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 거룩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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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Silent Night, Holy Night / Mantovani Orchestra)

오늘은 예수의 탄생일인 크리스마스의 전날 밤, 사실은 자정이 지난 시간이라 크리스마스, 성탄절입니다만 보통은 날이 밝기 전 전날 밤을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말합니다.

전세계가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는 연인들, 가족들이 삼삼오오 단란한 시간을 갖습니다 거리에는 성탄절을 축하하는 온갖 화려한 불빛들과 장식들로 가득하죠.

그러나 여러분이 살고 계신 북한에는 기독교를 탄압하고 있어서 기독교의 중심인 예수님의 탄생에 대해 말만 해도 잡혀가겠죠.

크리스마스 이브, 성탄전야에 보내드리는 라디오문화마당-세상을 만나자 오늘은 여러분처럼 북한주민이었다가 자유를 찾아 남한으로 갔다가 다시 미국으로 와 저희 RFA, 자유아시아방송 기자로 함께 일하는 정 영 기자와 함께 정영기자가 북한, 남한. 그리고 미국에서 체험한 크리스마스와 명절 얘기로 함께 하겠습니다.

이장균 : 정영 기자 나와있는데요, 안녕하십니까?

정영 : 네 안녕하십니까?

이장균 : 우리가 흔히, 인공위성 사진으로 북한의 깜깜한 모습을 많이 보는데요, 남한은 환한 전기 불이 많아서 환한 반면에 북한 쪽을 보면 깜깜하지 않습니까? 크리스마스 이브 오늘 같은 밤은 전세계가 크리스마스가 되면 온갖 장식으로 환하고 화려한 불빛으로 장식이 되는데 북한에서는 아마 그런 분위기가 전혀 없는 세계에서 정말 유일무이한 캄캄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곳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북한에서는 아직도 생소한 말이죠? 크리스마스

정영 : 네 그렇습니다. 크리스마스다 그러면 보통 예수님이 탄생한 날, 이렇게 말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북한은 기독교가 금지된 나라기 때문에 북한주민들은 크리스마스 날이라는 걸 전혀 모르고 있고요, 크리스마스 전날이 바로 김정숙., 그러니까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생모의 생일이죠.

그래서 더군다나 크리스마스 날이 김정숙의 생일에 가리워져 가지고요 북한 주민들은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입니다. 제가 북한에서 크리스마스 날을 들었던 기억은 있는데요, 그 ‘이름 없는 영웅들’ 이라고 북한에서 유명한 전쟁영화가 있습니다.

거기에서 미국인들이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추면서 즐기는 모습이 나오는데 그때 크리스마스 캐럴송을 들어봤고요, 그래서 미국사람들이 즐기는 어떤 명절의 한 종류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장균 : 그러니까 종교적으로 예수님의 탄생일이고 이런 깊은 내용은 그 당시에는 몰랐겠군요

정영 :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것은 서양에서 쇠는 민속명절, 그 정도로만 알았지 예수님이 탄생한 날이다, 또는 그것이 세계적인, 국제적인 명절로서 모든 사람이 즐기는 그런 명절인 줄은 몰랐지요.

이장균 : 그렇군요, 본격적으로 크리스마스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남한에 와서인가요?

정영 : 그렇습니다. 제가 한국에 정착했다가 미국에 왔는데요, 한국에 정착했던 때가 2003년 11월이었습니다. 바로 한달 있다가 크리스마스를 쇠게 됐는데요, 그때 먼저 나온 탈북자 친구들, 그리고 남한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서 크리스마스를 쇘는데요, 바로 크리스마스 전날 그러니까 크리스마스 이브였죠. 그때 모여서 밤 세 시까지 놀면서 축하했던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 ‘메리 크리스마스!’ 이렇게 인사를 해요, 저야 모르죠. 그래서 ‘메리가 뭐고 크리스마스가 뭡니까?’ 물어봤더니 메리는 축하한다는 말이고 크리스마스는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기 때문에 인사말을 건넬 때 ‘메리 크리스마스’ 이렇게 얘기를 하고 파티에 어울리는..

그래서 그날 밤늦게까지 소주도 마시고 폭죽도 터뜨리면서 친구들과 아주 가깝게 어울렸는데 그때가 아마 제가 한국에 정착해서 가장 크게 쇘던 그런 명절 같습니다.

이장균 : 그렇군요, 남한에 정착하면서 크리스마스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는데요, 원래 뿌리는 기독교 아닙니까? 예수의 탄생을 함께 축하하고 즐거워하는 그런 것이 축제 분위기로 바뀐 것입니다만 북한은 전세계에서 가장 혹독하게 기독교를 탄압하는 나라로 그래서 크리스마스는 더욱 가려져 있는, 주민들에게는 오히려 알리지 않는 그런 날이 됐습니다만 아직도 북한에는 지하교인들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발각되면 처형되기도 하고 수용소로 끌려가기도 하는 그런 현실입니다만 그러나 정영 기자의 경우 남한에서도 살았고 또 지금은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종교의 자유, 자신이 어떤 신을 믿든지 그것을 보장해 주는 분위기를 직접 체험을 하셨을 텐데요, 어떻습니까 느낌이..

정영 : 북한이라는 속박된 그런 사회에서 뛰쳐나온 양 한 마리가 결국은 무리를 찾아가는 그런 안정감을 찾게 됐거든요. 그러면서 지금은 미국에 살면서 자연히 저도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이라든가 낭만이라든가 이런 것을 같이 만끽하는 그럼 마음인데요, 북한주민들을 생각하면 참 안쓰럽고.. 이렇게 평온하고 낭만적이 이런 명절을 왜 같이 공유하지 못할까 그런 아쉬움을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이 과연 언제면 우리와 같은, 세상 사람들과 똑같은 공감대를 가지고 크리스마스를 쇨 수 있을까 그런 바람을 가져보기도 합니다.

이장균 : 캐럴 한 곡 듣고 또 말씀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캐럴이라는 말도 북한에서는 전혀 들어보지 못한 말이죠?

정영 : 당연하죠.

이장균 :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그런 노래들을 캐럴이라고 하는데요.. 트윈 폴리오,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세 사람이죠. 은빛 종, 실버 벨입니다.

(음악 : 실버 벨 / 트윈 폴리오 )

이장균 : 네, 정영 기자와 함께하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 크리스마스, 성탄절에 관한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그리고 북한과 남한, 그리고 세계의 명절에 관한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정영 기자는 남한에서도 많은 명절을 보내고 미국에 와서도 추수감사절이다, 성탄절이다, 혹은 독립기념일이다.. 여러 가지 공휴일, 명절을 보내면서 북한과 남한, 미국 세 군데 명절을 다 겪어보셨기 때문에 많이 비교가 될 것 같습니다만 어떻습니까? 북한 주민들에게는 명절, 공휴일이 상당히 제한적이죠?

정영 : 그렇습니다. 4대명절이다 그러면 김일성, 김정일 생일 그리고 당창건 명절, 당창건절이죠, 그리고 공화국창건절이라고 9월9일 이렇게 쇠는 명절이 있는데 이게 한국에 나와서도 제가 느껴봤지만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개념 자체가 틀리거든요.

예를 들어 한국에서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하면 추석, 그리고 음력설 이렇게 꼽지 않습니까? 이건 뭐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민족 최대의 명절 중에서 가장 큰 명절 이렇게 되는데 북한은 민족 최대의 명절이 김일성,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 생일로 제한돼 있는데 이것은 북한을 창시한 사람이 바로 김일성이다, 그래서 민족의 최대 명절이 돼야 한다, 그런 정치적 색채가 많이 가미가 됐는데요, 북한주민들은 어려서부터 민족 최대의 명절은 최고지도자의 생일로 배워왔기 때문에 절대로 거역할 수가 없죠.

주민들은 민족 최대의 명절이 추석이다, 음력 설이다 그러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지는 반세기 동안에 주민들의 인식 자체를 완전히 바꾸어 놓은 그런 역사의 한 면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네 어릴 때부터 완전히 세뇌가 돼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는 부분도 있을 텐데요, 캐럴 한 곡 더 듣고 말씀 다시 나누겠습니다.

이장균 : 일반 가정에서는 풍족하지 않기 때문에 명절이 와도 풍성하게 차려놓고 먹기도 어려운 분위기일 텐데요

정영 : 네, 옳습니다. 미국이나 한국 보면요 예를 들어 제가 마트에 명절 때마다 가끔 가는 적이 있습니다. 카트에 물건을 싣고 나올 때 마다 느끼는 게 뭐냐면 야 나는.. 결혼식 상을 사가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에서는 명절이다 하면 최고 명절, 최고 지도자의 명절 때면 고기 1 kg, 못해도 500g은 받아가지고 가거든요. 그래서 고기 끓이고 고기 냄새 나는 날이 명절날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한국이나 미국에서 보면 마트마다 물건이 가득해서 항상 일년 열두 달 가면 고기, 과일, 채소가 넘쳐나기 때문에 오늘이 명절이라는 특별한 의미가 없습니다. 매일 명절이죠.

북한에서도 돈이 좀 있는 사람들과 일반 주민들이 느끼는 명절은 완전히 감성 자체가 틀린데요,

거기 보면 그래요, 돼지가 장화 신고 건너간 물, 고기 점은 없고 고깃물만 먹어도 명절을 쇘다.. 하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지만 돈 있는 사람들은 흥청망청 크게 쇠기 때문에

이장균 : 극히 일부 특권층이겠죠?

정영 : 그렇죠. 김정은 국방위원장, 아버지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보여주기 쪽으로 가더라고요. 그래서 창전아파트도 짓고 또 능라 물놀이장, 능라유원지 그리고 곱등어관, 미림승마구락부 이런 것들을 지으면서 보니까 외부세계와 전혀 짝지지 않는 그런 유희시설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이 과연 누굴까 보니까 평양에서도 핵심계층만 갈 수 있는, 평양이 외부에서 보기는 핵심군중이 사는 곳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평양에도 어려운 사람이 많습니다.

추운 엄동설한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난방이 돌지 않는 집에서 사는 사람들도 있고요, 당장 끼니를 끓일 수 없는 노동자, 농민 가정도 있고.. 그래서 평양의 특권층을 보면 한 20만 명 정도가 당과 군부 그리고 내각의 요직에 있는 사람들만 잘 사는 그런 한정된 사람들만 이용하지 않나.. 왜냐면 그 사람들이 이용하는 입장료가 노동자 한 달 월급, 또는 두 달 월급하고 맞먹거든요, 그걸 일반 주민들이.. 장사 못하는 주민들은 그런 이용료를 내고 입장할 수 없는 거죠.

이장균 : 크리스마스 이브, 성탄절 전야 정영 기자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1900년대 초의 평양 하면 당시에 동방의 예루살렘이라고 불릴 만큼 기독교 부흥운동이 거셌던 곳이었는데요, 김일성도 당시 교회에 다녔다는 얘기도 있고 집안이 모두 기독교 신자였다 잘 알려진 사실 아닙니까?

그런데 그 뒤에 기독교를 탄압하는 입장으로 바뀌어서 많은 기독교도들이 탄압을 피해서 남한으로 내려왔고 내려오지 못한 남아있는 기독교인들은 지하교인이 돼서 아직까지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는 얘길 들었습니다만 기독교를 탄압하는 그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도 그 신앙을 몰래 이어오고 있는 그분들이 지금 혹시 이 방송을 듣고 계신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는데요

온 세상은 떠들썩하게 축하하고 있는데 북한의 지하교인들은 몰래 숨어서 들킬까 봐 조마조마한 가운데 예수님 탄생을 축하해야 되는 비극적인 분위기가 이 밤에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분들에게 정영 기자가 위로의 말을 끝으로 한 마디 해주시겠습니까?

정영 : 이 밤에 몰래 이 방송을 듣고 계실 지하교인 여러분 앞으로 북한이 좀 변해서 우리 함께 같이 크리스마스, 성탄절을 같이 쇄 보는 그럼 바람을 가져보게 됩니다. 힘 내시고 마음 속으로나마 성탄의 기쁨, 크리스마스의 명절 분위기를 같이 나눴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이장균 : 네, 저는 아침에 직장에 출근하면서 워싱턴에서 가장 큰 한인교회의 목사님이 매일 아침 성경말씀을 전해드리는 시간을 갖고 있는데 라디오로 계속 듣고 있습니다.

성경말씀을 전하기 전에 꼭 기도를 하시는데 2천4백만 북한동포 여러분을 위한 기도를 하루도 쉬지 않고 하고 계십니다. 지금은 힘들지만 희망을 갖고 사시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거고, 남북한이 하루빨리 통일이 돼서 남북한이 모두 잘 살게 되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기도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시는데요 그 기도 시간에 저도 핸들을 잡고 함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전세계에서는 남한에서는 또 미국에서는 여러분을 위해서 눈물로 기도하는 분들이 참 많으시다는 것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바로 예수그리스도가 이 세상에 오신 뜻이기도 하고요 여러분이 간절한 희망을 갖고 계신다면 여러분의 소원은 반드시 이뤄지리라고 믿습니다.

성탄절이 밝아오는 새벽에 함께한 정영기자와 함께 한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끝으로 빈 소년합창단이 노래하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들으면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정영 기자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정영 : 네, 감사합니다.

(음악 : 고요한 밤 거룩한 밤 / 빈 소년합창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