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북한 내부에서 불순 녹화물에 관련한 총살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고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밝혔습니다. 양강도 혜산에 이어 함경북도 청진시에서도 최근 불순 녹화물과 관련한 혐의로 3명이 총살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다른 도에서 같은 혐의로 총살이 집행됐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특히 6월 이후에 집중적으로 단속에 나서고 엄벌까지 처한다는 것은 한국의 영상물을 정치적인 문제로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북한에서는 한국 드라마 외에 북한 관련 다큐멘터리의 유입에 상당한 경각심을 갖고 있다는 건데요, 오늘 라디오 세상은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드립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불순 녹화물' 때문에 각지에서 연이어 총살
- 한국 드라마 포함 한국에서 유입되는 영상 전체가 '불순 녹화물'
- 드라마 외 북한 관련 다큐멘터리의 유입도 경각심의 원인
- 북한 내부에서 직접 한국 텔레비전 보는 주민 적지 않아
- 불순 녹화물의 단속과 함께 USB의 단속도
최근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불순 녹화물과 관련한 혐의로 총살이 있었다고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함경북도의 내부 협력자는 지난 1일 전화통화에서 "3일 전 김책제철소 보안원 1명과 간부직원 2명이 불순 녹화물 관련 혐의로 총살됐다는 소식을 도시 보안서의 감찰과 간부에게서 들었다"고 말했는데요, 현지 주민들도 정확히 청진시의 어디에서 총살이 행해졌는지 몰라 공개 총살은 아닌 듯하다'고 내부협조자는 덧붙였습니다.
'아시아프레스'는 정확한 총살 위치와 사건의 내용 등을 계속 취재 중인데요, 이처럼 지난 10월 말 북한 각지에서 '불순 녹화물'과 관련해 북한 주민이 총살에 처해졌다는 정보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 '아시아프레스' 측의 설명입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말입니다.
[Ishimaru Jiro] 불순 녹화물이라는 것은 한 마디로 한국의 영상물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아시다시피 2004년부터 한국 드라마가 북한에 많이 유입됐고 그 내용은 여러 가지입니다. 최근 북한 내부에서는 야한 동영상에 대해 '불순'이란 표현을 하지만, 제 생각에 '불순'의 대상은 한국이고요, 한국에서 유입되는 녹화물 전체를 '불순'이라 규정하고 적대시해서 이번에 대대적으로 축출에 나섰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대북매체인 '자유북한방송'도 '북한 당국이 지난달 27일, 양강도 혜산시의 비행장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고 음란물을 소지한 주민을 공개총살형에 처했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는데요,
이 매체는 소식통을 인용해 '재판장에 12명의 사람이 끌려 나왔으며 이들은 불법 녹화물의 유입과 유포, 시청 등의 죄명으로 6명이 노동교화형에 처해졌고 2명은 총살됐으며 나머지 4명은 당의 배려로 용서해줬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아시아프레스'의 내부협력자도, "혜산시에서 관리직원들을 모아 6명을 재판하고, 그중 40대 남녀 2명을 총살했으며 남은 4명은 교화소로 보내졌다'고 전했는데요, 죄명은 '음란영상물의 불법 반입 및 유포'라고 합니다.
이처럼 혜산시와 청진시 등에서 비슷한 시기에 불순 녹화물에 관한 총살형이 집행된 것은 '불순 녹화물을 단속하라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방침이 평양에서 내려왔기 때문이라고 취재협력자는 전했는데요, '방침'은 김정은 제1비서의 직접 지시이자 북한에서 가장 중요한 명령이기 때문입니다.
[Ishimaru Jiro] 한국 드라마가 북한에 유입된 지 10년 정도가 됐습니다. 도시 사람 중에 못 본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많이 확산했는데, 올해 들어 특히 6월 이후에 집중적으로 단속에 나서고 엄벌까지 처한다는 것은 한국의 영상물을 정치적인 문제로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아시아프레스'에서 취재를 하고 있는데요, 한국에서는 드라마 외에 다큐멘터리도 있는데, 최근에는 북한에 관한 다큐멘터리까지 유입됐습니다. 이에 대한 경각심도 이번 불순 녹화물에 대한 단속의 원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다른 도에서도 같은 이유로 총살이 집행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최근 불순 녹화물에 관한 총살이 계속 집행됐다는 정보는 김정은 제1비서의 '방침'에 따른 것으로 북한 당국이 한국 영상물의 유입을 매우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내부로 한국 드라마나 영상물이 유입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특히 오늘날 한국 드라마가 확산하는 속도나 북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변함없는데요, 지금도 북한 내부에서 바로 한국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주민도 적지 않습니다. 또 과거와 달리 CD, 즉 알판이 아닌 USB나 메모리카드에 영상을 저장해 중국에서부터 반입하는 형식으로 한국 드라마가 확산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최근 불순 녹화물과 함께 USB에 대한 단속이 함께 이뤄지고 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지적했습니다.
[Ishimaru Jiro] (한국 드라마가 유입되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북한 내에서도 직접 한국 텔레비전을 봅니다. 특히 황해도, 강원도, 평양, 황해남도 남부지역 등에는 직접 한국 텔레비전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북한 남부지역에 사는 사람과 접촉하면 몰래 한국 텔레비전을 보는 사람이 대단히 많습니다. 두 번째는 중국 국경을 통해 유입하는 건데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USB나 메모리카드로 중국에서 반입됩니다. 지난 6월 이후 강화된 단속의 핵심은 USB 단속을 동시에 하고 있다는 겁니다. 최근 불순 녹화물에 관한 경계는 USB에 대한 경계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오늘날 한국에서 시작된 정보가 얼마 되지 않은 시간 내에 북한 내부로 확산하는 것은 몇 년 전과 마찬가지라는 것이 이시마루 대표의 설명인데요, 이미 북한의 평양에서는 한국 드라마의 영향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서울 말투가 유행하는가 하면 한국 연예인의 머리 모양과 의상 등 모양새를 따라 하기도 하고, 심지어 영어 표현과 외래어 사용도 더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음란영상물과 관련한 혐의로 지난 8월 김정은 제1비서의 옛 애인으로 알려진 현송월과 은하수관현악단의 유명 예술인들이 처형당한 것으로 전해진 이후 북한에서는 한국 드라마를 비롯해 불순 녹화물에 대한 단속이 대대적으로 강화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이같은 북한의 단속이 정보에 목말라하고 한국 사회를 엿보고 싶어 하는 북한 주민의 욕구를 완전히 잠재우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대다수 탈북자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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