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 북한에서 전력난과 시설 낙후로 열차 운행이 마비됐다는 사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특히 북한의 대표적 국영기업인 철도 회사가 심각한 운영난을 겪는 가운데 다른 기업과 달리 사회주의식 경영 체계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데요,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면서 자체 해결식 기업체가 많아졌어요. 하지만 대표적인 국영철도는 여전히 사회주의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최근 북한의 열차 운행상황을 살펴보면 시설․운임․근로여건 등에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다른 국영기업이 조금씩 변하는 사이 조금도 개선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북한 주민을 통제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포함되는데요,
오늘은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 정전과 기관차 부족으로 국영 철도 지연 여전
- 외화벌이용 노선은 우선 지원, 그 외 지역은 후순위
- 다른 국영기업에는 자율권 인정․국영철도는 사회주의식 운영 고집
- 대중교통이 '운송 서비스'란 개념 부족도 문제
북한의 대표적 국영기업인 철도 회사가 심각한 전력난과 차량․시설의 노후화로 운영난을 겪는 가운데 다른 기업과 달리 여전히 사회주의식 경영 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는 북한의 열차 운행이 지연되는 것은 전력부족이 아닌 열차를 견인하는 기관차의 부족과 잦은 고장에 원인이 있다고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북한의 철도 사정에 정통한 함경북도 청진의 취재협력자는 "가장 긴 노선인 '동해안선'만 하더라도 정전보다 기관차를 수리하거나 교대 기관차를 기다리는 데 대부분 시간을 허비한다"며 실제로 함경북도의 철광석 생산지인 무산광산과 청진시의 대규모 제철소에는 우선적으로 전기가 공급되기 때문에 철도의 전기 사정은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양강도 혜산이나 함경남도 함흥, 평안남도나 황해도 등 중남부 지역은 전력부족으로 열차 운행이 매우 열악하지만, 무산과 청진을 잇는 노선이나 해당 지역은 정전으로 열차가 운행에 지장을 받는 경우가 드물다는 겁니다.
특히 무산광산의 철광석은 중국으로 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고 함경북도에 있는 '김책제철소'와 '성진제강소' 등에도 철광석을 보내야 하는데 전력이 끊기면 북한 내 강철 생산이 중단되기 때문에 먼저 전기를 공급하고, 정전 시에도 빠르게 복구한다고 취재협력자는 덧붙였는데요,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외화벌이나 주요 기간산업이 있는 도시 간 전기공급은 된다는 거죠. 무산광산은 전기 공급을 멈출 수 없고, 철광석이 함경북도 청진과 김책 등으로 나가야 하기 때문에 함경북도 무산은 운반수단으로써 (기차에 대한 전기를) 먼저 공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외화벌이와 관계없는 지역의 철도는 여전히 전력난 때문에 마비상태이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도 있다는 거죠.
지난 9월 현재 북한 북부지역과 평양 간 열차 운임표도 살펴봤습니다. <표 참조>

함경북도 무산에서 평양까지 일반 좌석은 1천400원, 일반침대와 전용침대 칸은 3천 원에서 3천500원입니다. 두만강에서 평양, 혜산에서 평양 구간도 일반 좌석은 각각 1천700원과 1천100원, 침대칸은 3천 원에서 4천 원의 가격대를 보이고 있는데요,
[Ishimaru Jiro] 이런 운임으로 사람을 태우면 적자가 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기관차․객차․선로․전기시설의 갱신을 자력으로 할 수 없잖아요. 그렇다고 열차 운행을 완전히 멈출 수도 없고...그런 측면에서 운임 조사를 볼 때 철도에 관해서는 아직 사회주의 원칙을 전혀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여전히 사회주의식 철도 시스템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거죠.
따라서 열차 운임에는 암거래 가격이 존재합니다.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무산-평양행'은 2만 원 정도에 거래되는데, 암거래 가격이 시기나 수요에 따라 변하지만, 대체로 국정 가격보다 5~6배 정도의 차이가 납니다.
또 북한에서 열차를 많이 이용하는 주민에 따르면 '청진-평양', '혜산-평양' 노선의 거리는 비슷하지만, 청진과 평양의 중간 지점인 함흥행의 운임은 2만 원의 절반인 1만 원 정도에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국정 가격'과 '암거래 가격'이 5배 이상 차이가 나지만, 노선마다 표가 제한돼 있고 많은 사람이 표를 구매하려 하기 때문에 역무원들은 표를 몇 배나 비싼 가격에 팔고 있습니다. 특히 월급이 2천 원도 채 되지 않는 역무원으로서는 이렇게 표를 팔아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데요, (관련 기사)
물론 암거래 표가 비싸기 때문에 급한 일이 아니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역에 공식적으로 미리 표를 신청해 국정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Ishimaru Jiro] 5~6배의 비싼 운임은 부정부패이기도 하지만, 철도원의 생활비로 나가는 거죠. 공식적인 월급으로는 살 수 없으니까 결국 철도 노동자가 5~6배의 높은 운임의 암표를 팔아 수익을 챙기고 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의 철도운영 실태를 다시 조사하면서 다른 기업소와 달리 국영철도 시스템은 전혀 변화가 없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북한을 대표하고 일반 주민이 이용하는 서비스 제공업체로서 매우 중요한 국영기업임에도 사회주의식 운영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데요,
[Ishimaru Jiro]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면서 자체 해결식 기업체가 많아졌어요. 사회주의․ 계획주의 경제 시스템 아래 많은 기업이 경영이 안 되니까 현장이나 경영자에 권한을 주고 노동자의 임금․물자조달․판매 등의 결정권을 기업에 주고 있지 않습니까? 북한에 새로운 경제개선조치가 있다고 하지만, 대표적인 국영철도는 여전히 사회주의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 당국이 열차 운행의 목적에서 '사람의 이동'에 관한 서비스 개념이 약한 점도 지적했습니다. 외화벌이 수단에 중요한 구간과 지역에는 우선으로 전기를 공급하면서 그외 일반 주민이 이용하는 곳은 후순위로 밀린다는 점이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겁니다.
[Ishimaru Jiro] 시장경제가 활발해지고 이동도 많아졌지만, 아직 사람의 이동이 제한돼 있지 않습니까? 자유로운 여행도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철도가 운수 서비스업이란 개념이 아직 약한 것 같습니다. 대신 버스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잖아요. 철도는 사람뿐 아니라 군수물자, 산업 자재, 광물 등도 운반하니까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서 이것을 시장화 하면 너무 많은 영향을 받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운수만 시장화할 수 없지 않나 싶고요, 서비스 개념 자체가 약한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 철도와 버스 등 매우 열악한 대중교통의 현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특히 북한의 대중교통 발달은 사람의 이동․정보의 유통이란 측면에서 북한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 위기가 될 수 있다고 볼 때 북한 당국이 쉽게 시장경제식 운영으로 변화를 꾀할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