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북한이 올해 수확기를 끝냈지만, 우선적인 군량미 징수로 정작 농민에게 돌아간 식량 분배의 양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곡물뿐만 아니라 옥수수와 감자 등에 대해서도 추가 공출을 강요당하고 있는데요,
"결과적으로 농민의 소득은 크게 개선된 것이 없고, 오히려 군량미 명목으로 많이 가져가 기존의 분배량에서도 많이 깎이면서 어려운 상황에 처해졌다는 것이 '아시아프레스'의 결론입니다."
농업에 대한 새로운 개선조치 도입을 강조해 온 북한. 하지만 군량미에 대한 우선 징수를 통해 북한 당국의 우선순위는 여전히 농민이 아닌 군대에 있음을 알 수 있는데요, 오늘은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보겠습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양강도·함경북도 "수확기부터 군량미 강제 징수"
- 농민에 대한 보수는 규정량의 절반 이하
- 군량미 명목으로 옥수수와 얼린 감자까지 가져가
- 농업개선조치에도 군대 우선, 농민 소득은 개선 없어
- 지난해 무리한 군량미 징수로 많은 농민 사망 사례도
최근 북한이 가을 수확기를 맞아 농민의 1년 보수로 지급되어야 할 '분배'식량의 양이 국가의 우선적인 군량미 징수 때문에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군대지원' 명목으로 추가 공출까지 강요하고 있어 농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1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지난 12일 '아시아프레스'가 접촉한 양강도의 취재 협력자는 "현재 수확 작업이 끝났지만, 국가가 군량미를 먼저 징수하고 있기 때문에 농민에게 공급한 분배의 양이 적다"며 "그럼에도 농장 간부들은 농민들에게 '분배 조사원에게는 분배를 전량 받았다'고 대답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군대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옥수수와 보관용으로 얼려놓은 감자까지 국가가 닥치는 대로 거둬들이고 있다는 겁니다.
또 함경북도의 취재협력자는 지난 13일 '아시아프레스'에 "우리 농장은 1년 분배량에서 6개월분만 공급했는데, 그마저도 공급된 것은 옥수수가 이삭 채로 145kg였지만 군량미가 모자란다며 50kg을 다시 바칠 것으로 요구했다"고 전했습니다. 모자라는 분배량을 나중에 준다고 했지만,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겁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지난 일 년 동안 북한에서 농업에 대한 새로운 개선조치를 도입한다는 말이 계속 있었는데요, 제가 주목했던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2013년도의 농업 수확량은 얼마나 되겠는가?', 그리고 둘째는 '제도적으로 변화가 있거나 수확량이 좋았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농민들의 손에 얼마만큼 들어가는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농민의 소득은 크게 개선된 것이 없고, 오히려 군량미 명목으로 많이 가져가 기존의 분배량에서도 많이 깎이면서 어려운 상황에 처해졌다는 것이 '아시아프레스'의 결론입니다.
결국, 군량미의 징수는 여전히 북한 당국의 최우선 과제임을 알 수 있는데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농장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의 취재 협력자에 따르면 당국의 군량미 징수에 격분한 농민들은 "이렇다면 차라리 농사일을 안 하는 것이 낫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데요,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농장 측이 농민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아직 주지 못한 분배 식량은 매달 출근 상황에 따라 배급으로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상황입니다.
[Ishimaru Jiro] 군량미를 거둬가는 것은 김정은 정권의 우선순위가 농업 생산의 안정보다 여전히 군대를 먹여 살리는 데 있다는 것을 의미하죠. 또 그만큼 북한 당국이 농업과 달리 군량미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데요, 저는 중앙에서 각 지방에 '분배는 약속대로 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봅니다. 반면, 동시에 '군량미도 바치라'는 지시도 있었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현지 책임 간부들이 이를 동시에 처리하지 못 하니까 일단 군량미부터 우선 거둬가면서 농민들이 피해를 보는 거죠.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국가방침으로서 군량미의 징수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은 협동농장인데요, 이 때문에 북한 농민의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특히 북부 산간지대에 위치한 양강도와 함경북도는 경지면적도 적고 기온이 낮아 수확량이 많지 않은 데다 매우 춥고 겨울이 길어 북한의 다른 지역에 비해 '춘궁기'가 긴 것이 특징인데요, 이러한 상황에서 군량미를 과도하게 징수하는 것은 농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처사라고 이시마루 대표는 지적합니다.
실제로 양강도의 취재협력자도 내년 농촌의 식량 사정과 관련해 "올해는 군량미의 징수가 많았기 때문에 개인 밭에서 기른 감자와 조금 분배받은 곡물을 다 먹어버리면 내년 봄에는 먹을 것이 없다"며 농민들이 겪을 고생을 우려했는데요, 특히 이시마루 대표는 2012년에도 북한 제일의 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의 농촌에서 과도한 군량미의 징수로 수많은 아사자가 나오는 등 비슷한 사태가 지금까지 되풀이됐다고 지적했습니다.
[Ishimaru Jiro] 2012년도에 황해도에서 중국으로 나온 사람을 많이 만났고, 현재도 내부 기자들을 파견해서 조사한 결과 당시 상당히 많은 사람이 굶어 죽었다는 것은 사실로 보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숫자는 알 수 없지만, 현지에서 중국으로 나온 농장 간부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적어도 만 명 이상의 사람이 죽었다고 보고 있어요. 2012년은 김정은의 집권 초반기 아닙니까? 당시 정권에서도 군대와 평양시민을 먹여 살리는 것이 최우선 정책과제였다고 보는데요, 그래서 곡창지대가 희생됐고요. 올해 2013년에도 군량미 문제가 해결하지 못하는 형편은 변함이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편, 올해 들어 북한은 '2호미'라 불리는 전시용 비축미를 방출해 도시 주민에 대한 식량 배급을 일부 부활시켰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다시 군량미를 강제로 징수하고 있어 이것은 단지 '오래된 비축 군량미를 햅쌀로 교체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라는 견해와 불만이 북한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데요,
[Ishimaru Jiro] 또 중요한 것은요, 일반 국민의 식량 사정이나 시장의 쌀값 동향이라는 것은 '농민의 손에 얼마나 떨어졌는가?'와 별개 문제거든요. 이번에 농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농민으로부터 수확한 곡식을 강탈하고 김정은 정권에서 우선시하는 군대와 도시 주민에게 우선으로 주려는 것인데, 이렇게 나간 것도 부정부패에 의해 시장에 많이 유통될 겁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수확량의 증가나 분배 문제 등이) 시장에서 가격 변동의 요인이라고 말할 수 없지 않습니까?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올해 수확기를 마친 북한에서는 또다시 생산자인 농민들로부터 식량을 수탈해 군대와 평양을 비롯한 도시 주민에 우선 지급하는 정책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해 4월 "국민의 생활 개선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시정방침'을 발표했지만, 올가을 식량 분배 상황을 볼 때 그 약속은 당분간 잘 지켜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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