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통치·인민통제로 얼룩진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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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 시작합니다.

- 숙청과 주민 통제가 최고점에 달했던 2015년

- 중앙간부에서 지방간부, 일반 주민에 이르기까지

- "말을 듣지 않는 자는 용서하지 않는다"는 사회 분위기 정착

- 농촌동원은 물론 직장․인민반 통한 노력동원도 많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북한의 최고 지도자에 오른 지 4년이 지났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집권 초기에는 여러 사건․사고가 많았고, 정치․경제․외교․사회 등 모든 면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 2015년에도 북한은 많은 뉴스를 쏟아냈는데요,

지난 한 해 동안 공포정치와 사회적 통제가 여전했고, 주민에 대한 감시와 제재가 강화하면서 전반적인 북한 주민의 생활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반면 시장을 중심으로 개인경제는 활발해졌고, 계속 발전하는 평양시의 모습과 달리 빈부의 격차는 더 벌어졌습니다.

또 북한은 국제적으로는 미국․한국․중국과 관계 개선에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서 더욱 고립된 한 해를 보낸 것으로 평가되는데요,

오늘 <라디오 세상>은 2016년 새해를 앞두고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함께 2015년의 북한을 되돌아보면서 북한 사회와 주민의 생활에 어떤 영향과 변화가 있었는지 짚어보고 2016년 새해에 북한 주민이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가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님, 안녕하세요.

[Ishimaru Jiro] 네. 안녕하십니까?

- 우선 2015년에도 자유아시아방송(RFA)을 통해 북한 내부에 관한 정확하고 신속한 뉴스, 냉철한 분석 등을 북한 청취자에게 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015년에도 '아시아프레스'와 함께 많은 북한 소식을 다뤄왔는데요, 우선 북한 소식을 다루시면서 느끼신 점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Ishimaru Jiro] 네,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인민에 대한 통제'가 북한 역사상 가장 심했던 한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2013년 12월, 즉 2년 전 장성택이 숙청된 이후 '말을 듣지 않는 자, 복종하지 않는 자는 용서하지 않는다'는 공포통치가 계속됐는데, 2015년에는 이것이 더 강화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인민에 대한 통제가 역대 최고였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실제로 2015년에도 북한의 김정은 제1위원장이 공포통치를 계속 유지했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처형된 간부가 130여 명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었고요, 특히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처형된 것도 대표적입니다. 최근에는 최룡해 비서도 혁명화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의 '영원한 2인자'는 없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줬는데요, 공포통치와 함께 북한 사회 전반적인 통제와 억압은 어느 정도의 수준이었다고 보시는지요?

[Ishimaru Jiro] 네, 평양의 여러 중앙간부에 대한 숙청보도는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중앙간부가 그 정도라면 지방간부는 더 많이 숙청됐을 겁니다. 알려지지 않은 숙청도 많았을 테고, 간부와 관련된 사람, 연고자도 제거됐을 겁니다. 북한 내부 취재협조자도 지방 간부들에 대한 소식을 전해왔습니다만, 지방 간부들도 많이 잡혀갔다고 합니다. 김정은이 지도자 자리에 올라섰지만, 곧바로 세습 후계체제가 완성되지 않았죠. 젊고 실적도 없는 김정은에 대해 가볍게 보는 사건이 이어지니까, 당 조직․행정․군부 안에서도 "말을 듣지 않는 자는 용서하지 않는다"는 것을 실행하지 않으면 통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위기감 때문에 이런 숙청이 계속됐다고 봅니다.

- 이같은 당 간부들에 통제와 공포정치가 일반 주민에게 그대로 전달되지 않았나 싶거든요.

[Ishimaru Jiro] 맞습니다. 김정은의 명령․방침이 하달되면 중앙 간부부터 말단 일꾼까지 모두 시행해야 하지 않습니까? 이것을 시행하지 못하면 처벌 받을 수밖에 없는데, 당연히 간부들은 무리해서 주민에게 강요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런 점에서 너무 통제가 심해지고, 북한 역사상 최악의 인민통제가 있었다고 봅니다.

- 실제로 북한 주민이 공포정치 때문에 두려워한다는 점도 느끼셨나요?

[Ishimaru Jiro] 그렇죠. 특히 북한이 통제를 강화한 것은 첫째, 지도자에 대해 비판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 둘째는 한국을 비롯한 외부세계와 접촉입니다. '아시아프레스'나 한국에 있는 탈북자들도 북한 내부에 사는 친척․가족과 계속 통화하지 않았습니까? 그것에 대한 통제가 아주 심해졌습니다. 전화 한 통으로 잡혀가거나 교화소에 가는 사례가 정말 많습니다. 김정은 체제로서는 '외부 세계와 연락', '송금의 유통을 차단하라'는 명령에 대해 말만 해서는 안 되고 실제로 때려야 한다는 식의 통제가 공포 통치의 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김정은 시대가 들어선 지 4년이 됐지만, 아직도 지도자로서 일반적인 인식이 거의 정착되지 않았습니다. 계속 선전활동을 하고, 정치학습 ․사상교육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또 여기에 참가하지 않으면 더 세게 처벌을 받습니다. 또 경제적인 면에서 주민 동원도 많아졌는데요, 농촌동원은 물론이고 직장․학교․인민반을 통해 여러 노동 동원도 많아졌다고 합니다.

- 북한 시장 확대, 기능과 역할의 고도화에 주목해야

- 눈에 보이는 규모뿐 아니라 도매상․운수․배달․서비스의 발달

- 평양만 발전․지방도시는 갈수록 열악, 격차 벌어져

- 눈에 보이는 발전 모습보다 전체적인 생활 수준으로 판단해야


- 지난해 '아시아프레스'는 북한 주민의 실제 생활을 중점적으로 보도했는데요, 우선 시장 이야기부터 해보겠습니다. 현재 북한에 허가된 공식 시장은 4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만큼 북한 당국이 시장경제활동을 장려하고, 이를 통해 수입도 얻고 있는데요, 올해 공식 시장과 비공식 장마당의 상황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Ishimaru Jiro] 네. 북한의 시장 확대에 관해서는 여러 매체가 보도했습니다. 한국에서도 화제가 됐고, 여러 전문적인 연구도 있더라고요. '이것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인데, 첫째는 북한의 시장 확대를 단순히 공간이 커졌다고 평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시장경제는 20년 동안 발전해왔는데, 공간뿐 아니라 기능과 역할이 많이 고도화됐다고 봐야 합니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눈에 보이는 장마당의 규모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잘 보이지 않는 도매상의 발달․운수의 발달․배달, 서비스업의 발달 등 많이 고도화됐습니다. 이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둘째, 장마당 경제의 확대는 노동당의 지도하에 진행된 것이 아니라 대부분 북한의 인민이 살아가기 위한 노력으로 이뤄진 겁니다. 국가의 정책 때문에 진행됐다고 평가하면 안 되는 거죠. 20년 전에 자연 발생적으로 시작된 시장경제가 너무 고도화해서 이제는 없애지 못하게 됐고, 북한 당국도 이를 묵인할 수밖에 없다고 봐야 할 겁니다.

- 이시마루 대표는 그동안 북한 주민에게 현금수입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해왔습니다. 북한 주민이 시장 활동을 통해서 먹고 살기는 나아졌는지, 이점은 어떻게 판단하세요?

[Ishimaru Jiro] '아시아프레스'는 지방 주민의 상황을 조사해왔습니다. 대부분 지방 도시 주민은 계속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고, 큰 변화는 없습니다. 그리고 김정은이 평양만 보고 있다는 불만도 많습니다. 자세히 물어봐도 일반적인 지방 사람들의 생활에서 현금 수입이 늘어났다는 대답은 거의 없어요. 그런 면에서 평양과 지방,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과 일반 주민의 격차가 커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 이 밖에도 '철도 노동자의 월급이 2천 원도 안 된다는 소식', '수확은 끝났지만, 북한 군대는 여전히 배고프다는 소식', '북한의 전력사정은 여전히 나쁘다는 소식' 등도 있었습니다. 반면 평양시에는 고층 아파트와 새로운 특구가 들어서고, 곳곳마다 체육․오락시설 등이 건설됐습니다. 평양에는 자동차가 많아졌고, 주유소마다 차량이 붐비는가 하면 교통체증까지 생겼다면서 북한이 많이 변했다는 말도 들리는데요, 이것이 '전시효과' 또는 '빈부 격차'로 설명될 수 있겠지만, 정말 북한의 모습은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요?

[Ishimaru Jiro] 네, '북한의 변화를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인데요, 북한은 20년 전부터 대단한 변화를 겪어왔어요. 사회주의․계획경제의 마비에 따른 시장경제가 확산․발달이 변화의 동력이 됐습니다. 평양만 놓고 보면 외화벌이 회사가 집중돼 있고, 외국 사람이 많이 방문하고, 그것 때문에 평양 중심구역과 평양의 일부 사람에 대해서는 경기가 좋아진 상태에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 김정은이 혁명의 수도 평양에 집중적으로 투자했기 때문에 최근 4년 간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곳도 평양입니다. 하지만 최근 4년 동안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니라, 이미 20년 전부터 이어진 변화도 무시하면 안 된다는 거죠. 물론 평양에 차가 많아진 것도 사실이고,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도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그런 면에서 눈에 보이는 변화라 할 수 있죠. 하지만 경제가 좋아졌다는 평가를 단순히 차가 많아졌다는 것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평양의 생활 수준이 얼마나 좋아졌는가를 판단할 때 그에 맞는 경제 지표가 있어야 합니다. 이런 경제지표나 정보가 정말 부족한 상황에서 '좋아졌다', '나빠졌다'라는 평가는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 전기․수도 등 사회 인프라 측면에서도 평양 시민 사이에서 격차가 큽니다. 또 현금 수입이 얼마나 늘어났는지도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 내부협조자와 통화하면서 북한 주민의 생각을 가장 가까이에서 듣는 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날 북한 정권에 대한, 또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솔직한 북한 주민의 마음은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요?

[Ishimaru Jiro] 아시아프레스의 취재협조자, 또는 북한 주민의 말을 들어보면 3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평양과 지방도시의 격차인데, '김정은이 평양만 보고 있다', '지방도시는 무시당하고 있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지난 4년간 지방도시에서 전기․수도․교통 등 사회 인프라가 나빠졌다는 말이 대부분이거든요. 평양만 살리고 지방도시는 소외됐다는 평가를 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또 김정은이 집권한 지난 4년을 평가하는 질문에 대해 아직도 30대 중반의 김정은을 어린애라고 표현하는 사람이 많고, 그의 업적에 대해서도 '차라리 나빠졌다'. '아버지 때보다 더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습니다. 또 '지난 4년간 무얼 했느냐?'란 부분에서 북한의 일반 주민의 머릿속에는 숙청․공포정치에 대한 강한 인식이 있죠. 공포정치를 시행하면 주민으로서는 좋아할 수 없지 않습니까? 다시 정리하자면 '아직 어리다'란 평가, '경제는 지방에서는 좋아진 것이 없다', 그리고 세 번째는 '무섭다'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겁니다.

- 네, 매년 이맘때가 되면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 전망도 해보지만, 워낙 북한 체제가 변수가 많고 돌발적인 성격이 짙어 사실 무의미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특별히 북한 주민이 새해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Ishimaru Jiro] '앞이 잘 안 보인다'는 표현을 많이 합니다. 구체적으로 희망이 보이는 것 같지 않아요. 그래도 김정은 시대 4년 동안 핵실험․전쟁소동․숙청․국경봉쇄 등을 계속해 왔습니다. 이는 김정은의 유일영도체계 확립을 위해서인데, 4년을 지내오면서 북한 주민은 내년에는 통제가 풀렸으면 좋겠다는 갈망․기대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징후가 보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 네, 오늘 이시마루 대표와 2015년의 북한을 되돌아봤는데요, 북한이 걸어온 길은 정치․경제․사회 모든 면에서 여전히 암울했던 한해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오히려 이런 현실을 되짚어본 것이 청취자분들께 속상한 마음을 안겨드린 것 같아 죄송한데요,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새해를 맞이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대표님도 이 시간을 통해 북한 청취자에게 새해 인사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Ishimaru Jiro] 북한에서 이 라디오 방송을 듣는 청취자 여러분, 저는 일본 사람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외부 정보를 잘 모르실 것 같지만, 한국․일본을 비롯해 외국 사람들이 북한 주민을 잊지 않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사는 여러분의 생활이 빨리 나아지기를 염원하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인데요, 북한 주민 몸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대표님.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좋은 말씀과 분석․전망에 감사드립니다.

[Ishimaru Jiro] 네. 고맙습니다.

2016년 새해. 북한 청취자 여러분께서는 어떤 새해 소망을 갖고 계십니까? 가족의 건강, 꿈의 성취, 윤택한 삶 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품고 있는 소망을 북한 주민께서도 똑같이 갖고 계시리라 생각하는데요,

당장 그 소망을 이룰 수 없는 환경에 있다 할지라도 2016년, 새로운 시작과 함께 꿈과 희망을 잃지 않는 한 해가 되셨으면 합니다. 청취자 여러분, 건강하십시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