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김정일 사망 1주기 앞두고 13, 14일 평양행 열차․항공표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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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 중국 내 출장관료, 15일까지 전원 복귀 지시
- 13일, 14일 중국발-평양행 열차․항공표 매진
- 17일에는 북한 식당도 문 닫는다
- 중국 내 북한공관․ 해외 북한 대사관도 추모행사
- 애도 기간 북․중무역, 북한 식당 영업은 평소와 같아
- 줄줄이 이어지는 대규모 행사에 북한 주민 불만도


북한의 고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지 1년이 되어 갑니다. 지난해 12월 17일이었죠. 사망 1주기가 며칠 남지 않았는데요, 늘 그랬듯이 북한은 김 씨 일가의 우상화를 국정 최고의 우선순위에 두기 때문에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1주기를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짐작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북한은 지난 7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애도 기간을 선포했고, 김씨 일가에 대한 우상화 선전과 최근 장거리 로켓 발사를 비롯한 각종 행사 준비로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요,

오늘 이 시간은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을 연결해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1주기와 관련한 분위기와 이모저모를 짚어보겠습니다. 중국을 연결해 보지요. 김준호 특파원, 안녕하세요.

[김준호 특파원] 네.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중국입니다.

- 네. 한반도의 추위가 아주 매섭다고 하는데요, 계신 그곳의 현지 날씨는 어떻습니까?

[김준호 특파원] 네, 여기도 매우 춥습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추운 것 같습니다.

- 그렇군요, 조금 전에도 잠깐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1주기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는데요, 우선 북․중 국경지역의 분위기를 전해주시죠.

[김준호 특파원] 네, 우선 북한당국이 공식적으로 선포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주기에 관한 애도 기간은 이달 7일부터 18일입니다. 총 12일간인데요, 이는 당초 여러 대북 소식통들이 예측한 것보다는 매우 짧은 기간입니다.

애도 기간이 시작된 지난 7일 이후에도 북․중간의 무역 업무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중국에 주재하는 무역 일꾼들의 활동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또 중국에 진출한 북한식당들의 영업도 평소와 다름없습니다. 다만 북한으로 들어가는 중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는데 이는 겨울철마다 늘 북한관광이 중단되는 현상으로 애도 기간과 크게 관련 없는 일로 보입니다.

- 최근 김준호 특파원도 보도한 바 있습니다만, 북한이 대규모 추모행사를 준비하고 있고 이 때문에 북한 주민도 분주하다는 소식을 들었거든요. 어떻습니까?

[김준호 특파원] 네, 이미 중국에 출장을 나온 관료들은 늦어도 15일까지 전원 복귀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상태입니다. 또 중국에 체류하는 주재원 중에 상당수가 귀국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13일과 14일, 평양으로 가는 국제 열차표, 그리고 선양과 북경(베이징)에서 평양으로 들어가는 항공표는 벌써 동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마도 기일인 17일에 대규모 추모 집회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중국 북경, 선양의 대사관과 영사관, 또 중국 단둥의 영사 사무소에서도 자체적으로 김정일 위원장에 관한 추모행사가 열릴 예정이고,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밖에도 귀국을 하지 않는 주재원들과 가족들, 북한 식당 종업원들, 그리고 외화벌이를 위해 중국에 나와 있는 근로자들이 오는 17일과 18일 양일간에 걸쳐 각 북한 공관을 찾아 고 김 위원장의 영정 앞에서 꽃 한 송이라도 바치면서 절이라도 한 번씩 하고 올 것으로 보입니다.

- 중국 내 북한 식당도 추모 당일 날 영업을 하는지 궁금하네요. 아무래도 추모 당일 날 손님들에게 화려한 복장과 음악을 선보이기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기도 한데요,

[김준호 특파원] 최근 북한의 한 식당을 방문해서 오는 17일에도 영업을 하느냐고 물어봤더니 "영사관에 갈 것이며 17일엔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공식적으로 애도 기간을 선포한 지난 7일 이후에도 접대원들의 화려한 복장과 신나는 공연은 평소와 다름없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검은 리본이라도 하나 달고 있을 법한데, 그런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또 이번 김 위원장 1주기 추모행사를 계기로 영구보존한 고 김정일 위원장의 시신을 일반 주민에게 공개하고 참배를 하도록 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과연 그럴 것인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대목입니다.

- 네. 그렇군요. 지금 전해주신 내용을 종합해 보면 미사일 발사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김 위원장의 사망 1주기 추모행사가 예상보다는 달리 조촐하게 치러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김준호 특파원] 네, 그렇습니다. 그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해 보면요, 이달 17일이 김 위원장 사망 1주기이고, 불과 몇 주 후인 내년 1월 8일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생일입니다. 또 한 달 후인 2월 16일은 김정일 위원장 생일인 광명성절, 그리고 4월 16일이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 등 북한에서는 해마다 가장 크게 치르는 굵직굵직한 정치적 이벤트와 행사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옛말에 '가난한 집 제사 돌아오듯 한다'는 말이 있는데, 현재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는 북한 사정에 딱 어울리는 말인 것 같습니다.

- 줄줄이 이어지는 대규모 행사 때문에 북한 주민이 참 힘들겠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그렇죠. 그래서 이런 사정들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 1주기 추모행사를 너무 요란하게 치를 수 없는 속사정이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또 이런 행사들은 주민을 강제로 동원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현재 한겨울 추위와 치솟은 높은 물가에 지친 주민을 과하게 내몰 수 없는 사정도 있는데요, 한마디로 김정은 제1비서가 북한의 최고 권력자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입지가 탄탄하지 못하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 지난 12일에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기습적으로 발사했습니다. 발사 배경 중 하나로 역시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추모하고 유훈을 떠받드는 것이 지적됐는데요, 사망 1주기 행사와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장거리 로켓 발사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지 않았습니까? 추모 분위기이면서도 축제분위기일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김준호 특파원] 그렇습니다. 애도 기간은 글자 그대로 고인을 추모하고 고인에 대해 슬픈 감정을 표시하는 기간이지요. 그런데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 사업이라고 하는 장거리 로켓 발사가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평양은 온통 축제 분위기로 돌변했습니다. 애도 기간이 축제기간으로 돌변한 이상한 분위기로 반전했는데요, 북한 당국이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해 "김정일 위원장의 위대한 유훈 사업을 대를 이은 김정은 제1비서가 기어코 달성해 냈다"면서 김정일-김정은 부자에 대한 우상화 선전으로 활용할 것이 예상되는데요, 한국에 정착한 한 탈북자는 "한편으로는 웃어야 하고, 한편으로는 슬퍼해야 하는데 북한 주민의 입장에서는 자칫 잘못하면 정치범으로 몰려서 곤혹을 치르는 경우도 예상되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때와 장소에 따라서 표정관리를 잘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네. 그렇군요. 추운 겨울에 높은 물가로 월동준비는 물론 살림살이가 어렵다는 말도 들리는데, 갖가지 행사로 북한 주민께서 어려움이 없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소식 잘 들었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네.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이었습니다.

한국의 인터넷 대북매체인 '데일리 NK'에 따르면 북한 주민은 애도 기간 전국적으로 휴대폰 사용과 음주, 도박, 유희나 오락 등을 할 수 없고 추모일 당일에는 텔레비전으로 추모대회를 시청하거나 묵상, 동상 참배 등의 일정을 소화해야 합니다.

외국에 있는 북한 대사관의 홈페이지도 일찌감치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과 함께 추모분위기를 전하고 있는데요, 특히 올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주기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에 대한 추모와 장거리 로켓 발사의 성공이 맞물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 대한 충성심 고취와 체제 강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