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핼러윈(Halloween)’에서 사라진 김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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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기품목이던 김정일 의상, 올해는 찾기 어려워
- 지난해 사망 이후 관심도 떨어져
- 예년에는 다양했던 소품, 올해는 겨우 한 개 정도
- 별다른 특징 없는 김정은 제1비서 의상은 아직...
- 허리케인까지 겹친 올해 '핼러윈', 사라진 김정일


미국 뉴욕의 의상 전문업체인 '릭키스(Ricky's)는 매년 '핼러윈(Halloween)축제'를 맞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상을 판매했습니다.

탁한 황갈색의 군복 의상과 우스꽝스러운 안경, 그리고 곱슬머리 가발은 '릭키스'에서 가장 잘 팔리는 품목 중 하나였지만 (Kim Jong Il costume is a very popular costume and it is one of our best sellers.) 올해는 고 김정일 위원장의 의상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2010년 당시, 고 김 위원장의 복장은 '릭키스'에서 판매하는 가장 인기 있는 5개 품목 중 하나였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릅니다.

현재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핼러윈 복장.
현재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핼러윈 복장. (사진-newegg.com 캡쳐)

미국 뉴욕의 맨해튼 시내에서 핼러윈 의상을 판매하는 '아브라카다브라(Abracadabra)'에서도 고 김정일 위원장의 복장에 대한 인기는 뚝 떨어졌습니다. "사실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다"는 것이 상점 주인의 설명인데요,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인터넷과 전화로 몇 개의 상점에 더 문의해봤지만 역시 김정일 의상은 나온 것이 없거나 모른다는 대답뿐입니다.

반면, 미국 뉴욕의 '모비드 엔터프라이즈'와 김정일 위원장을 연상케 하는 가면과 점퍼를 미화로 35달러에 판매 중이지만 역시 관심과 인기는 그다지 높지 않고 과거보다 가격도 싸졌습니다. 또 세계 최대의 온라인 경매사이트인 '이베이'에도 이와 똑같은 의상 2개만이 올라와 있는데요, 소품이 다양했던 과거와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미국에서는 매년 10월 31일, '핼러윈'을 맞아 귀신이나 유령, 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분장을 하고 축제를 즐기는데요, 특히 독재자로 잘 알려진 고 김정일 위원장을 풍자하기 위해 그의 촌스러운 복장을 따라 하고 관련 소품을 찾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이는 김정일 위원장이 귀신을 쫓는 축제에서나 풍자할 수 있는 꼭두각시이자 웃음거리이며 국제사회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데요, 요즘은 그 인기마저 시들하다는 겁니다.

또, 이는 지난해 12월, 김정일 위원장이 숨진 이후 나타난 변화인데요, 예년에는 미국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관련된 새롭고 다양한 의상과 소품이 인기를 끌고 실제로 '핼러윈'에서 김 위원장을 흉내 낸 미국인을 찾아볼 수 있었지만 올해는 인터넷이나 상점은 물론 언론보도나 개인 블로그 등에서도 김 위원장의 의상에 관한 언급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과거에도 미국과 캐나다의 판매업자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존했을 당시 오랜 시간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을 때에는 소비자들에게 매력이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아브라카다브라'의 로버트 핀든 대표의 말입니다.

[Robert Pindon] 김정일 위원장은 더는 유명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저희 가게에는 없죠. 그들이 언론에 등장했을 때는 유명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걸로 끝이죠.

그렇다면 북한의 새 지도자가 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 관한 의상은 어떨까요? 역시 김정은 제1비서를 연상케 하는 복장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는데요, 아직은 지명도도 낮고 특히 의상으로 그를 희화화하기에는 별다른 특징이 없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올해는 미국 동부지방을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의 영향으로 '핼러윈' 축제를 하지 못한 지역이 많은데요, 과거 인터넷과 거리에서 우스꽝스러운 복장으로 인기를 끌었던 김정일 위원장은 사망 이후 국제사회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진데다 최악의 허리케인 피해까지 겹친 올해의 핼러윈축제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핼러윈'은 죽음의 신을 찬양하며 당시 새해가 11월 1일에 시작한다고 믿었던 고대 셀트족의 축제에서 비롯됐는데요, 10월 31일에는 죽은 사람의 영혼이 돌아온다고 믿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귀신이나 유령 분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오늘날 핼러윈은 어린이들이 이날 저녁 각 집을 돌아다니며 겨우내 먹을 만큼 많은 양의 사탕과 초콜릿을 얻기도 합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