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북 국경경비대 장교, 부하에게 살해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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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10월 10일에 두만강 연선 국경경비대에서 하급 병사가 상관을 때려죽인 사건이 발생했다고 취재 협조자가 전해왔습니다"

북한 두만강 인근 국경경비대에서 근무하는 하급병사 2명이 상관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2일 북한 병사가 상관 2명을 살해하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한국으로 귀순한 사건이 있은 이후 계속된 군대 내 하극상 소식인데요,

"이번에는 아주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업무에 대한 불만으로 죽인 사건이니까 '군부대 안에서 불만이 상당히 고조돼 있지 않나?' 이렇게 살해까지 한다는 것은 군부대 내의 규율이 많이 약해졌다고 할까요?"

군사분계선 인근 부대와 마찬가지로 국경경비대 병사들에 대한 대우가 매우 열악해지면서 군대 내 불만도 커진 것이 이번 사건의 배경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하는 <지금 북한에서는>시간으로 꾸며봅니다.

- 두만강 중류, 정치지도원이 돌에 맞아 사망
- '상부에 불리한 보고', '불량행위'에 대한 복수
- 국경경비대, 대우는 열악하고 뒷돈도 끊기고
- 대우에 대한 불만, 군 기강의 약화가 하극상 배경

북한 함경북도의 조-중 국경지대에서 국경경비대의 장교가 부하 병사에게 맞아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ASIAPRESS)'가 18일 밝혔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취재협력자인 탈북자가 현지 국경경비대원과 직접 통화해 확인했다면서 지난 10월 10일, 국경경비대 김 모 중위가 젊은 하급병사 2명으로부터 돌에 맞아 사망했고 범행을 저지른 2명은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Ishimaru Jiro] 10월 10일에 두만강 연선 국경경비대에서 하급 병사가 상관을 때려죽인 사건이 발생했다고 취재 협조자가 전해왔습니다. 죽은 사람은 김 모 라는 중위로 정치지도원이었습니다. 정치 지도원은 국경경비대의 병사를 감시하고 상부에 보고하는 역할을 하는데 보고가 잘 안 된 일반 병사는 많은 불이익을 받습니다. 그런데 좋지 않은 평가가 상부에 보고되면서 이 때문에(하급 병사가) 돌로 때려죽였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이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김 모 중위는 범인인 병사 2명과 같은 중대 소속으로 국경 두만강 중류의 초소(30~40명 규모의 대기소)에 근무하고 있었는데요, 김 모 중위는 27세로 병사들에게 노동당의 사상 교양사업을 담당하는 '정치지도원'이었으며 일반병사의 평소 행동을 감시해 상부에 보고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일반 병사 가운데는 강등 또는 강제 제대를 당하고 형무소에 보내 지는 경우가 있었는데요, 김 모 중위는 불량행위를 빌미로 병사에게 무리한 금품을 요구하기도 해 부대 안에서도 미움을 사고 있었고 이번 사건도 불리한 보고에 거론된 젊은 병사 2명이 홧김에 김 모 중위를 때려 살해한 것이라고 이시마루 대표는 전했습니다.

특히 이 취재협력자는 현지 경비대원을 인용해 "김 중위를 살해한 2명은 당원이 되고 사관학교에 가기로 되어 있었지만, 상부로부터 부정행위가 발각돼 무산돼버렸고 보고를 올린 사람이 김 중위라는 것을 알고 복수했다고 '아시아프레스'에 말했습니다.

[Ishimaru Jiro] 몇 년 사이에 가끔 이런 소식이 귀에 들어왔습니다. '부대 안에서 갈등이 생겨 하사관이 상관 간부를 죽이고 도망쳤다, 탈북했다'는 사건은 가끔 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아주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업무에 대한 불만으로 죽인 사건이니까 '군부대 안에서 불만이 상당히 고조돼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중 국경지대에 근무하는 경비대에는 밀수업자에게 뇌물을 받거나 중국으로 탈북 또는 월경을 눈감아주는 대신에 '통행료'를 징수하는 부정부패 행위가 90년대 후반부터 횡행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북한 군인이 중국 측의 사람과 짜고 탈북 브로커로서 활동하거나 내부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이같은 병사의 불량행위를 감독하는 사람이 보위지도원이나 정치지도원입니다.

이시마루 대표에 따르면 정치지도원이 병사의 문제를 상부에 보고하면, 문제의 정도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되는데 다음과 같은 단계가 있습니다.

첫째, 계급강등이나 별부대로 이동, 둘째, 문제가 있어 근무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제대조치 되는 이른바 생활제대, 여기서 생활제대 대상자는 사회에 복귀해도 당원이 되지 못하고 배치에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셋째, 단련대 또는 교화소로 보내지거나 최악의 경우는 총살형에 처하기도 하는데요,

조-중 국경지대에 근무하는 경비대원은 부정행위에 가담하는 대신 주민으로부터 뇌물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직장'이지만 2004년경부터 통제와 처벌이 엄격해져 '수입'이 많이 감소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돈벌이가 나빠진 건데요, 국경지방 현장병사의 대우는 심각하게 악화했고 이로써 군대 내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이번 상관 살해사건의 배경으로 생각된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덧붙였습니다.

[Ishimaru Jiro] 이전에는 국경경비대가 훨씬 좋은 직업이었습니다. 부수입이 많아서 그렇죠. 탈북, 월경, 밀수, 중국 휴대폰 사용 등으로 뇌물이 많이 들어올 수 있는 자리였는데요, 중국 국경지대에 배치되면 근무기간에 집이 하나 생길 수 있다는 말까지 생겼거든요. 국경경비대는 부모로서도 배치를 원하는 장소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계속 경비대 안에서 통제, 감시가 심해지면서 뇌물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사라졌거든요? 일반 병사들도 불만이 많이 생겼을 거고, 생활 자체도 매우 어려워졌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 요즘은 탈북자나 밀수 행위도 없고, 그만큼 뇌물 횟수도 줄어들었잖아요.

그렇죠. 생활수준이 일반 공급체계 외에는 받을 것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군대에 대한 공급체계가 많이 마비되면서 국경경비대 병사들의 대우도 매우 악화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난 6일에도 한국과 군사분계선 인근 북측 경비초소에서 근무하던 북한군 병사 한 명이 자신의 상관인 소대장과 분대장을 사살한 뒤 군사분계선을 넘어 한국으로 귀순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국경경비대에서 일반 병사가 장교를 살해한 겁니다.

이는 군부대 내에서 병사들의 대우가 매우 악화한 것과 함께 군 내부의 규율이 매우 허술해진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Ishimaru Jiro] 그래도 상하 관계의 규율이 있는 것이 군대 아닙니까? 이렇게 살해까지 한다는 것은 군부대 내의 규율이 많이 약해졌다고 할까요? 심각한 군 내부의 규율 마비가 발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군정치를 앞세웠던 북한. 어떤 것도 군대보다 앞선 것이 없던 북한에서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북한 군인, 북한 군대의 기강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달 초에도 국경지방에서 외국인에게 먹을 것을 구걸하는 북한 군인의 모습이 한국 언론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는데요, 이같은 모습을 보면서 "북한 당국이 군대를 잃으면 결국 모든 것을 잃는 것과 같다"는 워싱턴 내 북한인권 운동가의 말이 떠오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