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식량유통 통제․시장서 쌀 거래 금지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북한에서 최근 북한 주민의 자유로운 쌀 판매를 통제하면서 국가가 운영하는 '양곡 판매소'에 쌀을 수매하도록 강요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는 북한 당국이 지난 9월 말부터 '양곡 판매소'외 모든 곳에서 식량 판매를 금지했다고 전했는데요,

"올해는 운반의 이동뿐만 아니라 판매 자체를 아예 못하게 하고, 예년에 비해 강력하게 식량 유통에 관한 간섭을 시작한 겁니다."

북한 당국이 이같은 조치를 취한 이유로는 '군량미․수도미의 확보'와 '식량을 이용한 주민 통제'를 들 수 있는데요, 식량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던 북한 주민은 물론 중간 운반업자, 도․소매상 등은 당국의 강압적 조치로 현금 수입에 직격탄을 맞게 됐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 '양곡 판매소'의 부활, 쌀 시장 확대 통제 목적인 듯

- 식량 운반뿐 아니라 판매까지 금지, 쌀 전매제 부활

- 쌀 판매소 운영에 사법기관 적극 개입

- 양곡 판매소의 설치 운영은 새로운 경제관리체계 일환

- 농장원, 되거리꾼, 도․소매상 등 생계 직격탄, 불만 고조


최근 개인의 쌀 판매를 다시 통제하면서 국가가 운영하는 '양곡 판매소'에 쌀을 수매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1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아시아프레스'는 지난 7일 북한 북부지역에 사는 취재협력자의 보고를 인용해 지난 9월 말경부터 지역 당국이 '양곡 판매소'외 모든 곳에서 식량 판매를 금지했다고 전했는데요, 취재협력자는 당국의 이러한 조치와 관련해 이전 '량곡수매를 대중화할 데 대한 당의 방침'이 있었고 이에 따라 개인의 여유 식량을 당국이 운영하는 '양곡 판매소'에 시장 가격보다 조금 싸게 팔게 돼 있지만, 현재는 식량의 유통과 판매를 모두 개인이 하고 있어 이런 조치가 취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매년 가을의 수확시기가 되면 식량 이동에 대한 제한이 생깁니다. 특히 황해도와 같은 곡창지대는 장사꾼들이 (식량을) 운반하는 경향이 매우 활발해지는데요, 이것은 국가가 하는 것이 아니라 농장에서 생산된 쌀이 시장에 유입되는 움직임입니다. 그 분량이 많아질수록 국가가 보유하는 쌀이 줄어드는 거죠. 그래서 매년 가을마다 식량 이동에 대한 제한이 많이 생기는데, 올해는 식량의 이동뿐만 아니라 판매 자체를 아예 못하게 하고, 양곡 판매소를 통해 쌀 전매제가 부활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에 따르면 북한에서 '양곡 판매소'가 처음 등장한 때는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로 보입니다. 1990년대에 극심한 식량난으로 국가 배급망이 붕괴하자, 개인을 중심으로 한 쌀 시장이 급격히 확대했는데요, 당시 북한 당국은 이러한 쌀 시장의 확대를 제한하고, 쌀 가격만큼은 국가가 통제하기 위해 국영 상점을 통한 유통망을 복구하려 한 겁니다.

당시 '양곡 판매소'는 개인이 식량을 직접 팔지 못하도록 시장가격보다 조금 싼 가격으로 개인에게서 식량을 사들인 뒤, 지정된 국영 판매소에서 팔게 돼 있었지만, 수매 가격이 시장 가격보다 싸고, 쌀의 질도 시장의 개인 쌀보다 떨어지는 등 여러 가지 원인 때문에 판매소에서 쌀을 팔거나 사려는 사람도 없는 실정이었습니다.

결국, '양곡 판매소'는 처음부터 간판만 걸린 건물로만 존재했는데, 이제 북한 당국이 국영 쌀 판매소를 부활시키겠다는 겁니다. 또 취재협력자는 "지역의 식량 문제를 담당한 간부가 직접 나와 '이번 조치는 당 정책에 의해 집행되는 사업'이라고 공표한 것으로 보아 쌀 판매의 통제는 한 지역만이 아닌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것"이라고 전했는데요,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 당국이 이같은 조치를 취한 이유에 관련해 '군량미․수도미의 확보'와 '식량을 이용한 주민 통제' 등을 들었습니다.

[Ishimaru Jiro]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군량미와 평양 주민을 대상으로 한 수도미를 잘 준비해야 하는데, 이것은 가을에 농장에서 생산하는 쌀을 국가가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또 (이번 조치를 통해) 내년에도 군대, 큰 기업소, 평양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배급제를 반드시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느낍니다. 또 올해는 황해도 쪽에서 가뭄 때문에 어느 정도 피해가 있었다는 정보가 많습니다. 당연히 식량 타격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거든요. 그런 점을 생각하면 농장에서 곡식의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북한의 다른 움직임을 봐도 북한 당국에서 보수적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는 느낌을 받거든요. 식량 판매의 전매제로 돌아간다는 것은 실상을 무시하는 일이라고 보지만, 중앙의 방침 때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시장에서 쌀을 팔고 있는 장사꾼들. 매대에 여러 종류의 곡식이 담긴 자루가 놓여 있고 가격표도 보인다. 우측 끝에 있는 쌀자루엔 4900원 라고 적혀 있다. 2013년 9월 청진시.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시장에서 쌀을 팔고 있는 장사꾼들. 매대에 여러 종류의 곡식이 담긴 자루가 놓여 있고 가격표도 보인다. 우측 끝에 있는 쌀자루엔 4900원 라고 적혀 있다. 2013년 9월 청진시. 사진-아시아프레스 제공

이와 함께 국영 '양곡 판매소'의 운영에 사법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움직임도 감지됐습니다. '아시아프레스'의 취재협력자는 "동원된 지역 검찰과 보안서가 '양곡 판매소'와 협력해 개인에 의한 식량의 유동과 판매를 통제하면서 양곡 판매소에 쌀을 시장 가격보다 싸게 팔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심지어 취재협력자가 거주하는 지역에서는, 경계마다 식량의 이동을 단속하기 위한 '식량 차단소'까지 설치하고 있습니다. 또 량정부(식량 공급 담당 부서)의 허가증 없이 개인이 식량을 운반하는 경우는 무조건 회수하는 것으로도 전해졌는데요, 단속에 불응하는 주민은 당의 방침을 어기는 것으로 간주해 엄하게 처벌받는다고 합니다.

실제로 지역 판매소의 소장은 주민에게 직접 '양곡 판매소가 아닌 다른 곳에서 개인이 쌀이나 콩을 팔면 무상으로 몰수한다'는 담보서까지 받아갔으며 지난 9월 28일에는 쌀 25자루를 갖고 들어오던 쌀 장사꾼이 단속에 걸려 전량을 국영 '양곡 판매소'에 싼 가격으로 강제 수매 당하는 일도 있었다고 '아시아프레스'는 소개했습니다.

[Ishimaru Jiro] 그러니까 예년에 비해 강력하게 식량 유통에 관한 간섭을 시작한 겁니다. 그것만 보면 이례적이라 할 수 있는데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쌀을 주민 통제에 활용했기 때문에 시장에서 식량 거래에 관한 간섭이 계속된다면 북한 당국에서는 예년과 다른 강한 통제까지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북한 당국의 이러한 조치는 김정은 정권이 2012년 6월에 발표한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의 한 고리로 진행되는 사업으로 볼 수 있는데요, 지난 1월 17일 일본의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북한의 농업부문에서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의 우월성에 대해 전하면서 '삼지강 협동농장'의 예를 든 바 있습니다.

당시 해당 기사는 '이 농장의 농장원들은 여유 곡물이 많아지면 시장이 아니라 양곡 판매소를 찾는데, 농민들이 여유 곡물을 시장과 비슷한 가격으로 팔기 때문'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또 조선신보는 식량의 자유처분 권한을 부여받은 농민들이 시장이 아닌 판매소를 찾는 이유에 대해 '그래야 떳떳하고 좋다. 나라의 쌀독을 책임진 농민의 본분이다'라는 농장 관리위원장의 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당국의 이같은 강압적 조치에 북한 주민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특히 식량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던 농장원들은 '자신이 농사를 지어 얻은 식량조차도 마음대로 팔지 못하게 됐다'며 하소연하고, 돈 없는 서민들은 '사정이 어려울 때 언제든지 시장에서 외상으로 먹었는데, 국가 상점은 외상이 없으니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합니다.

이밖에도 북한 당국의 이번 조치는 식량 유통과 관련된 많은 북한 주민의 생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요,

- 대표님, 북한에서 쌀 유통이 통제되면 가장 피해를 보고 실제로 영향을 받는 계층은 북한 주민 아니겠습니까? 쌀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고요, 쌀이 팔리지 않으면 다른 것도 살 수 없기 때문에 북한의 서민 경제가 돌아가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일반 주민에게 끼칠 영향과 전망을 정리해 본다면요?

[Ishimaru Jiro] 북한에서 쌀을 판매해서 먹고 사는 사람은 상당히 많습니다. 생산자인 농민들도 가을에 분배를 받았거나 감춰놓았던 쌀을 시장에 팔아 현금을 얻습니다. 또 '되거리꾼'이라 불리는 중간 운반업자도 있고요, 도매 장사꾼은 물론 시장의 소매장사꾼들도 있지 않습니까? 이 사람들이 모두 영향을 받습니다. 자신이 생산한 쌀을 마음대로 팔지 못하게 되고, 쌀 유통에 관계했던 중간 업자들도 현금 수입에 지장이 생기죠. 국가의 통제가 심해지면 생활이 어려워지는 사람이 많아지게 되고,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먹는 문제와 직접 관련된 통제이기 때문에 이 조치가 계속된다면 사람의 불만이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쌀은 곧 사회주의'라고 표현할 만큼 북한 정권에게 식량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계획경제의 마비로 가격을 통제할만한 쌀을 확보할 수 없었고, 체제의 생명과 다름없는 식량은 오랜 기간 장마당에서 북한 주민에 의해 좌우됐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국영 '양곡 판매소'를 통해 다시 식량 가격 통제에 나선다 하더라도 이미 주민의 경제적 활동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린 북한 당국이 쌀 시장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