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카다피 사망 소식, 북 일반 주민까지 확산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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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사망과 관련해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불고 있는 반정부 민주화 시위에 대한 몇 가지 특징이 눈길을 끌고 있는 있는데요,

첫째, 독재자들을 몰아낸 중요한 수단으로 각종 정보통신의 역할이 중요했고

둘째, 이제 국제사회가 반인륜, 반독재를 묵인하지 않고 함께 이를 제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셋째, 어떤 독재자도 군대만으로 국민의 분노를 잠재울 수 없다는 것 등입니다.

카다피의 비참한 말로를 지켜본 국제사회는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름을 자주 거론하고 있습니다. 독재자들의 몰락이라는 역사적 흐름에서 북한도 결코 예외일 수 없다는 건데요, "언젠가 북한에서도 민주화 시위는 일어날 수 있고 억압정권은 반드시 몰락한다"라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말이 카다피의 죽음과 맞물려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반정부군에 붙잡혀 사살된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의 소식에 대해 북한 당국은 함구하고 있지만, 평양과 지방의 고위 간부들은 이를 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북한 주민 사이에서 카다피의 비참한 말로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확산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 북한 당국이 내부 단속을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 카다피 전 국가원수의 죽음으로 북핵문제의 해결이 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한도 리비아가 핵을 포기했기 때문에 서방 세계의 공격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는데요, 이에 대해 카다피가 무너진 것은 핵을 포기해서가 아니라 자국민에 대한 대량 학살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평양과 지방 고위 간부는 알고 있어

리비아의 독재자였던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가 지난 20일 결국 반정부군에 붙잡혀 사살된 데 대해 북한은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카다피 전 국가원수가 북한과 수교하고 정치와 군사, 경제, 인적 교류 등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카다피의 죽음을 제대로 알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북한 주민 사이에서 이 소식이 곧 확산할 가능성은 커 보입니다. 북한 내부의 소식을 전하는 일본의 언론기관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평양과 지방의 고급 간부는 카다피의 사망 소식을 알고 있으며 곧 일반 주민에게 확산할 것으로 본다고 2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이시마루 대표] 제가 알기에 일반 주민은 (카다피의 사망소식을) 아직 잘 모릅니다. 하지만, 평양의 고급 간부들은 알고 있을 거고요, 그 주변 사람들도 이에 관한 정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의 고위 간부들은 알고 있죠. 일반 사람들에게는 이제 정보가 들어가게 될 거에요.

이처럼 북한 전문가나 대북 소식통, 탈북자들은 북한이 카다피의 죽음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이 소식이 곧 북한 주민에게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합니다.

또 이미 카디피의 소식을 아는 북한 주민도 있다는 탈북자의 주장도 있는데요, 북한과 연락이 닿는 이 탈북자는 특히 중국과 북한을 오가는 무역일꾼, 한국의 가족이나 친척과 전화통화를 하는 북한 주민, 그리고 리비아로 파견을 기다렸던 노동자 등을 통해 카다피의 비참한 말로가 간접적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이 소식이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 내부로 확산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지난 2월 이집트(에집트)에서 반정부 민주화 시위가 발생했을 때도 북한 당국이 이를 주민에게 알리지 않았지만 장마당과 휴대전화를 통해 이 소식이 확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아시아프레스’의 지로 대표도 외부 정보가 북한에 전달되기까지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곧 카다피의 사망 소식이 전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내 탈북자는 자신이 대학생이던 1989년,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가 시민군에 의해 처형된 소식이 순식간에 학교에 퍼지고 대학생들 사이에서 ‘이제 북한에도 따뜻한 봄이 오는가?’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적이 있다고 회상했는데요, 당시 북한 보위부가 학교를 통제했다고 합니다. 또, “리비아의 카다피는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과 달리 반정부군에 의해 맞고, 피를 흘리다 결국 총에 맞아 사살됐기 때문에 이 소식이 북한 주민에게 미치는 충격은 작지 않을 것이라고 탈북자는 2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북한은 올해 초부터 이집트를 비롯해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발생한 반정부 민주화 시위를 일부 간부들에게만 알리고 일반 주민에게는 사상 문화적 침투를 강력히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요, 이번 카다피의 죽음에 대해서도 북한은 사실을 정확히 밝히지 않고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한편, 핵무기를 포기했기 때문에 결국 서방국가로부터 비참하게 죽임을 당했다는 주장을 계속 펼칠 것으로 본다고 탈북자와 전문가들은 전망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듣고 계십니다.

-“카다피는 핵 포기 때문에 무너진 것이 아니다”

42년간 철권통치를 자랑하던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가 결국 반정부군에 의해 사살되면서 북핵 문제의 해결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문가들의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북한은 카다피 전 국가원수가 핵을 포기해 서방 세계의 공격을 받았고 목숨까지 잃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카다피의 죽음을 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는 겁니다. 또 핵을 포기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북한 내부적으로도 통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러시아 출신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학교 교수와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의 설명입니다.

[Andrei Lankov] 북핵 포기를 바라보는 측면에서 보면 이것은 나쁜 소식입니다. 리비아 사태는 김정일을 비롯한 북한 지도층에게 교훈이 될 것입니다.

[김용현 교수] 카다피의 붕괴를 통해 북한이 핵에 대한 집착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고요, 북한은 핵을 포기했기 때문에 카다피가 붕괴했다는 논리 속에서 김 위원장의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핵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이야기할 가능성이 크죠.

실제로 북한은 올해 초 서방국가들이 리비아를 공습했을 때 “리비아의 핵 포기 방식이란 안전담보와 관계개선이란 사탕발림으로 상대를 무장해제시킨 다음 군사적으로 덮치는 침략방식이라는 것이 드러났다”라고 주장한 바 있는데요, 지금까지 미국과 한국도 북한에 리비아식 핵 포기를 주장해왔기 때문에 앞으로 북핵 협상은 더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하지만 미국 국무부와 한반도 전문가들은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것은 결코 핵을 포기했기 때문이 아니라고 입을 모으는데요, 실제로 카다피 정권은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무차별적인 진압과 대량 학살을 자행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을 불러왔습니다.

카다피 정부군이 폭격기와 헬리콥터, 기관총, 수류탄은 물론 장갑차까지 동원해 시위대를 공격하고 수백에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함으로써 결국 국제사회가 이에 대한 제재에 나선 겁니다. 미국 국무부도 이같은 북한의 주장에 대해 “서방세계의 리비아 공습은 핵무기의 포기와 관련이 없다”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Mark Toner] 리비아에 대한 공습은 그들이 핵 프로그램이나 핵무기를 포기한 것과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이것은 카다피가 자기 국민을 향해 무기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가 이를 중단시키기 위해 함께 행동한 겁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도 지난 24일 한국 KBS 제1라디오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리비아가 핵무기를 포기함으로써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와 리비아의 관계는 아주 좋았고 핵을 포기했기 때문에 카다피가 무너진 것은 아니라며 북한은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Gordon Flake] 북한이 보는 시각을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북한이) 내린 결론은 적당한 결론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2003년에 리비아가 핵무기를 포기했을 때 미국과 리비아의 관계가 정상화될 수 있었고, 영국과 유럽 국가와 관계로 정상화할 수 있었고, 거의 10년 동안 서양국가와 리비아의 관계가 아주 좋았습니다. 그러니까 그 때문에(핵무기를 포기한 것 때문에) 카다피가 무너진 것이 아니거든요. 오히려 리비아가 무너진 이유는 카다피와 그 민족들의 관계에 관련된 것이죠, 솔직히 말하면 핵을 포기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거든요.

한편, 카다피가 사망한 이후 김 위원장이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김 위원장 일가의 경호임무를 맡은 호위사령부였는데요, 김정은과 함께 예고도 없이 호위사령부를 방문한 것은 전 세계 독재자들의 몰락과 관련한 세계정세의 변화에 따른 위기감을 반영하고 그만큼 충격이 컸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카다피의 사망 이후 자신의 신변 안전부터 챙기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카다피처럼 비참한 독재자의 말로를 겪지 않으려면 핵무기만 고집하기보다 정치, 경제 부문의 개혁․개방과 인권 보호를 통해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노력부터 기울여야 한다고 전문가들과 탈북자들은 입을 모읍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