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초점>
북한을 방문한 미국의 전직 프로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을 만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이번 방문이 미국과 북한 간 해빙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직접 언급했는데요, 이를 두고 '미․북 관계의 개선 의지를 표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는 미국 국무부의 관리는 로드먼의 방북에 따른 미․북 관계의 변화 가능성을 묻는 말에 "No"라며 잘라 말했는데요, 국무부는 로드먼의 방북이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에 불과할 뿐, 더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내 외교소식통과 한반도 전문가들은 그동안 미국과 북한 간 의료, 스포츠, 종료, 문화 등 민간교류는 꾸준히 있어왔지만, 궁극적으로 미․북 관계의 진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며 결국 북한의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말하는데요,
계속된 장거리 로켓의 발사와 3차 핵실험의 감행으로 더는 북한을 신뢰하지 않는 미국 정부에 '미․북 간 해빙을 기대하는 김정은 제1비서의 바람'은 한동안 일방적인 메아리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 시간에 다룰 <오늘의 초점>입니다.
- 미 국무부, 로드먼 방북 평가 절하
-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일 뿐 확대해석 안 해
- 그동안 진행된 민간교류에도 미․북 관계는 제자리
- 전문가들 "민간교류 아닌 진정성 문제" 한목소리
북한을 방문한 미국의 전직 프로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에 대한 미국 국무부의 반응은 여전히 개인자격의 여행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오히려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입니다. 데니스 로드먼은 지난달 26일부터 3월 1일까지 북한을 방문했는데요,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는 국무부의 관리는 1일, "데니스 로드먼의 방북이 미국과 북한 간 관계개선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느냐?"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문에 한 마디로 "NO!"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국무부 관리에 따르면 실제로 로드먼 일행이 북한을 방문하기 전 국무부에 방북 계획을 보고했을 때도 국무부 측은 "개인적인 방북을 막지 않겠지만 북한이 '여행주의국'임을 인지하라"고만 설명했습니다. 특히 이 관리는 데니스 로드먼을 포함한 미국 농구선수단 일행의 방북 과정에서 국무부 측은 어떠한 지원이나 관여도 하지 않았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이번 농구선수단의 방북을 낮게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로드먼의 방북 이후 자유아시아방송이 만나본 몇몇 국무부 관리들은 로드먼의 방북을 단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제한할 뿐 어떤 정치적 의도나 메시지를 찾아보려는 노력은 없었는데요, 현재 미국 국무부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미․북 관계를 직접 언급했습니다. AP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로드먼에게 "이번 방문이 미국과 북한 간 해빙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고,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농구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미국과 관계개선 의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초 '구글'사의 에릭 슈미트 회장에 이어 로드먼의 방북에 관한 국무부의 반응을 보면 북한의 행동에 쉽게 화답할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실제로 워싱턴의 외교소식통과 전문가들은 "그동안 미국과 북한 간 민간교류가 의료와 스포츠, 과학, 문화, 종교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있어왔지만 미․북 관계는 좋아지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2009년에는 활발한 민간교류에 이어 당시 국무부의 스티븐 보즈워스 전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직접 북한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까지 전달했지만, 미․북 관계는 좀처럼 진전되지 않았습니다.
또 2011년 미국과 북한 간 2차 대화가 열린 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했을 당시에도 북한 내 미군 유해 발굴 재개에 관한 논의와 북한 태권도단의 미국 방문, 미국 내 한인의사들의 방북 등 민간교류는 꾸준히 이어졌고 '2.29합의'까지 도달했지만 북한이 곧바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서 미․북 관계는 급속히 냉랭해졌는데요, 당시 미국 워싱턴은 북한에 매우 실망했습니다.
워싱턴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자유아시아방송에 비정치적 민간․인적 교류가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을 쏟아냈는데요, 국무부 대변인을 지낸 필립 크롤리 전 공보담당 차관보와 도널드 그레그 전 대사,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등은 북한의 진정성이 없는 양국 간 민간교류는 근본적인 돌파구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미국 스탠포드대 한국학연구소의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부소장과 미국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티우 사무총장도 슈미트 회장과 로드먼 등 미국인의 개인적인 방북이 전반적인 미․북 관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는데요,
[그레그 스칼라티우] 얼마 전에 '프리스비(frisbee) 외교'란 표현이 있었죠. 외국인 몇 명이 북한에 가서 북한 주민과 프리스비를 한 적이 있지 않았습니까? 또 골프투어를 운영하는 관광회사들도 있고요, 저는 '골프외교'란 표현까지 들었거든요. 일단 골프 외교이든, 프리스비 외교이든, 농구 외교이든 신뢰성이 없으면 무게 있는 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다고 봅니다.
이밖에도 한국과 북한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그동안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한 데다 귀국 길에는 고 김일성 국가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위대한 지도자들'이라고 칭송한 로드먼에 대해 국무부가 무게감을 둘 가능성도 희박합니다.
전문가들은 개인적인 민간교류가 북한 주민에게 폭넓은 관점을 심어주고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하면서 미국과 북한 간 화해 분위기와 대화 재개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2․29합의 이후 두 차례나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3차 핵실험까지 감행한 북한에서 어떠한 진정성도 엿볼 수 없는 때에 전직 농구선수를 통해 '미국과 북한 간 해빙'을 기대한 김정은 제1비서는 아직 냉랭하기만 한 워싱턴의 분위기를 제대로 읽지 못한 듯 보입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