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지방도시에 살림집 건설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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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 신의주에 18층 아파트, 지방 도시에 새 살림집 건설

- 새 살림집 영향, 기존 아파트 가격 변동도

- 북 당국, 개인 투자 유치해 건설 자금 융통

- 개인이 투자하면 기업소가 건축 담당

- 개개인 간 주택 매매 허용, 주택 시장은 이미 시장경제


북한 청취자께서는 현재 어떤 집에서 살고 계신가요?

북한 당국이 과거 평양에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 계획을 세웠지만, 건축 자재와 자금 부족으로 처음 목표로 한 10만 세대에 훨씬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고 김정은 제1위원장이 등장하면서 평양 중심의 살림집 건설이 주를 이룬 과거와 달리 올해 들어서는 북한의 지방 도시들에도 살림집 건설이 붐을 이루고 있습니다. 또 요즘은 북한 평양뿐만 아니라 지방도시에서도 주택매매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그동안 자금이 없어 살림집 건설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북한 당국이 요즘은 어디에서 자금을 융통하는지도 궁금한 대목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이에 관련해 취재해 온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을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 안녕하세요.

[김준호 특파원] 네, 안녕하십니까? 중국입니다.

- 조금 전 언급했습니다만, 평양뿐 아니라 북한의 지방 도시에서도 살림집 건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요? 어떤 살림집이 지어지고 있나요?

[김준호 특파원] 네, 북한에서 "살림집"이라고 하면 살림을 하는 집이라는 뜻인데, 일반 주택도 있지만, 보통은 아파트를 말합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북한 전역에 아파트가 많이 건설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 단둥에서 볼 수 있는 신의주만 해도 새로운 건물들을 짓고 있는 것을 눈으로 관측할 수 있는데요, 이 건물들이 모두 살림집이라고 합니다. 이는 작년까지만 해도 볼 수 없던 광경입니다.
이처럼 다른 지방 도시에서도 살림집이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이 건설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특이한 것은 지금까지 평양을 제외하면 지방에서는 크게 내세울 만한 살림집 건설이 없었는데, 올해는 지방 도시에서도 꽤 많은 살림집 건설이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 네. 지금처럼 주택을 많이 짓고 있다면 주택 가격에 대해서도 파악된 것이 있나요?

[김준호 특파원] 네. 주택 가격의 변동 사례를 하나 파악한 것이 있는데요, 중국과의 최대 국경 도시인 신의주에도 꽤 여러 동의 살림집이 건설 중인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신의주에 사는 북한 주민이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한 내용에 따르면 지금 신의주에 짓고 있는 아파트들은 주로 100~120평방 넓이의 아파트들입니다.
지금 중국 단둥의 압록강 변에서 육안으로도 관찰이 가능한 18층짜리 아파트가 있는데, 물론 내부 장식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 아파트의 판매 가격이 지난 가을에는 4만 달러 정도였는데, 지금은 3만 5천 달러 정도로 내렸다고 합니다. 이것 말고도 다른 아파트가 많이 건설되면서 상대적으로 물량이 많아졌고, 이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내렸다는 겁니다. 이 사례를 고려해보면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란 추측이 가능합니다.

- 최근 북한의 지방도시에서 새 살림집 건설이 이처럼 붐이 일고 있는데, 과거에는 건설 자금이 부족하지 않았습니까? 평양에서는 일부 지역의 주택 건설비용을 시장 상인들에게 거둬들이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요, 그렇다면 북한당국이 지방도시의 살림집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특별한 수단이라도 생긴 건가요?

[김준호 특파원] 네, 말씀하신 그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취재했는데요, 평안북도의 공무원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이 올해 2014년을 '건설의 해'로 지정하고 '개인 돈주들의 투자를 이끌어내 살림집을 건설하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연히 개인들에게 투자하라고 하면 할 사람이 없을 테니까 '투자자들의 자금 출처에 관해서는 묻지 말고, 투자자들에 대한 이윤을 보장해주라'는 것이 그 지시의 핵심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같은 살림집 건설에 투자한 돈주들이 꽤 많다고 공무원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 사실 북한에서는 이렇게 집을 지어도 맘대로 사고 팔 수 있는 것이 제도적으로 보장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전에 라디오 세상에서 주택매매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듯이 이렇게 지은 집도 개인들이 살 수가 있지요?

[김준호 특파원] 네, 그렇습니다. 지금까지는 음성적으로 집을 사고팔고 했지만, 최근에 짓고 있는 집은 돈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살 수 있고, 개인 재산으로까지 인정해 준다고 합니다. 또 이미 집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도 살 수 있고, 이 집을 샀다가 다른 사람에게 되파는 것도 허용했다고 합니다. 이는 매우 파격적인 정책으로 평가되는데요, 이런 정책 때문에 지방 도시에서도 살림집 건설이 매우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이미 북한의 주택 시장은 시장경제 체제라고 볼 수 있겠군요.

[김준호 특파원] 그렇습니다. 제가 접촉한 소식통들도 '지금까지 북한당국이 고수해왔던 주택 정책을 완전히 허물었다', '지금까지 고수해 왔던 주택 정책을 포기한 정책'이라고 평가하는데요, 과거에도 북한 당국이 장마당을 통제했다가 이제는 통제를 포기했고, 외화사용도 금지했다가 결국 통제할 수 없으니까 지금은 이것도 사실상 포기하지 않았습니까? 주택도 마찬가지로 지금까지는 무조건 국가의 재산이라 해서 마음대로 사고파는 것을 금지했지만, 이제는 이 정책도 포기하는 과정이란 분석입니다.
장마당이나 외화사용도 북한당국의 의지대로 통제가 불가능하니까 어쩔 수 없이 포기한 것처럼, 주택 매매도 처음에는 불법이었지만 슬그머니 양성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 네, 끝으로 한 가지만 더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살림집을 건설하는 주체는 어디인가요? 북한에는 미국이나 한국처럼 건설회사가 있는 것이 아닐 텐데요.

[김준호 특파원] 네, 아파트를 건설하는 주체는 당이나 행정단위는 아니고요, 표면적으로는 기업소에서 짓는 형식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개인 자본가가 공사에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면 아파트를 짓는 것은 기업소가 담당하는 건데요, 그러다 보니 국가 기관은 이 일에 깊숙이 관여하지 않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의 고수했던 주택 정책을 허무는 일에 국가가 앞장서는 모습을 당장 보여주기 싫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장마당이나 외화사용 정책처럼 시간을 두고 슬그머니 양성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 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소식 감사합니다.

[김준호 특파원] 네. 고맙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한 바에 따르면 지방 도시에서도 살림집 대부분을 매매를 통해 구입하고 있습니다. 이중에는 돈벌이를 위해 집을 사고파는 경우도 많은데요, 주택을 사고 팔 때 중국의 인민폐나 미국 달러화까지 이용되고 있습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사실상 북한의 주택 시장은 시장 경제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사회주의 체제인 북한 당국이 주택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면 이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살림집 건설의 확대'를 명분으로 민간 자본의 유입을 묵인하고 성장을 촉진하는 북한의 부동산 시장은 '장마당 허용', '외화 사용' 등과 함께 앞으로도 북한 경제의 시장화 바람을 이끌 것으로 예상됩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