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대에도 계속되는 ‘기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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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 중앙당 5과에서 선발하는 '5과 여성'

- 김정은 시대에도 '5과 여성' 선발은 여전

- 최고 지도자가 묵는 숙소나 특각 등에 배치

- 오랜 시간 엄격한 심사, 선발 이후 가족과 소통 단절

- 과거와 달리 요즘은 '5과 여성' 선호 안 해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 제1비서가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뒤를 이어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된 지 거의 만 2년이 됐습니다.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바뀌면 전임자 때와 많은 것이 바뀌기 마련인데요, 김정은 시대에도 '크고 작은 많은 일이 전임자 때와 바뀌었다'는 내용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한 가지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고 하는데요, 바로 최고 지도자가 거처하는 곳이나 각 지방의 특각(별장) 등에서 보안을 유지하며 최고 지도자의 수발을 들 젊은 여성들을 뽑는 일은 이전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을 연결해 이에 관한 자세한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중국을 연결합니다. 김준호 특파원, 안녕하세요.

[김준호 특파원] 네, 안녕하십니까? 중국입니다.

-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 젊은 미모의 여성들을 뽑아서 부적절한 관계를 갖는다는 보도가 많았는데요, 흔히 '기쁨조'로 불렸잖아요. 이런 내용은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서도 많이 알려졌는데요, 김정은 제1비서가 집권하고 나서도 젊은 여성을 뽑는 일은 계속되고 있다면서요?

[김준호 특파원] 네, 저도 이와 관련해 '김정은 시대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란 궁금증에 북한 주민을 상대로 취재를 해봤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달라진 점이 별로 없습니다. 북한 주민의 말을 들어보면 과거와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들은 '중앙당 5과'에서 뽑는다고 해서 '5과 대상' 또는 '5과 처녀'라고 부르는데요, 과거 외부 언론에서는 이들을 '기쁨조'라고 소개하기도 했지만, 실제로 북한주민 사이에서 '기쁨조'라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 네, 일단 김정은 시대에도 여전하다는 말인데요, 우선 이들을 선발하는 과정이나 여기에 선발되는 조건은 어떤지 설명해주시겠어요?

[김준호 특파원] 네, 중국을 방문한 여러 북한 주민들의 말을 들어보면 '5과 여성'을 선발하는 최초의 시기는 중학교 4학년인 16~17살 때인데요, 중앙당 요원들이 직접 낙점한다고 합니다. 이들이 선발되기 위해서는 일단 토대에 하자가 없어야 하는데, 집안의 친인척 중에 탈북자나 반동분자 등의 혐의로 처벌을 받은 정치범이 없어야 하는 것은 물론 얼굴이 곱고 신체적인 질병이 없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때부터 낙점된 여성들은 해마다 신체검사를 받으면서 하자가 발생할 때마다 탈락하고요, 도중에 탈락하지 않고 끝까지 남은 사람들은 중학교를 졸업한 뒤 평양으로 올라가 여기저기에 배치된다고 하는데 일단 평양으로 뽑혀 올라간 뒤로는 가족과의 모든 소통이 단절된다고 합니다.

- 네. 그럼 이렇게 뽑힌 여성들은 특수 신분으로 바뀌는 건가요?

[김준호 특파원] 네. 그렇습니다. 최고 지도자를 최측근에서 모시는 아주 귀한 몸이 되는 것이지요.

- 그렇다면 자식이 '5과'에 뽑히는 것에 대해 부모들이 좋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네, 과거 '고난의 행군' 때처럼 먹고 살기가 힘들 때는 자식이 '5과'에 뽑히는 것을 매우 선호했는데, 요즘에는 좀 다르다고 합니다. 일부 살기가 어려운 사람들 가운데 이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하면 '5과'에 뽑히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혹 자식이 '5과'에 뽑히면 뇌물을 고이면서 고의적으로 탈락시킨다고 합니다.
또 한 가지는 흔히 '5과 여성'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젊은 미혼 여성들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미혼 여성뿐만 아니라 30대 과부 중에서도 '5과 여성'을 뽑는다고 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들을 '5과 과부'라고 부르는데요, 이들은 결혼 이후 남편이 사망했다던가 혹은 이혼을 하고 혼자 사는 젊은 여성들입니다. 이들 중에는 자녀가 있는 경우도 꽤 있다고 합니다.

- 네, '5과 과부'라는 말은 저도 별로 들어보지 못했는데요, 이 여성들은 어디에 가서 무슨 일을 하는 건가요?

[김준호 특파원] 네, 저도 이 점이 궁금했는데요, 자신의 이웃에 살던 젊은 여성이 '5과 과부'로 뽑혀간 일이 있다는 함경북도의 주민은, 이들 여성은 북한 고위층 간부들의 부모,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고위층 간부들의 아버지들을 수발한다고 합니다. 즉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병시중을 하거나 때로는 잠자리 수발도 할 것이라는 말도 있는데요, 대신 이 여성들의 자녀에게는 북한 내 일반 자녀들은 가기 어려운 '만경대 학원'에 보내는 특혜를 준다고 합니다.

- 네, 그렇다면 젊고 미혼인 '5과 여성'들은 주로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또 이 여성들은 나중에 결혼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합니다.

[김준호 특파원] 네, 이들이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는 극비사항이기 때문에 정확히 알기는 어려운데요, 북한 주민들은 이들이 최고 지도자가 묵는 숙소나 각 지역에 있는 최고 지도자의 특각 등에 배치된다고 합니다. 또 그곳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알 수 없지만, 이 여성들은 옛날 궁인들이 왕의 여인들이었듯이 오늘날 최고 지도자의 여인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또 이 여성들은 25~26세 정도가 되면 결혼을 시켜준다고 하는데, 호위총국 같은 곳에서 근무하는 총각들의 사진을 여러 장 보여주고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고르게 한다고 합니다. 여성들은 신랑감을 선택할 수 있지만, 오히려 선택된 남성은 선택권이 없어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국가가 하라면 하는 거지, 여기에 토를 달 수 있겠느냐?'라는 것이 북한 주민의 대답입니다.
물론 이 결혼은 신랑·신부 모두 특수한 신분이기 때문에 가족들도 모르게 이루어지는데요, 이들 모두 최고 지도자의 측근에 있었기 때문에 보안을 유지하려는 조치로 보입니다. 또 이들은 남의 눈을 피해 몰래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한다고 합니다.

- 네. 김정은 시대에도 유지되고 있는 북한의 '5과 여성' 제도가 마치 옛 왕조시대의 '궁녀'와 비슷한 것 같은데요,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인권이 강조되는 요즘 시대에는 한참 뒤떨어지는 제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고맙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네. 고맙습니다.

네. 요즘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가까운 한국에서는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고요, 미국에서도 여성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유력한 차기 대통령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또 '국제통화기금',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등 세계를 움직이는 금융기관의 수장도 여성입니다. 이밖에도 미국과 한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여성의 역할과 영향력은 커지고 있는데요, 아직도 소수 권력층을 위해 강제로 '5과 여성' 제도를 유지하는 오늘날 북한의 모습은 이같은 시대적 흐름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듯 보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