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평양 아파트 건설 현장 가보니... "부실 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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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올해는 북한이 많은 친구를 잃어버린 해이기도 합니다. 지난 2월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민중의 저항에 부딪혀 자리에서 물러나는가 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닮은꼴이던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도 권좌에서 쫓겨나 지난 10월 반정부 시위군에 의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여기에 북한과 매우 가깝고 비밀스럽게 군사협력을 해온 버마도 이달 초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방문을 계기로 개혁과 개방을 통한 민주화 국가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군사 독재정권의 오명을 벗은 데다 미국과 관계도 개선하고 있는데요, 미국과 버마의 관계개선은 북한에 또 다른 악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이집트와 리비아에 이어 버마까지, 독재를 바탕으로 동지애를 다졌던 친구 국가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북한 당국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북한 평양 내 아파트 건설 현장의 공사가 엉터리로 진행 중인 것이 확인됐습니다. 일본의 언론기관인 '아시아 프레스'가 직접 공사 현장의 내부를 살펴보니 건물이 휘거나 창문의 위치가 다르고, 자재가 충분히 사용되지 않아 강도가 떨어지는 등 부실공사 투성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전문성의 결여, 자재․건설장비의 부족, 부정부패 등 3가지 악재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 작년보다 많이 늘어난 올해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은 몇 가지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럽이 2007년 이후 처음으로 다각적인 대북지원에 나섰고, 러시아와 브라질, 중국, 인도 등 이른바 신흥 개발국(BRIC)이 모두 대북지원에 동참한 것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 유엔이 직접 국제사회에 대북지원을 호소한 점도 지원이 늘어난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전문성 결여, 자재·건설장비 부족, 부정부패 등 3가지 악재 겹쳐

북한이 강성대국의 상징으로 추진하고 있는 평양의 아파트 건설 공사가 사실상 엉터리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북한 내부의 소식을 전하는 일본의 언론기관 ‘아시아프레스’는 지난 10월 초 평양 대동강 구역의 아파트 건설 현장을 내부 기자를 통해 촬영했는데요, ‘아시아 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아파트 건설 현장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이시마루 대표에 따르면 현재 평양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는 북한 무역성 산하 대외건설지도국 노동자를 중심으로 수많은 학생과 군인, 돌격대 청년 등이 일하고 있습니다. 대외건설지도국의 근로자들은 중동지역과 러시아 등 외국의 건설현장에 파견되는 전문 노동력이지만 학생과 군인, 돌격대들은 건축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는 초보입니다. 게다가 이들의 건강 상태는 매우 좋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이시마루 대표의 지적입니다.

[Ishimaru Jiro] 무역성 산하 대외건설지도국의 노동자들이 현장에 파견돼 있고, 이들의 지도 아래 학생과 군인, 돌격대 청년들이 많이 동원돼 있었습니다. 영상을 보니까 완전히 말랐고, 힘도 없게 보였습니다. 옆에 누워있는 사람도 있고요. 돌격대 노동자들의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또 노동력으로 투입된 돌격대, 학생, 군인들은 건축 공사의 전문가가 아닙니다.

또 이시마루 대표는 현장을 보니 자재 부족 현상이 매우 심각하고 크레인과 같은 중장비도 매우 부족하다고 덧붙였는데요, 그러다 보니 건설 공법과 기술도 뒤떨어져 공사가 엉터리로 진행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아주 가까이 찍은 영상을 보니까 공사가 아주 엉터리라는 것이 보이더라고요. 일단 건물 자체가 휘고 있고, 창문틀도 제대로 안 돼 있고, 창문의 위치가 층마다 다 달라요. ‘이런 건물에서 살아야 하는가?’라고 느낄 정도로 현장 가까이에서 보면 건설 자체가 엉터리입니다.

여기에 간부들의 부정부패도 부실공사에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평양의 건축 공사에 필요한 자재는 북한 당국이 지원하는데 간부들이 시멘트와 철근 등 자재를 장마당에 내다 팔면서 정작 건축물에는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는데요, 그만큼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고층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Ishimaru Jiro] 현지 기자도 지적했는데요, 간부들의 부정부패가 너무 심하니까 시멘트와 철근 자재를 장마당에 내다 팔아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강도가 너무 약하다는 거죠. 예를 들어 콘크리트를 만들어도 시멘트의 양을 줄이고 흙과 물을 늘리면 강도가 약해질 수밖에 없죠.

현재 평양의 만경대 구역에 40층이 넘는 고층아파트를 비롯해 대동강 구역에도 25~30층짜리 살림집을 건설 중이지만 이처럼 북한 내부기자가 직접 건설 현장을 확인한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건축 기술과 경험이 전혀 없는 학생과 군인 노동자, 턱없이 부족한 자재와 중장비 등 열악한 건설 현장, 그리고 간부들의 부정부패 등 3가지 악재 속에 무리한 건설계획에 맞춰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건축 공사는 언젠가는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는 우려만 낳고 있습니다.

한편, 최근 평양을 다녀온 미국인 레이 커닝햄 씨가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찍은 평양 내 아파트 건축 현장 사진에서도 대학생이 대거 동원됐으며 자재난을 겪고 있음이 확인됐습니다.

여러분께서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듣고 계십니다.

= 유엔 OCHA “올해 대북지원 국가· 금액 급증”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지금까지 유엔과 19개 국가, 각 비정부기구의 올해 대북지원은 작년보다 4배나 늘어난 9천720만 달러입니다. 2009년(약 6천100만)의 절반도 되지 않았던 지난해 대북지원의 규모(2천400만)가 올해는 지원국가와 금액 모두 몇 배 이상 늘어난 겁니다.

이밖에도 자료에 기록되지 않은 지원국가와 금액을 더하면 올해 대북지원의 규모는 이보다 더 큽니다.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 아시아 태평양 사무소의 커스틴 밀드렌 공보 담당관에 따르면 이처럼 올해 대북지원 규모가 많이 늘어난 데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우선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유엔의 노력이 효과를 거뒀다는 건데요, 밀드렌 공보 담당관은 올해 북한의 식량 사정이 악화하면서 유엔이 이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의 발레리 아모스 국장이 지난 10월에 북한을 방문한 뒤 북한의 심각한 식량 사정을 설명하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는데요, 당시 5천800만 달러에 불과했던 대북지원 모금액이 이후 한 달 만에 약 4천만 달러가 더 걷혔다고 밀드렌 공보 담당관은 덧붙였습니다.

(Due to the deteriorating food situation this year we have increased our advocacy and call for donor support. The ERC Valerie Amos visited in October this year to highlight the situation. At the time funding was only $58 million.)

또 유럽국가와 신흥경제국이 대북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예년과 다른 특징으로 꼽히고 있는데요, 올해는 러시아와 브라질, 인도, 중국 등 신흥경제국, 이른바 '브릭스(BRIC)' 국가들이 모두 대북지원에 동참했고 이 중에는 처음 동참한 나라도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재정위기에 따른 정치적, 경제적 불안정에도 유럽연합 인도지원사무국을 비롯해 스웨덴과 스위스, 프랑스, 독일 등 여러 유럽 국가가 대북지원에 동참한 것도 지원 규모를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유럽 국가들 가운데 올해 직접 대북지원에 나선 나라는 모두 12개국으로 지난해 6개국의 2배나 되고 유럽의 지원규모도 약 4천만 달러로 작년의 5배 이상 됩니다.

밀드렌 공보 담당관은 이처럼 유럽연합이 다각적으로 대북지원에 나선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라고 덧붙였습니다. (This year the EU provided multilateral funding for the first time since 2007.)

그동안 북한의 가장 큰 공여 국가였던 미국과 한국, 일본 등의 대북지원이 급감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지원 규모는 예년과 큰 차이를 보이거나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유엔의 적극적인 노력과 유럽, 신흥경제국의 참여로 올해 대북지원은 오히려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것이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의 분석입니다.

한편, 최근 방북했던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의 아모스 국장은 국제사회의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분배 감시에 대한 투명한 자료와 정보 공유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북한 당국이 분배 감시의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