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복무 병사의 증언 “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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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북한의 수도 평양에 주둔한 부대의 북한 병사가 영양실조에 걸려 집으로 보내졌습니다. 북한 군대의 식량 부족 현상이 김정은 정권에서도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데요, 특히 건설부대의 사정은 전혀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

"맨 염장에다 강냉이밥만 줍니다. 일이라도 조금 헐하면 좀 낫겠는데 우린 건설 부대니까 더 합니다."

"북한 북부 지역에서 직접 군인을 만나 취재한 결과 여전히 군대 안에서 식량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북한의 우선 배급순위인 군인의 영양실조를 볼 때 북한의 공급능력은 여전히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오늘은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김정은 정권하에서도 군 식량난 여전

- "맨 염장에 강냉이밥, 밥에 기름 한 숟가락만 쳐 주어도 좋겠다"

- 건설부대의 식량 사정은 여전히 열악해

- 영양실조 병사에 "제대시켜 줄 테니 집에 가서 치료받으라"

- 우선 배급 대상인 '평양'과 '군', 북한의 공급능력 여전히 어려운 듯


북한의 김정은 정권에서도 북한 군대의 식량 부족 현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1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아시아프레스'는 북한 북부지방에 거주하는 취재협조자가 지난 8월에 만난 현역 군인과의 대화 내용을 공개하며 이같이 전했는데요, 취재협조자에 따르면 영양실조에 걸린 이 군인은 평양에 부대가 있고 '8 총국'이란 건설 부대 소속이지만, 상급 병사란 계급장에 걸맞지 않게 마치 어린 소년처럼 보였습니다.

특히 이 병사는 "영양실조에 걸려 집에 치료를 받으러 간다"고 했는데 "몹시 여윈 얼굴에 병색이 짙고 눈에는 정기가 없어 보였으며 얇은 목이 머리를 겨우 받치고 있는 것 같았다"고 취재협조자는 덧붙였습니다. 게다가 목소리도 힘이 없어 작은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는데, 몸이 몹시 야위다 보니 입고 있는 군복이 마치 큰 자루를 씌어 놓은 듯했다는데요, '아시아프레스' 오사카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이 군인은 주둔지가 평양이거든요. 부업지를 만들기 위해 북한 북부지방까지 넘어온 겁니다. 그런데 영양실조가 너무 심각한 병사만 뽑아서 집에 보내는 과정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입니다. 지역마다 식량 사정이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요, 평양 부대 중에서도 '8 총국'은 건설 전문입니다. 취재에 성공한 사람도 건설 전문 부대원인데요, 이전부터 건설부대가 힘들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북한 당국에서 군대에 우선으로 식량을 주고 싶지만, 전투가 아닌 건설부대는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취재협조자에 따르면 자신을 30살이라고 소개한 이 병사는 부대를 떠나기 전까지 심장병과 영양실조로 부대에서 앓고 있었고 지금도 병을 앓고 있어 불쌍함을 지나 끔찍할 정도였습니다. 취재 협조자가 먹을 것을 주며 말을 걸자 음식을 본 병사의 눈이 금세 빛났다고 하는데요, 부대의 식량 사정을 묻는 말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북한 병사] 맨 염장에다 강냉이(옥수수)밥만 줍니다. 배는 고픈데 강냉이밥만 조금 먹고 온종일 곡괭이와 삽, 맞들이(2명이 짐을 맞들 수 있게 만든 도구)질하고 눈만 짜개지면 (뜨면) 일을 합니다. 일이라도 조금 헐하면 좀 낫겠는데 우린 건설 부대니까 더 합니다.

밥은 조금 주더라도 밥에 기름 한 숟가락씩만 쳐 주어도 한참 낫겠는데, 전혀 기름이 없이 소금국에 염장무만 먹이니까 얘들에게 허약(영양실조)이 옵니다"

또 '평양에서 군 복무를 하면 식량 공급이 좋지 않은가?' 란 질문에 이 병사는

[북한 병사] 명절 아침에 떡을 해주고 점심엔 국수를 주는 게 전부입니다. 이따금 지원 물자로 돼지가 들어올 때가 있는데, 그걸 삶아 줘도 얘들이 먹지 못해요. 배에 기름이 없으니 먹기만 하면 설사를 쫙쫙하고...

결국, 이 병사가 부대를 떠날 때 해당 부대에서는 "제대할 때도 되었으니 오지 않아도 된다"며 "제대 수속은 부대에서 해 줄 테니 집에서 치료를 받으라"고 말했다는데요, 워낙 비슷한 상태의 병사들이 많기 때문에 부대에서도 영양실조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특히 이 군인은 10년 정도 복무한 구대원, 즉 선임병인데요, 부대의 상급 병사면 오랜 기간의 군 복무 경험과 함께 수하에 대원들을 거느리기 때문에 군 생활도 편하고 영양상태도 좋은 편이지만 이런 구대원이 영양실조에 걸렸다는 점과 부대 안에 이렇게 영양실조에 걸린 병사들이 만연해 있다는 점에서 김정은 정권하에서도 북한 군인들의 식량 부족 현상이 여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Ishimaru Jiro] 북한에서는 선군정치를 하면서도 인민군대가 식량난과 영양실조를 겪는 병사가 많다는 말은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아시아프레스'가 김정일 시대에 영상도 찍어봤고, 병사를 직접 취재하면서 '북한 군인의 30~40%가 영양실조에 걸린 것이 아닌가?' 추측도 했는데요,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면서 변화가 있었는지, 아니면 문제가 풀렸는지 궁금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북한 북부 지역에서 직접 군인을 만나 취재한 결과 여전히 군대 안에서 식량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한편, 북한의 전체적인 식량 사정을 점검해 보려면 북한의 수도인 평양 주민에 대한 배급 상황 그리고 군대의 식량 사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의 우선 배급 순위이기 때문인데요, 오늘날 북한 주민에 대한 배급, 북한 군대의 식량 사정을 살펴볼 때 북한의 배급 능력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Ishimaru Jiro] 농사 작황은 2011년이 매우 나빴고, 작년 가을의 수확은 비교적 괜찮았는데, 지금 현재 여러 곳에서 들어오는 소식은 감자나 옥수수의 수확 상황이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또 최근 8, 9월의 배급 상황에 관해서는 특별히 나빠졌다는 말도 없습니다. 결국, 북한의 배급 능력, 다시 말해 '우선 배급 대상인 평양과 군대에 얼마나 공급 능력이 있느냐?'의 문제인데요, 조금씩 여유가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9월부터 새로운 옥수수 수확이 시작됐지만, 일반 주민에 대한 배급은 주다 말다의 상황이 계속되고 있고요, 전체를 놓고 볼 때는 그렇게 올해가 악화한 것 같지 않지만, 그렇다고 많이 개선됐다는 말도 없습니다. 북한의 공급 능력은 여전히 힘든 상황이라 보고 있습니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는 군대 문화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텔레비전 방송에서 군대에 관한 프로그램이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한국 군인들이 먹는 음식에 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워낙 다양하고 영양가 있고 맛있는 음식이 소개돼 심지어 군대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데요,

반면 10년 복무 기간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리는 북한 군인. 특히 돈 없고 힘없는 집안의 자녀들이 소속된 건설부대 군인의 현실은 김정은 정권에서도 좀처럼 나이질 기미를 보이는 않는 것 같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