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북, 곳곳에서 사회적 통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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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요즘 북한에서 들려오는 소식 중에는 북한 주민에 대한 통제와 감시가 강화됐다는 내용이 많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만난 북한 주민의 말을 들어봐도 최근 북한 당국이 주민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더 강화했는데요, 처음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 대해 기대를 했던 북한 주민도 요즘은 이를 거의 접었다고 합니다.

휴대전화, 외국산 상품, 한국 영상물 등에 대한 단속이 강화됐고, 간부들에 대한 항의도 금지하는 등 통제가 더 심해졌는데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북한 주민의 불만을 잠재우고 새로운 경제관리개선 조치의 부작용에 따른 주민의 반발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위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조금 뒤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을 연결해 자세한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휴대전화, 외국산 물건, 한국 영상 등 통제 강화
- "간부의 지시사항에 토를 달지 말라." 교육
- 통행증, 신분증, 보따리 검열도 강화
- 혹시나 했던 김정은 정권 "이젠 기대 접어"
-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주민의 불만 차단
- 새 경제조치 앞두고 사전에 반발 차단 목적도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출범한 지 이제 10개월이 됐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처음 출범할 당시만 해도 북한 주민은 새 지도자로 등극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 대해 별로 기대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자 그는 좀 다를 것 같다며 인민을 위한 정책에 대해 막연한 기대감을 갖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북한 주민이 김정은 제1비서에 대한 기대를 거의 접었다고 합니다. 또 이런 분위기를 우려한 탓인지 북한 당국이 주민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부쩍 강화됐다는 이야기도 들리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을 연결해 자세한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이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안녕하세요

[김준호 특파원] 네, 안녕하세요. 중국입니다.

- 워싱턴은 가을이 깊어가고 있는데요, 그곳 날씨는 어떻습니까?

[김준호 특파원] 네, 완연한 가을 날씨로 천고마비의 계절이란 말이 실감이 날 정도로 아주 좋습니다.

-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르고 나서 북한 주민을 위한 정책변화를 시사하는 듯한 행보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의 공안 통치로 되돌아가는 듯하다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례를 듣거나 접한 적이 있나요?

[김준호 특파원] 네, 그렇습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김정은 제1비서에 대한 북한 주민의 기대 섞인 이야기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런 기대감을 입에 담는 북한 주민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한마디로 '도로 옛날, 김정일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 즉 주민 통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최근 들어 중국 휴대폰 사용자를 색출하기 위해 북한 내 군․관 공안기관들을 총동원하고 있다는 소식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 최근 보도를 해 드린 바 있는데요, 맞는 말이고요, 특히 외국산 상품에 대한 반입 금지도 강화됐습니다.
사실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여가는 물건 중 한국산에 대한 반입 금지는 오래전부터 있던 조치이기에 새삼스러울 것은 없습니다만, 가장 최근에는 지금까지 반입통제를 하지 않던 일본제 상품과 미국산 상품의 반입도 금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외부 영상물, 특히 한국 영상물에 대한 단속도 이전보다 더 강화됐습니다. 북한에 살고 있는 중국인, 즉 화교들에게는 한국 영상물을 집 밖으로 유출하거나 북한 주민에게 보여주지 않는 조건으로 통제하지 않았는데요, 최근에는 화교들에 대해서도 통제를 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북한 당국이 북한 주민을 통제해도 화교들을 통해 외부 영상물이 북한 주민에게 유포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 또 '북한 주민은 간부들의 지시사항에 토를 달지 말라'는 지시도 내려왔다고 하던데요?

[김준호 특파원] 네. 최근에 함경남도의 주민이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한 황당한 이야기인데요,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 시간에 "간부들 말에 접어들지 말라"고 겁박을 한다고 합니다. 이 말은 "간부들의 지시사항에 토를 달지 말라"는 함경도식 표현인데요, 간부들이 너무 무리이거나 황당한 지시를 할 때 주민 중에는 논리적으로 이같은 지시사항의 부당함을 주장하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이것이 간부들에게 대드는 행위라며 이를 금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밖에도 사례를 들려면 끝이 없는데, 이처럼 주민에 대한 통제가 올해 하반기 들어 부쩍 강화되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점입니다.
또 주민의 이동에 대한 통행증 발급이 더욱 까다로워졌고, 미리 신고한 대로 여행 목적지를 그대로 다녀왔는지 사후 확인까지 한다고 합니다. 특히 국경지방으로 가는 통행증 발급이 까다로운 것은 물론이고, 열차 안에서 신분증과 통행증, 보따리 검열이 무척이나 심하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상호 간 감시하는 고발 시스템도 더욱 강화돼 아예 이웃들과 왕래도 서로 자제하는 삭막한 분위기라고 함경남도 주민은 전했습니다.

- 네,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김정은 제1비서가 김일성 전 국가주석을 모방하면서 민심잡기 행보를 보여 북한 주민이 관심을 두기도 했지 않습니까?

[김준호 특파원] 그렇습니다. 사실 김정은 제1비서가 처음에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를 때만 해도 북한 주민은 "세상 물정 모르고 호강하면서 자란 30살도 채 안 된 젊은 사람이 인민들의 어려운 생활을 제대로 알겠느냐?"며 별로 기대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대로 김정은 제1비서가 현지지도 과정에서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과는 다른 파격적인 돌출 행보를 보이자 "유학을 다녀온 젊은 사람이라 뭔가 다른 것 같다"며 인민을 위한 정책을 펼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기도 했습니다.
특히 신입 병사들과 군인들의 식생활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이거나 현지시찰 도중 예정에도 없던 북한 주민의 집을 방문하고, 어린이들의 예방접종, 장마당의 물가에도 신경을 쓰는 등 서민을 위한 행보도 했습니다. 또 소년단 창립 기념행사로 전국의 어린이 2만 명을 평양에 초청했을 때 노동자와 농민의 자녀를 대상으로 초청하라는 지시를 어긴 간부들을 색출하라는 불호령을 내린 적도 있죠.
게다가 부인 리설주를 공개하고 6.28 경제개선 조치까지 나오면서 북한 주민 사이에서도 북한이 개혁개방 정책을 펼 것이라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지난 9월 25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에서 전혀 생각지도 않던 학제개편에 관한 결과 발표는 북한 주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이제는 김정은 제1비서에 대한 기대를 거의 접었다고 합니다.

- 네, 그렇다면 북한 당국이 최근 왜 북한 주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일까요?

[김준호 특파원] 네, 여기에는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북한의 경제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최근 환율이 폭등하고 이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북한 주민의 생활이 더욱 어려워짐에 따라 주민의 불만 표출을 미리 차단하려는 목적일 것이란 짐작을 쉽게 해 볼 수 있습니다.
또 올해 들어 외화벌이 차원으로 외국인, 특히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는데, 많은 중국인의 방북으로 외부 소식이 자칫 북한 주민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차단하려는 목적도 있을 겁니다.
이밖에도 북한 당국이 구상하고 있는 새 경제정책이 혹시 부작용을 낳더라도 북한 주민의 반발에 굴복하지 않으려는 사전 조치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2009년 화폐개혁 당시에도 주민의 거센 반발로 북한의 내각 총리가 북한 주민에게 공개사과를 하고 화폐개혁 실무 책임자인 박남기 재정 계획부장을 희생양으로 숙청한 사건이 있지 않았습니까?
당시 후유증은 북한 당국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서 화폐개혁 당시 취했던 외화사용금지와 장마당 폐쇄 조치를 없던 것으로 되돌렸는데요,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최근의 통제 강화는 경제개혁을 앞두고 북한 주민의 반발을 사전에 막아보려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분위기도 느껴집니다.

- 최근 한국의 연합뉴스도 북한이 공안 통치를 강화하는 이유는 "경제 개혁을 앞둔 내부 단속용"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는데, 같은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군요.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네, 감사합니다.

최근 북한과 중국 간 국경지방의 통제와 감시도 강화되고 북한 당국이 도문 다리에 외국인의 출입도 막아줄 것을 중국 측에 요청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국경을 비롯한 북한 내부의 물적, 인적 자원에 대한 통제가 강화돼 북한 주민의 삶은 더 피폐해지고 어려워진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게다가 북한 병사가 잇따라 한국으로 귀순하면서 군에 대한 통제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 주민이 김정은 제1비서가 민생을 챙기는 정책을 펼쳐줄까 기대했지만 지금도 북한 내부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통제와 감시 강화란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요, 경제개혁을 위해서는 조금씩 빗장을 열어야 하는 북한, 겉으로는 개혁개방을 지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의 문은 더 굳게 닫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