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외화벌이를 하라는 북한 당국의 지시에 따라 중국 중소기업의 투자를 받은 북․중 합영 기업의 북한 노동자가 월급 문제로 출근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측 기업은 약속대로 쌀을 지급했지만 군 당국이 중간에서 이를 가로챘기 때문인데요, 중국 측 기업이 앞으로 직접 노동자에게 월급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아직도 공장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출근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에서 살펴보겠습니다.
- 북․중 관계에 있어 북한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북한' 자체가 아니라 '미국'이라고 북․중 관계 전문가가 최근 강연회에서 밝혔습니다. 근본적인 미․중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한 중국은 계속 북한을 품에 안고 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인데요, 강연회 내용을 소개해 드립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합영 기업 노동조건, '하루 세끼 식사'와 '매달 쌀 25kg'
- 중국 기업이 지급한 월급, 흰쌀 25kg 당국이 가로채
- 중국 측 기업 직접 원인 조사 "앞으로 직접 노동자에게 지급하겠다"
- 여전히 출근자 늘지 않고, 합영 기업 운영 어려움
'각 도의 지방도시마다 외화벌이 사업을 담당하라'는 북한 당국의 지시가 내려지면서 북한 지방에서는 중국 측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려는 노력을 전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북한의 값싼 노동력에 매력을 느껴 북한에 투자하려는 중국의 중소기업이 조금씩 등장하고 있는데요,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함경북도를 비롯한 북․중 접경지역에서 중국인들이 투자한 합영 기업들이 여러 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중 합작으로 운영하는 옷 공장의 노동자들이 월급 문제로 출근을 거부한 일이 발생했는데요, 평안북도 신의주에 거주하는 취재 협조자는 지난 15일 아시아프레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북부 지방의 옷 공장에서 중국인 투자자가 노동자에게 지급한 식량을 북한 당국이 가로채 노동자들이 출근을 거부하고 있어 문제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합영 공장에서 일하는 친척과 대화를 토대로 전한 취재협조자에 따르면 이 공장은 중국인이 설비와 자재를 투자해 중국의 교화소나 감옥에서 죄수들이 입는 옷을 생산하는 곳으로 지난 8월부터 운영을 시작했는데요, 노동조건은 아침 6시부터 15시간 일하는 대신 노동자 1인당 매월 흰쌀 25kg과 세 끼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북한노동자가 받는 세 끼 식사와 쌀 25kg은 월평균 미화 25달러 정도, 이는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받는 134달러에 크게 못 미치지만, 지방에서는 비교적 좋은 노동조건이어서 많은 북한 주민이 뇌물까지 바쳐가며 공장 근로자가 됐는데요, 공장이 운영된 지 한 달 만에 문제가 발생한 겁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중국 쪽에서는 약속대로 8월, 9월분의 쌀을 제공했대요. 그런데 군 당국에서 군량미 명목으로 이를 잘라버렸답니다. 실제 군량미로 쓰겠다고 한 것이 누구 손에 들어갔는지 잘 모르겠는데, 모두 노동자 손에 들어가지 않고 쌀 10kg만 돌아갔다고 합니다. 이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일제히 출근 거부를 했다고 합니다.
약속대로 월급을 받지 못한 북한 노동자들은 "아침 6시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면서 쌀 25kg도 못 받는다면 차라리 장마당에서 장사하는 것이 낫다"며 출근을 거부하고 있다는 겁니다.
18일 현재까지도 공장 근로자의 절반 이상은 출근하지 않고 있어서 일부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지만 공장운영에는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요,
이에 취재협조자는 "중국인 투자자가 공장에 출근하는 노동자가 줄어든 이유를 직접 조사하고 당국이 쌀을 군량미로 빼돌린 것을 알자 앞으로는 노동자들에게 직접 공급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Ishimaru Jiro] 중국과 합영 기업이기 때문에 (중국 기업이) 북한의 지방 당국과 계약을 해서 들어갔을 것 아닙니까? 그런데 제대로 약속을 지킨 중국 기업 측에서는 '줄 것을 줬는데 노동자가 출근하지 않으면 공장이 가동 안 되니까 이것을 정상화하라'고 요구할 겁니다. 또 중국 업자가 다음부터는 노동자들에게 직접 월급을 지급하겠다고 했는데, 북한 노동자들이 상당히 좋아하고 이를 환영했답니다. 하지만 결과가 어떻게 될지를 두고 봐야 할 것 같고요, 저도 주목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이) 중앙에 보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중국 측 중소기업의 조치에도 출근자는 줄어들고 있고 쌀 공급문제로 중국 투자자와 북한 당국 간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취재협조자에 따르면 현재 옷 공장 외에 기초식품공장, 식료공장 등이 차례로 합영될 예정이지만 북한 당국이 노동자에 대한 보상과 임금 지급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합영 공장의 정상적인 매출은 보장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Ishimaru Jiro] 이웃 나라인 중국의 중소기업이 투자한 사례이지만 그래도 국제 합영 사업입니다. 그럼에도 북한 당국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아 이런 일이 발생했지 않았습니까? 이런 경험을 통해서 북한은 국제적인 상식을 배웠으면 좋겠다는 것이 개인적인 견해인데, 지방 당국자들도 일반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중간에서 빼앗아야 자기들도 살 수 있는 경제 구조이기 때문에 바로 수정하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께서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을 듣고 계십니다.
<중국의 대북 태도, '북한' 아닌 '미국'에 달려>
- 써니 리,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 연구원
- 중국의 태도 결정하는 요소는 '북한' 아닌 '미국'
- 중국은 북한을 미․중 관계의 '일부분'으로 봐
- 근본적인 미․중 관계 개선되지 않는 한 중국은 북한을 끌어안고 갈 것

그동안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전통적인 우호 관계', 또는 '혈맹관계'라고 불려 왔고 그만큼 두 나라는 역사적, 사회적, 지정학적으로 밀접하면서도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중국에서 습근평, 즉 시진핑 국가주석의 새 지도부가 들어서고 북한에서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가 시작되면서 최근 북․중 관계는 많은 굴곡을 거쳐 왔습니다.
특히 지난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올해 초 3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중국도 북한의 도발행위에 불만을 표시했고, 북한을 대하는 방법론, 즉 전술적인 측면에서 변화를 가져왔는데요, 하지만, 중국의 근본적인 대북정책 변화를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견해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6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는 중국 연구소에서 주최하는 '중국의 대북정책'에 관한 강연회가 열렸습니다.
이날 강연회에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를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요소는 정작 '북한'이 아닌 '미국'이라는 주장이 눈길을 끌었는데요. 강연회의 발표자로 나선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의 써니 리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의 대북관에 더 큰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습니다.
[Sunny Lee] 북한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는 '북한' 자체나 '북한의 행위'가 아니라 미국입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이 북한을 바라보는 전략적인 태도는 '중국이 미국과 어떤 관계를 갖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 간 현안에 있어 북한 문제는 작은 부분입니다. 다시 말해 북․중 관계는 아태지역에서 미국과 중국이 서로 협조와 경쟁을 하는 가운데 만들어내는 지정학의 '일부'입니다. 이것이 정말 문제이긴 하지만, 만약 미국과 중국 간 관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중국은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북․중 관계 전문가로 잘 알려진 써니 리 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과 최근 일본 자위권을 인정하는 모습 등을 여전히 중국에 대한 견제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 간 이같은 불신이 계속 존재하는 한 중국은 북한을 품에 안고 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다시 말해 중국이 미국과 경쟁 관계에서 미국에 대해 갖고 있는 불신이 매우 크며 북한을 전략적인 수로 보는 시각은 바뀌지 않았다는 건데요, 예를 들어 이번 달 미국의 항공모함인 조지워싱턴호가 서해에 진입한 것을 두고 중국은 이를 북한을 겨냥한 훈련이 아닌 자신의 군사작전에 대비하는 것으로 의심하는 심리를 유념해야 한다고 써니 리 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또 써니 리 연구원은 질의응답 시간에 중국이 계속 도발행위를 일삼는 북한을 계속 지지하면서도 스스로 손익을 계산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불신이 깊은 미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한 북한을 계속 포용하는 것을 더 선호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는데요,
특히 중국은 시진핑 정권에 들어서면서 빈부격차와 좌우 노선 사상투쟁, 관리들의 부패, 인터넷을 통한 국민의 정보습득 등 체제 불안감이 이전보다 더 심해졌고, 따라서 국내문제에 전념하고 있었지만, 북한 지도부의 과도기와 북한의 핵실험을 겪으면서 '골치덩어리 북한'이 중국의 외교 전략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는 겁니다.
근본적인 미․중 관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북한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중국, 또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포기하게 하려는 미국과 한국의 전략 사이에서 정말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북한 자체가 아닌, 바로 미․중 관계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