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작합니다.
- "'불순 녹화물' 관련자를 엄벌에 처한다"
- 이번 단속은 일반 주민이 아닌 '단속하는 자'도 표적
- 음란 비디오에서 시작된 단속이 한국 영상물로 변질
- 최근 8․17 방침은 'USB 메모리'의 단속인 듯
- 거센 외부 영상물 단속 바람, 북한 당국의 위기의식 대변
북한은 지난 8월 이후 '불순 녹화물'에 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에도 북한 곳곳에서 '불순 녹화물'과 관련한 총살 소식이 전해지는가 하면 최근 단속의 표적이 일반 주민이 아닌 이들을 감시하는 간부들로 확대할 만큼 단속의 바람이 매우 거세지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북한에서는 지난 9월, '불순 녹화물의 단속'에 관한 포고문을 발표하고 이를 몰래 보거나 유포시키는 자에 대해서는 엄격히 처벌할 것을 경고했다고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기사 원본)
특히 이번에 배포된 포고문은 2004년도의 것을 다시 발표한 것으로 그만큼 불순 녹화물에 대한 북한 당국의 경각심을 보여주는데요, (포고문 전문) 오늘 이 시간에는 이 내용과 관련해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직접 대화를 나눠보겠습니다. 이시마루 대표가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님, 안녕하세요.
[Ishimaru Jiro] 네. 안녕하십니까?
- 지금도 북한에서는 '불순 녹화물'에 관한 단속이 계속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에는 주말에 걸쳐 80여 명이 총살됐다는 한국 언론의 보도도 있었는데요, 현재 단속 상황은 어떻습니까?
[Ishimaru Jiro] 네. 80명에 대한 대량 총살이 있었는지는 '아시아프레스'가 확인한 바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 내부의 취재 협조자에 따르면 양강도 혜산시에서 약 3~4명 정도,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약 3명이 총살됐다는 정보는 있습니다. 그러니까 전국적으로 '불순 녹화물'과 관련한 엄벌 조치가 펼쳐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네. 여전히 단속이 강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런 가운데 북한에서 지난 9월, 불순 녹화물의 단속에 관한 포고문이 다시 발표됐다고 하는데요, 그 내용과 의미를 간략히 정리해주시겠어요?
[Ishimaru Jiro] 네. 이번에 '아시아프레스'의 내부 협조자가 포고문을 입수해서 전해 왔습니다. 그 제목은 '불순 출판선전물을 몰래 보거나 유포시키는 자들을 엄격히 처벌함에 대하여'인데, 여기서 말하는 '불순 출판선전물'은 바로 한국의 영상물이나 출판물입니다. 바로 한국에 관한 정보죠. 그리고 이 포고문은 원래 2004년 12월 25일에 발표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다시 발표된 것인데요, 함경북도와 양강도에서도 같은 내용의 포고문이 발표됐더라고요. 그리고 한 10년 전의 포고문을 다시 발표한 것은 무슨 의미인지를 물어봤는데, 이는 10년 사이에 불순 녹화물에 대한 북한 주민의 경각심이 많이 약해졌기 때문에 다시 포고문을 통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라는 것을 관철하려는 의미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번 불순 출판선전물의 단속에 관한 특징은 역시 표적이 한국 영상물입니다. 단지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것을 중국에서 반입하거나 판매하는 등 유포하는 자에 대해 엄벌에 처한다는 것이 방침인데, 특히 이를 단속하는 보안원, 국경 경비대, 그리고 당 간부들까지 단속 대상입니다. 당국에서는 그동안 단속해야 할 사람들이 뇌물을 받고 이를 눈감아주거나, 많이 보고 유포시키는 현상을 근절하지 못했기 때문에 외부 영상물이 많이 확산한 원인으로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 네. 또 이번 단속의 주요 표적은 간부들이라고 볼 수 있단 말씀이시군요.
[Ishimaru Jiro] 그러니까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거죠. 단순히 본 사람만 처벌하면 뿌리를 뽑을 수 없으니까 이를 반입하고 유포시키는 자 등을 집중적으로 단속해야 한다는 것이 당국의 방침인 것 같습니다.
- 네. 10년 전 포고문을 다시 발표할 정도로 '불순 녹화물'에 관한 북한 당국의 우려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불순 녹화물'의 단속은 이미 지난 시간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현송월을 비롯한 '은하수관현악단'의 집단 총살 사건으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잖아요. 당시 단속의 명목은 '음란 비디오'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한국 정보의 유입을 단속하는 것으로 범위가 확대했거든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Ishimaru Jiro] 음란 비디오의 단속이라는 것은 풍기 문제가 아닙니까? 도덕적인 문제인데요, 원래 목적은 '한국 정보의 차단, 그러니까 정치적 문제가 원인이지 않겠느냐?'라는 것이 저의 견해입니다. 요즘 드라마뿐 아니라 한국의 오락 프로그램이나 뉴스, 다큐멘터리 등 영상물도 북한에 계속 유입되고 있는데요, 특히 북한 당국에서는 김정일과 김정은, 즉 최고 수뇌부에 관한 정보가 들어가는 것을 경계하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최고 수뇌부에 관한 불순 녹화물의 유입과 이것을 본 사람을 단속한다는 내용은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 말할 수 없는 겁니다. 왜냐하면, 최고 수뇌부에 관한 녹화물이라고 하면 일반 주민들은 내용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최고 수뇌부에 관한 녹화물이 많이 보급돼 있다는 소문도 확산할 수 있는데요, 저의 추측입니다만 '처음에 음란 비디오라는 도덕적인 명목으로 단속한 것은 결국 최고 수뇌부에 관한 녹화물이라는 이유를 말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영상 정보가 북한에 유입된 지 10년이 됐습니다. 김정은 체제로서는 체제의 유지를 위해 이 정보가 아주 위험하기 때문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를 단속하려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요, 그만큼 한국 영상정보의 유입에 대해서 북한 당국의 위기의식이 매우 높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그런 가운데 북한에서는 최근 '8․17 방침'이 내려진 것으로 아는데요, 단속에 관한 방침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만 어떤 방침인지 좀 설명해 주시겠어요?
[Ishimaru Jiro] 네. 이 8․17 방침의 정확한 문장과 내용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방침이 내려진 이후 단속 내용을 보면 역시 표적은 불순 녹화물을 확산시키는 'USB 메모리'로 보고 있습니다. 또 이 방침 이후 10월 말에 김정은의 방침이 또 내려왔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방침까지 내려왔다는 것은 불순 녹화물에 관한 통제에 관한 최고 수준의 명령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 네. 끝으로 한국에서 최근에 유행한 영상물까지 북한에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까도 말씀하셨지만, 이제는 단순히 드라마나 영화뿐만 아니라 오락 프로그램까지 들어가면서 장르가 다양해졌는데요, 앞으로 북한 당국이 단속을 더 강화할 것으로 보시는지요?
[Ishimaru Jiro] 당연히 강화할 것이라고 봅니다. 아시다시피 북한 체제는 외부 정보를 차단해야 유지가 가능한 특이한 체제입니다. 그중에서도 한국에 관한 정보가 가장 위험하다고 판단했을 텐데요,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복사가 간편하고 메모리에 기록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 당국에서도 한국의 동영상이 유입되는 것에 대해 높은 위기감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것을 방치하면 체제유지에 매우 위험하다, 일반 북한 주민의 각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각심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북한 당국은 앞으로 계속 불순 녹화물, 즉 한국의 동영상이 유입되는 것에 대해 엄격히 단속해 나갈 겁니다.
- 네. 대표님,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오늘은 '불순 녹화물과 관련한 포고문', 그리고 한국 영상물에 대한 북한의 단속 상황에 대해 일본의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대표님, 고맙습니다.
[Ishimaru Jiro] 네. 안녕히 계십시오.
영국의 공영방송인 '채널4'가 지난 14일 방영한 다큐멘터리에서는 두 명의 북한 여성이 불이 꺼진 컴컴한 방에서 최근 한국에서 유행한 오락 프로그램을 보는 장면이 소개됐습니다.
또 북한의 장마당에서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소년이 한국 드라마가 담긴 DVD를 파는 모습도 방영됐는데요, 한국 영상물이 얼마나 북한 주민의 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제임스 존스 감독은 "북한 주민이 한국이나 서방 세계의 방송물을 보며 체제에 대한 의심과 불만을 키워가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최근 북한에서 들려오는 불순 녹화물과 관련한 총살 소식, 그리고 10년 만에 다시 등장한 불순 녹화물에 관한 포고문 등은 외부 정보의 유입에 대해 극도의 위기의식을 느끼는 북한 당국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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