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북 주민들 “김장 어떻게 하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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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11월에 접어들면서 한국이나 북한이나 김장철입니다. 한민족의 대표적인 음식, 김치에 대한 사랑은 남북을 가리지 않는데요, 한국은 곳곳에서 김장김치를 담그는 풍경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배추와 무가 풍작이어서 배추와 무의 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았지만 고춧가루와 새우젓 등 양념가격이 크게 올라 주부들의 걱정이 큰데요, 그래도 10명 중 6명은 "직접 김장김치를 담가 먹겠다"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올해 한국의 김장 시기는 작년과 비슷해서 12월 상순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11월 하순, 11월 중순 순이었는데요,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도 지역 주민과 함께 김장을 하며 겨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 북한 주민의 김장 계획은 어떠십니까?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한국과 마찬가지로 북한도 김장철에 접어들었습니다. 올해 북한의 배추와 무의 작황은 작년에 비해 좋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고추나 마늘, 소금 등 양념재료의 가격이 훨씬 비싸서 북한 주민이 김장을 하는 데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일부 주민은 김장철이 지나기를 기다렸다가 12월 중순 이후 재료값이 싸졌을 때 김치를 담그기도 한다는데요, 계속된 경제난과 화폐개혁으로 북한 주민의 김장 준비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오늘은 북한 주민의 김장 준비 소식을 중국 현지로부터 들어보겠습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배추·무 작황 좋지만 고춧가루·소금 등 구하기 힘들어

추수가 끝나고 겨울에 접어든 11월, 북한도 겨울나기를 준비해야 할 시기입니다.

북한 주민의 월동준비 가운데 가장 큰일 중 하나는 바로 김장인데요, 올해 북한 주민의 김장 소식을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을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김준호 특파원이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김준호] 네, 안녕하십니까, 김준호입니다.

북한도 요즘 김장철인데요, 작년에 북한도 한국처럼 배추작황이 좋지 않아 배추 파동을 겪은 것으로 아는데, 우선 올해 북한의 배추나 무의 작황 사정은 어떻습니까?

[김준호] 네. 올해 한국에서 배추나 무의 작황이 좋다는 소식을 접했는데요, 마찬가지로 북한과 중국의 배추나 무의 작황도 아주 좋습니다. 중국에서는 배추값이 너무 싸서 농민들이 울상이라는 소식도 들립니다. 일단 올해 북한에서도 배추와 무의 작황이 좋아서 다행인데, 반면에 고추의 작황이 안 좋은 것으로 알려졌고, 이밖에도 소금이 매우 귀해서 북한 주민이 소금을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함경남도 원산 출신의 북한 주민 민 모 씨는 “대부분 주민이 김장을 할 때 천일염은 비싸서 사용하지 못하고 대신 중국산 돌소금을 사용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소금은 서해안 지방보다 동해안 지방, 특히 양강도나 자강도 같은 내륙 산간지방에서 더욱 귀한데요, 서해안의 염전에서 생산되는 소금의 양이 충분하지 못할뿐더러 유통구조가 워낙 낙후돼 있어 동부지방이나 내륙지방에서는 소금이 더욱 귀해지고 있습니다.

배추와 무의 작황은 좋지만, 고추와 소금값이 매우 비싸다는 말인데요, 일반 북한 주민이 제대로 김장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북한 당국이 올해 김장재료를 제대로 배급해 주는지 궁금한데요.

[김준호] 물론 원칙적으로는 북한 당국이 배급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미 북한의 식량 배급체계가 무너졌기 때문에 일반 주민에 대한 김장재료의 배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협동농장에서 수확한 배추나 무는 당이나 군의 간부 등에게 먼저 공급되고 그다음에 군대에 우선 공급되거든요, 이후에 도시의 기업소나 농장원에게 공급되는데 올해 배추와 무가 풍작이라고는 해도 일반 주민에게까지 공급할 만한 충분한 물량은 확보가 안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농민들 개개인이 뙈기밭을 이용해 경작한 배추와 무가 장마당에 나오는데 대부분 주민은 돈을 주고 사서 김장을 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또 한국과 마찬가지로 김장의 주재료인 배추나 무보다 보조 재료인 소금이나 고추, 마늘, 파, 생강 등을 사는 데 돈이 더 많이 들어간다고 북한 주민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따라서 돈이 없는 일반 주민은 양념을 준비할 여유가 없는데요, 함경북도 청진에 사는 북한 주민 이 모 씨는 “올해 4인 가족이 내년 3월까지 먹을 김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최소 100달러 정도는 들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북한의 환율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북한 돈으로 30만 원이 넘는 돈인데, 월 3천 원을 받는 노동자의 경우 10달 치 노임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배추나 무는 물론이고 기본적인 양념 재료의 양이 일반 주민에까지 공급되지 못할 만큼 충분하지 못하다면 부족한 양을 중국에서 수입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 중국에서 북한으로 김장 재료가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나요?

[김준호] 네. 사실 2000년도 초반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무나 배추는 물론 마늘, 고추 등을 가득 실은 트럭이 이맘때면 하루에도 수십 대씩 북한으로 들어가는 것을 볼 수가 있었는데요,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김장철이라고 해도 그런 광경은 보기 어렵습니다. 북한과 무역을 하는 중국 상인들에 따르면 간혹 마늘이나 고추 같은 양념재료가 조금씩 북한으로 넘어가는데요, 북한으로서는 당장 급한 식량을 수입하기도 바쁜데 김장용 채소나 양념까지 수입할 여유는 없어 보인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입니다.

네, 올겨울 김장 준비를 하는 북한 주민이 한숨을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은데요, 그래도 김장은 북한 주민의 반년 양식이라고 할 만큼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래도 김장은 담가야 할 것 같은데요, 지방마다 시기의 차이가 조금씩 있다고요?

[김준호] 네, 아무래도 북한에는 추위가 빨리 찾아오기 때문에 한국보다는 김장시기가 조금 빠른 편입니다. 양강도나 자강도, 또 강원도의 고지대 지방은 11월 초순에서 중순까지, 그 밖의 지방은 11월 하순에서 12월 초순경에 김장을 가장 많이 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는데요, 김치를 너무 일찍 담그면 시어지고, 너무 늦으면 날씨가 추워서 김장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북한에서는 김장을 가장 많이 하는 성수기를 피했다가 남들이 김장을 끝내고 난 뒤 김치를 담그는 사람도 많다고 하는데요, 김장철에는 배추나 무, 양념 재료값이 비싸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김장을 다 끝내고 난 뒤 재료값이 떨어질 때를 기다렸다가 뒤늦게 김장을 하는 것이죠. 그래서 12월 중순이나 하순 즈음에 김장을 하는 북한 주민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김준호 특파원,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중국을 연결해 북한 주민의 김장 준비에 관해 알아봤는데요,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이었습니다.

북한에서도 과거에는 김장하는 날이면 온 동네가 명절 기분을 내면서 자기 집 김치를 서로 나누는 풍습이 있었지만 계속된 경제난과 화폐개혁 이후 이제는 옛이야기가 됐다고 하는데요, 이밖에도 땔감과 식량, 김장 등 월동준비에 있어 북한 주민이 삼중고를 겪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