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세상] 화폐개혁으로 10만 달러 이상 북한 부유층 2만 명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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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엿보고 흐름과 의미를 살펴보는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시간입니다.

국제적 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가 10일 북한 당국이 외부 정보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외부 정보는 계속 북한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습니다.

이 보고서는 북한 당국이 언론과 정보에 관한 통제를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데다 오히려 외부 정보를 제공하려는 시도는 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결국 북한의 변화와 개방은 북한 주민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국경없는기자회'는 전망했습니다.

최근 목선을 타고 일본으로 탈출한 탈북자를 비롯해 많은 탈북자가 한국 드라마와 라디오 등을 접하고 외부 세계를 동경하다 탈북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자유를 향한 그리고 바깥세상에 대한 북한 주민의 욕구는 법과 단속으로도 막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의 초점>으로 시작합니다.

- 북한에서 미화로 1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부유층이 50만 명 이상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북한 부유층 가운데 약 2만 명은 지난 화폐개혁 당시 빈털터리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부 부유층의 몰락으로 이들의 자본에 의존하던 민간 경제활동도 큰 타격을 입었는데요, 그 후유증이 지금도 북한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 북한이 평양 인근의 화강암산을 개발해 만든 석조제품을 해외에 판매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미국의 석조 제조회사를 통해 북한산 화강암으로 만든 묘비를 미국으로 판매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신통치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10만 달러 이상 부유층 중 2만 명은 화폐개혁으로 몰락>

북한에서 미화로 1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부유층이 50만 명에 달한다고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가 지난 7일 밝혔습니다. 북한에서 현금자산으로 10만 달러나 10만 위안 또는 북한 돈 2천만 원 이상을 가진 사람을 부유층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만큼 북한에도 부자가 많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지난 2009년 실시한 화폐개혁으로 북한의 많은 자본가가 큰 타격을 입고 몰락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요, 그 수가 2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오늘은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을 연결해 관련 소식을 알아보겠습니다. 김준호 특파원!

[김준호 특파원] 네.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중국입니다.

북한에 미화로 10만 달러 이상을 가진 부유층이 50만 명 정도라는 주장이 있었는데요, 우선 이에 대한 북한 주민의 반응을 들어보셨다고요?

[김준호 특파원] 네, 북한에서 50만 명이 미화 10만 달러 이상을 가지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북한 주민의 의견을 들어보았는데요, 이에 동의하는 주민이 있는가 하면 좀 과장됐다고 말하는 북한 주민도 있습니다.

평양과 중국을 오가면서 변경 무역을 하는 평양 화교, 주 모 씨는 “북한이 전반적으로 가난한 나라이기는 해도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 10만 달러는 매우 많은 돈이 아니다, 그 정도 돈은 리당 비서만 몇 년 해도 모을 수 있는 돈이고, 실제로 50만 명은 더 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보도에서처럼 북한 부유층은 대체로 고위 간부나 외화벌이 또는 무역 종사자, 그리고 외국에 친척이 있는 주민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반면에 중국 단둥에서 북한을 오가며 광산물 무역을 하는 북한 출신 화교 장 모 씨는 “북한에 권력형 축재자가 많다고 해도 10만 달러 이상을 보유한 사람이 50만 명이라는 수치는 과장된 듯 보인다면서 많아야 10만 명은 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 밖의 북한 주민의 말을 들어봐도 뚜렷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50만 명이라는 수치가 '맞다', '맞지 않다'라고 단정 지어 말하는 것은 어려운데요, 하지만 북한에서 돈이 많은 사람은 주로 권력을 가진 사람, 다시 말해 권력형 축재자가 많다는 인식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또 '돈이 많은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큰돈을 모을 수 있느냐?'라는 이유에 관해서도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는데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권력을 이용해 이권 사업에 개입하거나 또는 뇌물을 받아 축재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해외 외화벌이 일꾼들이 국가와 관련된 무역 일을 하면서 거래대금 일부를 착복해서 축재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밖에도 아편이나 빙두 같은 마약 장사로 돈을 많이 번 사람, 변경지방에서 하는 밀수로 돈을 많이 번 사람도 있다는 등 다양한 얘기가 나오는데, 결국 북한에서 어느 것 하나 정상적으로 모은 돈이라는 얘긴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북한에 50만 명 이상이 10만 달러를 갖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미 2009년에 화폐개혁으로 약 2만 명 정도가 큰 타격을 입고 빈털터리가 됐다는 말도 있죠?

[김준호 특파원] 그렇습니다. 중국의 대북 사업가가 최근 북한의 핵심 경제 관료와 대화를 나눴는데요, 그의 말에 따르면 "지난 화폐개혁으로 타격을 입은 사람들은 대부분 일반 주민과 경제활동을 하던 민간인인데, 10만 달러 이상을 소유한 민간 자본가 중 약 2만 명이 타격을 입었고, 그 후유증이 아직도 북한의 민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북한의 민간 경제활동이라고 하면 장마당 중심의 시장 경제활동과 편법적인 소규모 기업 활동을 의미하고 이같은 경제활동은 자본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북한 자본가들의 몰락이 결국 이 자본으로 움직이던 경제활동을 단절시킨 거지요. 다시 말해 민간 자본가의 돈으로 국영 기업소의 이름을 빌려 식당이나 제조업을 하는 사람들은 자본가가 몰락하면서 같이 피해를 보거나 무너지게 된 겁니다.

서방 세계에서 한 기업이 망하면 그곳에서 일하던 임직원들은 물론 그 회사와 거래하던 다른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는 것과 같은 이치로 생각하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이들 자본가의 돈은 북한 주민의 경제활동에 윤활유 작용을 하는 원천인데 약 2만 명의 민간 자본가들이 몰락했다는 것은 북한 경제활동의 윤활유인 돈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얘기고 이는 곧 북한 일반 주민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민간 경제활동의 규모는 화폐개혁 이전보다 작은데요, 장마당 장사가 잘 안 된다는 얘기는 이를 말해주는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약 2만 명이 화폐개혁 당시 타격을 입었는데도 현재 50만 명이 1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갖고 있다는 건데요, 사람들은 당시 화폐개혁의 회오리를 어떻게 비켜갈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김준호 특파원] 화폐개혁 당시 타격을 입은 사람들은 경제활동을 활발히 하던 사람들입니다. 다시 말하면 장사와 같이 상업 활동을 활발히 하던 민간인들 즉 북한 화폐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인데요, 이에 반해 관료들이나 권력을 가진 북한의 엘리트들은 현금을 달러나 위안화 등 외화로 바꿔 보관하거나 돈을 해외에 유치해놓은 사람들이고요, 또 일부는 금으로 바꿔놨기 때문에 화폐개혁의 여파를 피해 갈 수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그들이 모아놓은 돈은 움직이는 돈이 아니라 숨어 있는 돈이기 때문에 화폐개혁의 충격이 미치지 못하는 안전지대에 놓여 있던 겁니다.

그래서 당시 화폐개혁에 놀란 일반 주민도 요즘은 돈만 생기면 모조리 달러나 위안화로 바꿔놓기도 하고요, 또 장사하는 사람 중에는 아예 위안화나 달러가 아니면 물건을 팔지 않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중국의 김준호 특파원이었습니다.

북한에서 10만 달러 이상을 소유한 부유층이 50만 명 이상이라고 밝힌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이인호 수석연구원은 북한 부유층의 규모와 관련해 고위 간부와 가족, 친척이 5만 명, 해외에 파견된 일꾼과 가족 등 10만 명, 미국과 일본, 중국에 연계된 북한 주민과 친척이 10만 명, 그리고 외화벌이 종사자와 그의 가족 등 20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습니다.

<북, 화강암 묘비 해외 판매 시도>

북한이 최근 외화벌이 수단으로 북한산 돌로 만든 묘비를 미국에 유통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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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북한산 화강암으로 제작해 해외 판매를 시도한 묘비

미국 뉴욕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뉴욕과 뉴저지 주에 있는 석조 제조회사를 통해 북한산 화강암으로 만든 묘비를 미국에 판매하려 했다고 1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는데요, 이미 시제품까지 만들어 미국 회사에 보여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북한 당국이 평양 인근에서 생산되는 화강암을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 판매하려 한 건데요, 평양 인근의 화강암산을 개발 중인 북한이 이에 대해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특히 이 사업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미국을 시작으로 해외에 화강암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현재 수만 달러 상당의 시제품을 만들어 놓은 뒤 수개 월 전부터 뉴욕 회사의 관계자와 접촉해 왔는데요, 물론 화강암의 원산지를 북한산으로 밝히지 않은 듯 보입니다.

또 미국 회사는 북한산 화강암으로 만든 제품에 만족감을 나타냈지만 이후 협상의 중간 단계에서 미국 측과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럼에도 북측은 화강암으로 만든 석조 제품의 해외 판로를 뚫기 위해 이를 계속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돌까지 수출하는 형편이지만 특별한 진전이 없어 이마저도 신통치 않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북한은 200여 개의 광물자원 중에 화강암을 비롯해 텅스텐, 마그네사이트 등 10개 광물에서 세계적인 매장량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