 화려한 치적만 소개했는데요, 집권한 지 4년 차에 접어든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이번 당 창건 기념일을 성공적으로 치러 당 장악력을 더 확고히 하고 당을 통해 북한 주민에 대한 통제를 더 강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하지만 정작 북한 주민은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나아진 점이나 달라진 점은 없다"고 단언하는데요, 북한 주민이 평가하는 오늘날 김정은 정권은 어떤 모습일까요?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함경북도에 사는 30대 노동자와 나눈 전화 통화 내용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제공했는데요, '아시아프레스'는 지난봄부터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김정은 정권·북한 사회에 관한 생각을 물어보고 있습니다.

이 노동자는 "김정은 정권이 출범한 이후 3년 9개월 동안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고, 첫 기대와 달리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는데요,

30대 노동자의 말을 재구성해봤습니다.

[취재협력자]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솔직히 새 정권이 시작됐을 때에는 많은 사람이 큰 기대를 했습니다. 특히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 '이제는 종파들이 없어졌기 때문에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평양은 어떤지 몰라도 우리한테 차려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전 '화폐개혁' 때도 김정일이 잘못해 놓고 박남기를 처형한 것 같이 장성택도 그냥 자기들이 잘못한 것을 뒤집어씌운 것 같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특히 지방에 사는 주민일수록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만과 무관심이 크다고 설명했는데요,

[Ishimaru Jiro] 첫째, 평양은 몰라도 지방에는 3년 9개월 동안 잘해준 것도, 좋아진 것도 없다는 것이고요, 둘째, 평양에 높은 건물이 많아지고, 물놀이장·유원지·식당 등이 많아졌다고 선전하지만, 지방 사람의 생활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생각도 공통적입니다. 세 번째는 평양에서 건설이 활발해지고, 평양의 여러 시설이 많아질수록 지방 사람의 부담이 커진다는 거죠. 건설자재·노력동원, 이동의 통제 등 여러 평양 건설 사업이 활발해질수록 지방 사람이 살기가 어려워진다는 것도 공통적인 생각이었습니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주택을 비롯해 스키장과 물놀이장 등 각종 오락시설, 평양의 새 공항 건설 등 북한 주민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고 선전하지만, 지방에 사는 30대 노동자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취재협력자] 아무리 건설하면 뭐합니까? 지방 사람들은 평양에 무엇을 건설해도 혜택을 받는 것이 없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평양에 다녀온 사람이 말하는데 물놀이장을 건설했어도 달러가 없으면 문 앞에도 가지 못한다고 합니다. 단, 명절을 계기로 평양 주민에게만 입장권을 공급하는데 그 외에는 모두 달러로 돈을 내야만 놀 수 있다고 합니다. 당장 하루 벌어 그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물놀이장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새 공항도 마찬가지죠. 비행기는 죽어도 타보지 못하는데, 공항을 건설한들 외국에 나가는 사람에게나 필요하지, 우리 같은 사람은 그 주변에도 가보지 못합니다. 또 평양에 살림집 건설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누가 들어가 사는지도 모르는 건설에 '파철내라, 동 내라' 등등 온갖 것을 다 걷어가기 때문에 세 부담만 커집니다.

30대 노동자에 따르면 북한 주민은 김정은 정권에 대해서도 기대를 저버렸습니다.

이제는 북한 당국의 도움이 아닌 스스로 알아서 생존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리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고 선전해도 믿는 사람이 없다고 이 노동자는 목소리를 높입니다.

또 이미 북한은 간부나 평양 주민만 잘사는 세상이 됐고 지방에 사는 사람은 더 못살게 됐다며 이제 북한에서 '당과 김정은 제1위원장의 방침'이라 해도 북한 주민은 관심이 없다고 노동자는 덧붙였습니다.

[취재협력자] 이제는 한두 번 속은 것도 아니고 북한 주민도 정부에 아무런 기대가 없습니다. 그냥 전쟁이 일어나 누가 이기든 지든 해야 우리가 잘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새로운 경제조치가 취해진다 해도 지방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북한은 한마디로 간부나 평양사람들만 살기 좋은 세상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잘사는 사람은 더 잘 살고 못사는 사람들은 더 못 살게 되는데, 누가 이 정권을 좋아하겠습니까? 그러다 보니 사람들도 불법 장사를 해서라도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앞으로도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나아진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이제는 무슨 회의에서 '당의 방침이다', '장군님의 방침이다'해도 주민은 관심이 없다고 봐도 됩니다.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하지만 북한에서 노동당의 위상이 추락한 지 오래입니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김일성·김정일의 위대성과 김정은의 계승 정신을 선전하고 있지만, 정작 북한 주민 사이에서 노동당이 한 일은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인데요,

[Ishimaru Jiro] 실질적으로 어느 나라든 일반 서민은 경제적으로 생활이 좋아지면 집권당과 지도자를 높이 평가하죠. 생활이 어려우면 집권당과 지도자에 대한 평가가 떨어져요. 북한은 고난의 행군이후 20년이 지났지만, 노동당이나 지도자 덕분에 생활이 좋아졌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반면 같은 사회주의 나라인 중국과 베트남도 발전하고, 못사는 나라로 선전한 남한도 선진국 수준이라는 것을 북한 사람도 상식으로 알고 있습니다. 왜 자신만 못살게 됐느냐? '바로 정치가 잘 못 했기 때문이고, 이것은 바로 노동당과 지도자의 책임이다'라고 대부분 사람은 공통으로 인식하고 있을 겁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에서 노동당원은 과거와 달리 성공의 지름길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노동당원이 되는 것보다 장사를 해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낫고, 당원이 아니어도 돈만 있으면 출세가 가능한 세상이 되면서 70년간 집권당으로서 북한을 지배해 온 노동당의 위상도 점점 떨어지는 사회구조가 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노동당 창건 70주년도 북한 주민에게는 무관심을 넘어 귀찮은 행사로 전락해버렸습니다. 특별공급과 같은 혜택은 없고 오히려 장사를 방해하는 통제와 불편함만 가져온 노동당 창건 기념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화려한 행사로 이날 하루를 장식한 북한 당국과 달리 정작 노동당의 현주소를 바라보는 북한 주민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