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로 북한 시장에 수산물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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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제재로 북한 수산물의 수출길이 막히면서 요즘 북한 시장에는 다양한 수산물이 팔리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수출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게와 새우, 문어, 오징어(북한명: 낙지) 등이 북한 시장에 등장한 건데요, 중국 판로가 막히다 보니 북한 시장에서 거래되는 겁니다.

중국에 수출해 돈벌이가 잘 됐는데 이것이 막히니까 일부라도 북한 시장에 팔아서 경제제재의 타격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최상급 오징어를 비롯해 대다수 수산물의 가격이 여전히 비싸 일반 북한 주민이 사 먹기에는 부담스럽고, 수산물을 파는 신흥부유층이나 수산회사도 중국에 수출하는 것보다 수익이 적어 불만족스럽기는 마찬가지인데요, 그래서 중국 밀수의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지금, 북한에서는> 시간으로 꾸며봅니다.

- 중국 수출용 게, 문어, 새우 등 북한 시장에서 팔려

- 대북제재로 수출길 막히면서 시장으로 유입

- 비싼 가격에 일반 서민은 그림의 떡, 판매자도 수지 안 맞아

- 북한 시장의 한계, 중국 밀수 가능성 커져


요즘 북한 시장에 다양한 수산물이 많이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전에 보기 어려웠던 새우와 게, 문어 등이 등장하는가 하면 중국에 많이 수출했던 고급 오징어(북한명: 낙지)도 팔리고 있는데요, 지난 8월, 북한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때문입니다.

19일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최근 평양 시장에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우, 게, 문어 등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해산물이 팔리고 있습니다.

또 양강도 혜산시에 사는 취재 협력자도 "요즘 시장에서 해산물이 많이 팔리고 있다며 작은 가자미가 1kg 당 중국 돈으로 11위안, 큰 것은 16위안, 송어는 7위안, 오징어(낙지) 중간품은 38위안 등에 거래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함경북도의 취재 협력자도 함경북도의 시장에서 해산물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는데요, 대북제재로 해산물을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다 보니 북한 내에서 팔아 제재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북한 내부에 의뢰했는데 평양을 비롯해 지방 도시까지 많은 수산물이 팔리고 있더라고요. 이전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게, 새우, 문어 등 중국 수출용 해산물이 시장에서 많이 팔리고 있다는 것이었죠. 생각해 보면 북한의 수산회사들은 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해서 이익을 봤습니다. 중국에 수출해 돈벌이가 잘 됐는데 이것이 막히니까 일부라도 북한 시장에 팔아서 경제제재의 타격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방시장에도 중국 수출용이던 고급 오징어가 보이고 다른 수산물까지 많은 종류의 수산물이 팔리고 있다고 취재협조자가 전해줬습니다.

실제로 품귀 현상을 겪는 오징어는 요즘 돈이 됩니다. 가장 좋은 제품은 1kg에 중국 돈으로 75위안, 중간 등급은 35-40위안, 그리고 낮은 등급은 25-30위안 정도에 거래되는데요, 예전에는 좋은 물건이 대부분 중국으로 팔려 나갔지만, 요즘은 북한 시장에서도 고급 상품이 팔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대북제재의 영향으로 수출길이 막힌 북한 해산물. 어쩔 수 없이 많은 양이 북한 시장에 유입됐지만, 해산물을 파는 수산회사나 이를 사는 일반 주민 모두 만족스럽지는 못한데요, 일반 서민이 사 먹기에는 여전히 비싼 가격인 데다 파는 사람도 수출에 비교해 큰 이익을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1kg에 중국 돈으로 75위안이나 하는 수출용 고급 오징어는 일반 서민이 사 먹을 수 없는 가격입니다.

[Ishimaru Jiro] 값을 알아봤는데, 고급 오징어는 1kg당 중국 돈으로 75위안 정도 합니다. 이것은 북한의 일반 서민이 살 수가 없죠. 입쌀 20kg을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이니까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겁니다. 북한이 중국에 해산물을 수출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일 년에 대충 2억 달러 정도 되는데요, 이 금액을 북한 시장에서 소화하는 것은 어려울 겁니다. 그래서 수산물로 돈벌이하는 회사들이 중국에 대한 밀수를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것이 저의 견해입니다.

북한 내부에서도 앞으로 중국을 대상으로 오징어 밀수가 늘어날 것을 예상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양강도의 취재 협력자에 따르면 "낙지(오징어)는 보존하기 쉽고 가벼운 데다 가격도 좋아 밀수에 최적인 상품"이라며 지금은 정식으로 수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내년 중국 음력설에 맞춰 밀수를 노릴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데요,

[Ishimaru Jiro] 북한에서는 오징어 철이 주로 6~7월인데 9월~10월에도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 안에서는 오징어잡이가 잘 됩니다. 이 때문에 북한에서 낡은 배를 무리하게 동원해서 일본 구역까지 보내고 있는데, 돈벌이라고 생각해야겠죠. 오징어는 다른 수산물과 달리 말려서 보관할 수 있고, 무게가 적게 나가고, 냉동도 필요 없으니까 밀수에 적합한 수산물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북한 내부 취재협력자는 "중국 수출이 막혔지만, 국내 시장에서 팔고 중국에 밀수로 많이 팔 생각이 아닌가?" 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일본 해안에는 북한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선박이 잇달아 표류했습니다.

표류한 목선 중에는 산산조각이 난 것도 많았고, 사망한 북한 주민도 적지 않았는데요, 일본의 해상 보안청이 지난 7월에 촬영한 사진을 보면 북한 선박과 같은 구조물을 설치한 목재선이 확인됐고, 잡은 오징어를 말리는 배의 영상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해에 표류한 배에는 오징어 낚시용 바늘도 발견되고 있는데요, 따라서 이시마루 대표는 지난 11월에 급증한 표류 어선이 9~10월에 빈약한 장비를 갖춘 목선으로 무리하게 일본 근해까지 온 북한의 오징어잡이 어선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질 좋은 오징어는 주로 중국에 수출하면서 북한의 소중한 외화벌이 수단 중 하나였는데요, 유엔이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로 수산물 수출이 전면 금지되면서 오징어로 벌어들이던 외화 수입이 불가능해졌습니다.

결국, 북한 시장에서 판매하거나 밀수를 통해 부족한 이익을 메워보려 하는데요, 과연 본전을 찾을 수 있을까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