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미국의 유명 시사주간지인 '타임' 지가 2011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세계 10대 뉴스를 선정해 발표했습니다. '타임' 지가 선정한 올해의 10대 뉴스를 살펴보면 아프리카의 튀니지에서 시작돼 이집트, 리비아, 시리아 등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으로 확산한 반정부 민주화 시위, 그리고 철권통치에서 물러난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42년간 리비아를 다스렸던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의 피살 등이 10대 뉴스 안에 포함됐습니다.
올해의 10대 뉴스 결과를 보면 아무리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던 지도자라도 이에 항거하는 단결된 국민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이같은 흐름은 국제사회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하나의 현상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 중국의 청도와 북경, 상해 등 주요 공항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북한 위조지폐를 이용한 사기 행위가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의 평양에서 왔다"라고 소개하는 이들은 북한산 담배를 건네며 친근함을 나타낸 뒤 북한에 대한 호기심, 측은함을 이용해 돈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북한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쌀과 옥수수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인데요, 그렇다고 장마당마다 쌀과 옥수수가 부족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내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외화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환율의 상승을 불러온 것이 쌀값의 폭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북경, 상해, 청도 등 주요 공항서 한국인 상대로
한국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박웅근 씨는 지난 10월 중국의 청도 공항에서 특이한 경험을 했습니다.
북한 말씨를 사용하는 남성 두 명이 자신에게 다가와 북한산 담배를 건네주며 “한국에서 왔느냐?”고 말을 건넸습니다. 박 씨가 그렇다고 답하자 이들은 “북한의 평양에서 왔다”고 자신들을 소개하며 친근함을 나타냈습니다. 초라한 행색과 북한 말투 때문에 북한 사람이라고 믿은 박 씨는 측은한 마음이 들어 자신이 갖고 있던 담배를 모두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이들은 곧이어 북한 화폐 5원과 10원짜리를 건넸습니다. ‘만나서 반가우니 기념으로 가지라’라는 뜻이었습니다. 이에 박 씨도 자신이 가지고 있던 한국 돈 1천 원권 지폐를 꺼내 두 사람에게 건네니, 이들은 ‘세종대왕이 그려진 돈’, 1만 원권을 요구했습니다. 순간 북한 위조지폐를 이용한 사기임을 깨달은 박 씨는 이들의 요구를 거절하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지난 11월, 사업 때문에 중국의 상해 공항을 찾은 박 씨는 그곳에서 같은 수법으로 자신에게 접근한 두 명을 다시 만났습니다. 이번에는 박 씨가 “왜 북한 위조지폐로 이런 짓을 하느냐?”라며 강하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주머니에 가득한 북한산 지폐가 수북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박 씨는 13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전화통화에서 이처럼 중국의 북경과 청도, 상해 등 큰 공항의 출입구에서 한국 사람만 보면 자신이 북한 사람임을 가장해 위조된 북한 화폐로 한국 돈을 요구하는 사기 행위가 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웅근 씨]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북한 주민에게 무언가 도움을 주고 싶은 측은지심을 갖고 있습니다. 위폐범들은 이 점을 노립니다. 그때도 이미 (위조지폐) 준비를 많이 했더라고요.
박 씨가 자유아시방송에 제공한 10원짜리 지폐를 살펴보니 1947년에 발행했음에도 매우 깨끗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5원짜리 지폐에는 발행연도조차 없어 이 화폐가 가짜로 만들어졌음을 금세 알 수 있는데요,
[박웅근 씨] 저는 처음에 ‘이 돈이 왜 이렇게 새것이냐?’라는 말을 하려고 했는데, 1947년도에 발행했으면 헌 돈이 돼야 분명한데, 또 여기에 발행연도가 없단 말입니다. 이 사람이 할 말이 없죠.
이와 관련해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 사람에 대한 측은한 마음과 북한 돈에 호기심을 갖는 한국인들의 심리를 이용한 중국 조선족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 사람은 오히려 한국 사람을 피하기 마련이고 북한이 위조해도 화폐의 최고액인 5천 원권이 아닌 5원, 10원짜리를 하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이들이 정말 북한 사람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또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중국에서 파는 북한 화폐 가운데도 이처럼 가짜가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편,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 김진영(가명) 씨도 북한에서 위조된 옛날 화폐나 도자기 등이 중국으로 흘러나와 중국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팔리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경제가 어렵고 먹고살기 힘들어질수록 북한이나 중국이 화폐나 물건을 위조하는 행위가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박 씨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북한 위조지폐를 이용한 사기 행위가 청도와 상해 공항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으며 탈북자들도 북한 위조지폐가 이렇게 사용되는 데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나타냈는데요, 중국 현지 공항의 공안과 한국 외교통상부에도 이같은 피해 사례가 신고되기도 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듣고 계십니다.
=북한 장마당에 쌀이 넘쳐나는데...쌀값 폭등 이유는?
복수의 대북 소식통과 언론에 따르면 요즘 북한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쌀값은 1kg당 4천 원이 넘습니다.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쌀은 1kg당 2천500원, 옥수수는 1kg에 1천500원대에 거래됐지만 11월에 접어들면서 급격히 상승해 12월에는 장마당의 쌀값이 4천 원에서 4천500원, 옥수수는 2천 원에서 2천500원 선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사이에 쌀값이 오른 것은 평양은 물론, 평안남도와 함경북도, 양강도 등 전국적인 현상입니다. 한국의 인터넷 대북매체 ‘데일리 NK’는 함경북도 회령과 무산, 양강도 혜산의 쌀 가격은 1kg에 5천 원을 넘어섰다고 전했는데요, 한 달 월급이 3천~4천 원에 불과한 일반 북한 주민으로서는 쌀을 사기에 엄두도 낼 수 없는 금액입니다.
북한 내부의 소식을 전하는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쌀값이 폭등하는 것과 관련해 자체적인 물가조사를 해 보니 쌀이 부족해서 발생한 현상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전국 어느 지역을 가도 쌀과 옥수수는 충분하다는 건데요, 이시마루 대표는 쌀값 폭등의 원인을 환율의 상승했던 데서 찾고 있습니다.
[Ishimaru Jiro] 북한의 식량은 대부분 중국에서 들어옵니다. 중국 인민폐를 기준으로 식량 가격을 계산하면 거의 똑같아요. ‘쌀 1kg당 인민폐 얼마로 판매하고 있는가?’를 계산하면 (수입하는)쌀값은 거의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외화의 환율이 많이 올라갔었기 때문에 식량 가격도 같이 오르고 있고, 환율이 떨어지면 쌀값도 떨어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프레스’가 북한 내부 기자를 통해 그동안 쌀과 옥수수, 휘발유 등 기본적인 생활 물가와 중국 인민폐, 달러의 변동을 조사해 정리해 보니 장마당의 쌀값은 중국 인민폐로 계산할 때 거의 변화가 없고 어느 지역의 장마당에 가더라도 쌀은 충분히 있기 때문에 식량이 부족해서 쌀값이 오른 것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요즘 북한에서는 쌀과 옥수수뿐만 아니라 대부분 물건의 가격이 모두 오르고 있는데 이것은 환율의 변동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북한의 환율은 100달러당 50만 원 이상, 위안화도 중국 인민폐 100원이 8~9만 원 수준까지 올랐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 화폐의 가치가 많이 떨어지고 위안화의 가격이 오르는 환율의 상승이 장마당 쌀값의 폭등을 불러왔다는 건데요,
[Ishimaru Jiro] 외화 환율이 왜 상승했었는가? 그것은 강성국가 건설에 의한 외화 수요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내년 강성대국 건설 위해서 평양 도시 개발을 중심으로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것은 북한은 현재 경제 파탄 때문에 공장 기업소가 돌지 못해서 거의 모든 물자를 수입해야 합니다. 그만큼 수입하자면 외화가 필요하니까 외화 수요가 높아지는 거죠.
또 북한 내부에서도 무역 회사나 국가에서 중국 인민폐나 미국 달러에 대한 수요가 많아 외화를 암거래하는 사람들이 외화를 사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한국의 '데일리NK'도 북한 당국이 무역회사를 상대로 외화를 시세보다 높게 사들이면서 북한 시장 내 환율과 물가 상승을 불러오고 있다고 13일 보도했습니다. 내년 강성대국을 앞두고 각종 건설과 행사에 필요한 외화를 충당하기 위해서라고 ‘데일리NK’는 덧붙였는데요, 하지만, 정작 이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그 피해는 일반 북한 주민이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가를 잡겠다며 실시한 화폐 개혁이 실패로 끝난 이후 강성대국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위해 북한 당국의 정책이 집중되고 있지만 이는 가뜩이나 식량, 땔감, 김장 등 월동 준비도 힘겨운 북한 주민의 삶을 환율․쌀값 폭등이라는 이중고로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