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군인도 물고기잡이에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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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 최근 북한 군인이 어로, 즉 물고기잡이에 동원되면서, 조난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례도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동해안에서 수산물을 채취하는 군 산하 '수산사업소'에서 군인을 동원하는 건데요, 어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군인들의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군인은 직접 배를 조정하는 방법도 모르고, 바다에 대해서도 모르고, 특히 물고기잡이에 대해서도 모르지 않습니까? 적어도 북한 동해 상에서 많은 조난사고가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는 익숙하지 않은 군인들이 어로에 동원됐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어로 전투를 연일 강조하고, 물고기 생산량을 늘릴 것을 주문하면서 일반 주민뿐 아니라 북한 군인도 물고기잡이에 내몰리고 있는데요, 북한 당국이 최소한의 안전도 보장하지 않는 가운데 목표량만을 앞세우면서 희생자만 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 군 산하 '수산사업소', 어로 전투에 군인 동원

- 어로에 익숙하지 않은 군인, 사고 빈번

- 최근 일본에서 발견된 북한 어선에도 북한 병사 포함 가능성

- 함경남도 7군단, 군인 조난사고 특히 잦아

[Ishimaru Jiro] 군인이 어로(물고기잡이)에 동원됐다는 말은 처음 들었어요. 물고기잡이 조직은 기업이잖아요. 경제 조직인데, 이곳에 군인을 파견한다는 말은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다른 업종에서도요.

북한 동해안에서 채취한 어획물을 중국에 수출하는 북한군 또는 보안기관 산하 '수산사업소'에서 물고기잡이에 군인을 동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최근 북한 군인이 익숙하지 않은 어로, 즉 물고기잡이에 동원돼 바다 위 조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배가 일본에까지 표류하고 심지어 사망자까지 생기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10월부터 일본 연안에는 북한 어선으로 추정되는 배가 잇따라 표류․표착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금까지 표착한 배는 약 10여 척, 어선 안에서 발견된 시신의 수만 30여 구에 달합니다.

배와 시신을 확인해보니 한글이 보이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가 발견되면서 북한 어선이 잇따라 일본 연안으로 표류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아시아프레스'가 북한의 어업 사정을 조사해 보니 최근 군인들이 물고기잡이에 동원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본에서 발견된 시신 중에는 북한 병사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왜 이 시기에 북한 어선이 표류했을까?' 의문이 생기지 않습니까? 최근 김정은이 '어업에 힘을 쓰자', '군인들에게 맛있는 물고기를 풍족하게 먹이라'는 지시를 내리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군인이 직접 배에 타서 물고기잡이 작업을 하고, 사고도 자주 발생한다고 들었습니다. 군인은 직접 배를 조정하는 방법도 모르고, 바다에 대해서도 모르고, 특히 물고기잡이에 대해서도 모르지 않습니까? 적어도 북한 동해 상에서 많은 조난사고가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는 익숙하지 않은 군인들이 어로에 동원됐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북한 동해안에는 많은 어업 관련 외화벌이 기지가 있습니다.

'수산사업소'로 불리는 이곳은 채취한 어획물을 주로 중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는 대부분 물고기잡이에 군인을 동원했는데요,

함경북도에 사는 '아시아프레스'의 취재협력자는 "군인들은 배의 조타나 해상에서의 방향도 모르고, 물고기 잡는 법은 더더욱 모른다"며 "배에 군인들과 함께 어부를 태워 보내지만,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군인이 어선을 타게 된 이유에 대해 '어로 전투'를 강조하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방침을 지적합니다.

올해 들어 김정은 제1위원장이 '수산사업소'를 자주 시찰했으며, 북한의 언론매체도 수산․어로 관련 보도를 반복하고 있는데요, 한 예로 지난 11월 25일 자 노동신문은 "군 산하 '수산사업소'를 방문한 김정은 제1위원장이 '군인과 인민에게 물고기를 풍족하게 공급해주자는 것은 당의 확고한 결심이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수산업, 즉 물고기잡이는 고도의 기술이나 투자 없이 노동력만 투입하면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인데요, 내년 노동당 대회의 개최를 앞두고 김정은 제1위원장이 주요 성과를 내기 위해 대대적인 수준으로 어로 전투가 진행되고 있는 겁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절대복종해야 하는 김 제1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수산사업소는 해산물을 군에 공급해야 하는데, 물고기잡이에 투입할 인원이 부족해 군인을 동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Ishimaru Jiro] 김정은이 물고기를 먹이라 했으니까 이것은 관철사업입니다. '수산사업소'도 이를 수행해야 하죠. 하지만 동원해야 할 일꾼이 필요한데, 일꾼을 모집해도 일반 주민은 오지 않습니다. 얼마를 주겠다는 계약이 있어야 하죠. 지원하라고 하지만, 아무도 안 간다는 거죠. 반면 군인은 별도로 노임도 주지 않고 공짜로 이용할 수 있으니까 배에 많이 태운다는 겁니다.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동원된 군인의 조난사고는 특히 함경남도에 있는 7군단에서 많이 일어납니다.

취재협력자는 7군단에 배치된 아들을 둔 부모로부터 "'아들이 물고기잡이 배를 타고 있는데 조난이 많아 걱정이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하는데요, 이밖에도 7군단 병사들이 어구를 비롯한 자재구입 때문에 마을에도 내려가 실정을 토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북한 주민 사이에서는 북한 어선으로 추정되는 배가 일본 연안에 표류하고, 심지어 사망자가 발생한 것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또 군인이 어선에 탈 때는 군복에서 사복으로 갈아입게 한다고 하는데요, 이는 북한 당국으로서 병사가 어부로 이용되는 것을 공개하기가 꺼려지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지금도 북한에서는 군인뿐 아니라 일반 주민도 '어로 전투'에 나서고 있습니다. 기상이 나쁘고 어선, 장비 등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이들은 물고기 생산량을 늘리라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시에 따르기 위해 바다에 나서고 있는데요,

끝으로 이시마루 대표가 전한 취재협력자의 말은 이같은 불편한 현실을 그대로 전하고 있습니다.

"지금 조선의 바다에서 사람이 죽는 것은 드문 일도 아무것도 아니다. 항구 주변에는 과부가 늘고 있다. 목선을 타고 물고기 잡으러 바다에 나가 풍랑으로 죽는 일이 수두룩하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