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잇따른 북한 병사의 귀순, 배고픈 북한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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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 최전선 북한 군대에서도 영양실조 만연
- 다른 지역보다 낫다는 것은 훔칠 곳이 많다는 것
- 옹진군, 부대가 집단으로 내려와 훔쳐간다
- 군 기강 해이는 당연 "군 사건․사고, 빙산의 일각"
- 배고픈데 통제, 사상교육 강화 "힘들다"


지난 6일 북한 전방초소에서 근무하던 북한군 병사 한 명이 자신의 상관 두 명을 사살하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한국에 귀순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병사는 "개성공단을 통해 남한 상황을 깨닫고 북한과 격차를 절감한 것이 귀순 요인"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밖에도 지난 2일, 북한군 중급병사 한 명이 동부전선을 넘어 한국에 귀순했고 지난 8월에도 북한군 병사 한 명이 서부전선을 통해 귀순하는 등 올해 들어 3명이 군사분계선을 넘었습니다. 북한 측 최전방 지역의 병사들은 주로 집안 배경이 좋거나 사상이 투철한 장병 위주로 선발되기 때문에 잇따른 귀순 사건은 해이해진 북한 군의 기강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은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하는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을 통해 오늘날 북한 군대의 모습, 북한 군사에 대한 대우 등을 짚어보겠습니다. 북한 내부기자가 취재한 소식, 그리고 취재협조자가 전한 생생한 북한 뉴스를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전해 드립니다.

일본의 이시마루 대표가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님, 안녕하세요.

[이시마루 지로] 네, 안녕하십니까?

- 최근 북한군 병사가 자신의 상관 두 명을 사살하고 한국으로 귀순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일단 이 사건을 어떻게 보시는지 정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네, 지금 전해지는 보도에 따르면 귀순한 북한 군 병사가 개성공단 부근에서 근무하면서 한국의 발전상을 알게 됐고, 북한 미래에 대한 환멸이 귀순 동기로 전해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는 이 사건이 발생하게 된 배경에는 말단 병사에 대한 대우가 악화한 것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북한 군대의 식량 상황이 좋지 않아 영양실조에 걸린 군인이 많다는 정보는 이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상황이 더 악화하고, 물질적인 대우, 특히 식량사정이 나빠지면서 부대의 규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요, 저는 그것도 이번 사건의 배경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북한 군부대에서 특히 식량문제를 중심으로 말단 병사에 대한 대우가 많이 악화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라고 보고 계신데요, 그렇다면 최전방 부대의 말단 병사에 대한 대우가 얼마나 심각하기에 이런 사건까지 발생했는지, 요즘 군부대의 분위기를 설명해 주시겠어요?

[이시마루 지로] 지난 9월 이후 우리 북한 내부의 취재 협조자와 많이 접촉하면서 식량 사정에 대해 집중적으로 취재했습니다. 특히 취재에서 군부대에 대한 언급도 많이 있었어요. 그런데 '도시에서 근무하는 건설부대의 대우가 제일 나쁘다'. '영양실조는 일상적인 현상이다.' 라는 말은 이전부터 계속 있었습니다.

제일 대우가 나쁜 건설부대에 비하면 최전선, 그러니까 군사분계선 부근에 근무하는 병사의 대우는 비교적 좋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상황이 어떠냐?'고 물어보니까 황해남도의 취재협조자들은 하나같이 황해남도 최전선 병사 중에 영양실조에 걸리는 군인들이 많다고 말합니다. 황해남도가 곡창지대이지 않습니까? 그래도 군부대에 대한 식량공급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물론 다른 지역에 비하면 황해남도는 좋은 편인데, 그것은 식량 공급이 좋아서가 아니라 주변의 농장, 농촌 마을에서 훔쳐갈 수 있는 식량이 있어 비교적 낫다는 거죠.

- 최근에는 '아시아프레스'가 촬영한 영양실조에 걸린 북한 병사 동영상을 공개한 적이 있죠.

[이시마루 지로] 네, 황해남도 옹진군에 우리 협조자가 있는데요, 옹진군 바로 앞은 바다이고요, 뒤쪽은 다 농촌입니다. 국가의 식량 공급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지만 그래도 도둑질할 수 있는 농촌 마을이 많아서 자주 습격하듯이 들어가 먹을 것을 많이 훔쳐간다고 합니다.

또 옹진군에서 군인 한 두 명이 찾아와 먹을 것을 달라고 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죠. 그런데 올해 들어 부대별로 상관의 명령을 받고 마을에 집단으로 내려와 훔쳐가는 일, 사람이 집에 있어도 먹을 것을 구걸하면서, 또는 민가를 습격하듯이 마음대로 식량이나 돼지, 강아지 등을 훔쳐가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거죠. 옹진군의 취재협조자는 마을 사람들이 '농촌마을에서 발생하는 절도 피해의 30~40%는 군대에 의한 것이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식량을 해결하기 위해서 부대가 조직적으로 농촌을 습격한다는 건데요, 조용히 집에 들어가 도둑질하는 정도가 아니라 부대 자체가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면에서 아주 심각하다는 거죠. 또 군대가 이런 도둑질을 해도 경찰이 아무런 대책을 세울 수 없는데 올해 들어 황해남도 최전선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매우 심해졌다고 협조자들은 말했습니다.

- 말씀하신 대로 배가 고프다 보니 군대의 기강이 해이해질 수밖에 없고, 이것이 결국은 상관을 사살하고 귀순하게 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할 수도 있겠군요.

[이시마루 지로] 물론 배가 고픈 것만이 귀순하게 된 배경의 전부일 수는 없겠지만,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대에 갔는데 대우가 계속 악화하면 당연히 사람들은 생각할 수 있죠. 무엇 때문에 군사 복무를 해야 하는지...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사건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북한군이 남한으로 귀순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에 외부사회가 북한 군대의 실상을 생각할 기회가 됐는데요, 최전선뿐만 아니라 내륙 쪽 군부대의 숫자도 많지 않습니까?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작년 초에는 평양에 근무하는 군인이 상관을 사살하고 도망치다 민간인까지 죽이고 체포된 사건도 있었습니다.

- 최근 이처럼 북한 병사가 잇따라 한국에 귀순하는 사건이 자주 발생하면서 군대의 기강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고, 북한 정권으로서는 군대를 더 통제하고 강화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거든요. 앞으로 군대에 대한 처우나 조치에 변화가 있을까요?

[이시마루 지로] 사실 군대에 대한 통제나 사상교육은 계속해 왔어요. 북한에서는 이렇게 배가 고파 민가에 가서 먹을 것을 훔치거나 강도질을 하는 것 등은 이전부터 계속 있었고, 당연히 북한정권에서도 통제와 사상 교육을 강화했을 겁니다.

그런데 통제와 사상교육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현장에 있는 병사는 계속 힘들어지잖아요. 그렇다고 일상생활에서 대우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요. 다시 말해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사실 북한 군대 안에서는 대우의 악화로 많은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네, 이번 북한 병사의 잇따른 귀순은 단순히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북한 군대의 조직, 병사에 대한 대우 등을 전반적으로 돌이켜볼 수 있는 사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님 감사합니다.

[이시마루 지로]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한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이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