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리비아 파견대기 북 근로자들 출국 무산/ 태국 홍수, 탈북자도 타격

0:00 / 0:00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6일 실시된 재보선 결과와 관련해 "정부가 낮은 자세로 국민의 민생을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챙기겠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젊은 세대들은 지금의 집권당을 지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 대통령은 이번 선거로 젊은이들이 보여준 뜻을 깊이 새기고 반성할 것이 있으면 하겠다, 또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찾아보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선거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뜻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전할 수 있는 수단인데요, 투표를 통해 지금의 정부를 지지하거나 비판할 수 있는 자유, 내가 원하는 후보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 등은 바로 민주주의의 시작이자 단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의 몰락으로 리비아 내 북한 근로자에 대한 귀국 금지령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북한에서도 리비아 근로자로 파견될 날을 기다리던 북한 주민의 계획도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 당국의 호출을 기다리던 대기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몇 달 이상씩 기다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태국이 사상 최악의 홍수 사태를 겪고 있는데요, 태국의 수도인 방콕마저 물에 잠기면서 사실상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습니다. 탈북자들의 중요한 이동 경로인 태국이 최악의 홍수 피해를 겪으면서 탈북자의 탈북 여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대부분 리비아 혁명 때문이란 것 몰라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연락이 닿은 평양 주민 박 모 씨. 평양에서 다른 사람의 짐을 날라주며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던 박 씨는 올해 리비아의 건설 노동자로 파견될 예정이었습니다.

박 씨는 신체검사와 출국 절차까지 다 마쳤고 리비아로 파견될 날을 기다린 지 여러 달이 지났지만 북한 당국으로부터 아무런 호출도 없었습니다. 외국에 나가 돈을 벌어보겠다는 꿈에 부풀었지만 ‘왜 연락이 없는지 모르겠다’라며 불안함을 호소한 박 씨는 ‘올해 초부터 리비아에서 난리가 났다’는 말을 전해주자 ‘전혀 알지 못했다’라며 ‘빨리 이웃에게 전해줘야겠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평양에 사는 20대의 김 모 씨도 중동의 한 국가에 간호사로 파견될 예정이었지만 북한 당국으로부터 기다리라는 말만 들었을 뿐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시간만 보냈습니다. 또 김 씨 주변에 외국 파견을 기다리는 여러 북한 주민도 사정은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결국 리비아와 이집트(에짚트) 등에 대한 이들의 파견 계획은 무산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42년간 리비아를 통치하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가 시민군에 의해 사살된 뒤 리비아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 200명에 대한 귀국 금지령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리비아와 이집트 등 중동국가로 인력 파견도 사실상 금지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연합뉴스’와 ‘동아일보’ 등 주요 언론들은 지난 26일, 리비아 현지의 소식통과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리비아에 체류 중인 북한 근로자에게 ‘본국으로 돌아오라’는 지시를 내리지 않아 이들이 사실상 방치돼 있다”라며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부는 민주화 바람이 북한으로 전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분석했습니다.

리비아 사태로 현지의 건설 현장은 오랫동안 멈춰 서고 앞으로 리비아의 임시정부와 북한의 관계도 개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처럼 북한 노동자의 파견마저 사실상 금지돼 북한의 외화벌이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평화연구소의 존 박 선임연구원도 이집트에 이은 리비아 사태가 대북 투자나 거래는 물론 북한의 외화벌이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요,

[John Park] 북한은 현금 문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북한 노동자의 외화벌이는 북한 정권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수단이죠. 노동자를 파견한 국가가 불안해지면 임금을 못 받거나 외화벌이를 할 수 없다는 것은 북한이 충분히 우려하는 사안입니다.

탈북자에 따르면 리비아에서 일하는 것은 일반 북한 주민에게도 경제적 혜택을 가져다주는 수단이기 때문에 북한 주민은 수백 달러의 빚을 내면서까지 파견을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카다피의 몰락으로 이의 파장을 우려한 북한이 사실상 리비아 노동자의 파견까지 중단함으로써 북한 주민의 경제생활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고 탈북자는 내다봤습니다.

여러분께서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듣고 계십니다.

bangkok_flood_305
태국에서 몇주째 계속 내린 호우로 수도 방콕은 최악의 홍수로 침수될 위기에 처해 있다. (RFA PHOTO/Pimuk Rakkanam Bangkok Office Manager)

=주요 탈북경로 침수, 이민국 침수 등 영향

태국에서 발생한 홍수 피해가 석 달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태국의 정치, 경제의 중심지인 수도 방콕에서도 침수 지역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홍수 사태가 사실상 통제 불능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태국 방콕의 현지 주민과 외국인들의 대피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특히 태국은 탈북자들이 제3국행을 위해 선호해 온 탈북 경로인데다 방콕에는 탈북자들이 한국에 오기 전 머무는 이민국도 있기 때문에 탈북 여정이 길어지거나 이민국이 물에 잠길 우려가 있는 등 이번 홍수사태가 탈북자에게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인터넷 대북매체인 ‘데일리NK’에 따르면 탈북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태국의 메사이와 치앙마이, 그리고 방콕으로 가는 경로가 이번 대규모 홍수 피해 때문에 상당기간 불통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데일리 NK'는 현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방콕이 침수되면 탈북자들이 방콕으로 가는 길은 몇 개월간 연기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홍수 때문에 방콕으로 가는 길이 막히면 거꾸로 치앙마이와 라오스 국경의 경로에도 연쇄적으로 지장을 줄 수밖에 없고 여정이 길어질수록 탈북자들의 건강은 더 악화되고 불안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한국에 있는 탈북자도 태국 치앙마이에 도착한 가족이 걱정된다면서 방콕이 물에 잠기면 이민국으로 가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태국의 짜오프라야 강이 불어나 방콕 시내가 침수되면 탈북자가 한국으로 가기까지 머무는 이민국도 물에 잠길 수 있어 탈북자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현재로서는 태국 현지에서 탈북자들에 대한 관심이나 대책은 아직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한편, 탈북자들은 라오스에서 메콩강을 건너 태국의 치앙라이에 도착하면 경찰에 스스로 체포되는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체포된 탈북자들은 재판을 받고 방콕 이민국으로 보내진 뒤 한국을 비롯한 제3국행을 준비하게 되는데요, 현재 태국 메싸이 이민국에서 방콕 이민국으로 이송되기를 기다리는 탈북자는 약 30~40명 정도로 알려졌지만, 이들의 방콕행도 늦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태국의 일간 신문인 ‘방콕 포스트’에 따르면 태국에 입국한 탈북자 수는 2004년에 46명에 불과했지만 6년 만에 54배가 급증했고, 태국에서 탈북자를 돕는 ‘북조선난민구호기금’도 지난해 태국에 입국한 탈북자 수가 3천 명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50년 만에 태국을 강타한 홍수 피해로 이동 경로가 막혀 태국에 입국한 탈북자의 수가 주춤할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