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외정책방향, 주민생활 개선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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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1월 8일자 6면에 게재된 “주체조선의 확고 부동한 대외정책적 입장”이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에서 제시한 ‘대외분야 지침’을 좀더 구체화하여 북한 ‘대외정책의 기본 방향’을 밝힌 것입니다. 북한의 대외정책은 대내정책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지는 특징이 강하다는 점에서 대외 정책기조는 물론 대남정책의 한계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사라고 하겠습니다.

오중석: 최근 북한의 언론매체는 모든 정권 기관들과 주민들이 김정은의 신년사 독해와 학습, ‘신년사 관철’을 위한 군중대회 개최 등 신년사와 관련된 기사를 연일 쏟아내고 있습니다. 2018년 북한의 ‘대외정책 기본 방향’이 어떤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좀더 상세하게 짚어 주시죠?

이현웅: 네 이번 기사는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대외분야 지침’으로 제시한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는 우리 나라의 자주권을 존중하고 우리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모든 나라들과의 선린우호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며 정의롭고 평화로운 새 세계를 건설하기 위하여 적극 노력할 것입니다”를 대외정책의 ‘핵심 씨앗’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보여주는 몇 가지 내용적 특징을 찾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자주, 평화, 친선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일관된 대외정책 이념”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우리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모든 나라들과 선린우호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며”를 “평화로운 새 세계를 건설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 보다 앞세워, ‘친선’을 ‘평화’보다 더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중성의 변화는 지난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라는 ‘광란의 질주’로 인해 세계적으로 비난 받고 있는 ‘외톨이’ 처지에서 벗어나 보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둘째, ‘자주’를 “당과 공화국 정부의 대외정책을 관통하고 있는 근본 원칙”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류의 역사는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의 역사”라며 자주성을 극단적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주권이 존중되어야 평등하고 정의로운 국제관계가 수립되고 친선적으로 발전” 할 수 있으며, “외세에 의해 정치적 자주성을 잃게 되면 지배와 예속의 관계로 되고 만다”고 하여 ‘자주성의 개념’을 매우 폐쇄적이고 협소하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런 ‘개념적 낙후’는 사상적 지위와 역할이 이미 파탄 난 ‘주체사상’에 기인하는 것으로, 북한의 대외정책에 족쇄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셋째, ‘평화’는 “자주권 존중을 떠나서는 있을 수 없으며, 평화로운 새 세계 건설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 북한의 대외정책이라는 것입니다. 대외관계를 유지하는데 평화적인 방법을 채택한다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주장입니다. 이번 기사는 “오늘의 국제정세가 미국 제국주의반동세력들의 불공평한 세계를 근본적으로 뒤집어 엎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하여, 공격적이고 현상파괴적인 ‘대외 정세관’에 기초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북한은 불패의 사회주의 보루로서 미국 본토에 실제적인 핵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국가로 급 부상한 지금, 미국주도의 불공평한 국제질서가 밑뿌리 채 뒤흔들리고 있다”며 대미(對美) 강경정책이 계속 될 것임을 예고하였습니다.

넷째, 북한은 “정의롭고 평화로운 새 세계건설을 주도해나가는 선구자, 세계 혁명을 추동하는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나가는 것이 우리 공화국의 입장”이라고 밝혀 북한이 아직도 “사회주의 세계 혁명과 해방”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북한의 대외정책에서 이러한 ‘혁명과 해방’의 관점이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대외정책의 범주에 포함되는 ‘대남정책’에도 ‘혁명과 해방’의 관점이 그 기저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최근 대남 대화제의나 각종 회담에서 면밀한 대응이 요구되는 부분입니다.

오중석: 북한이 대외정책의 ‘실질적인 비중’을 “자주 → 친선 → 평화”의 순서로 차등을 두고 있는 데, 이런 비중의 우선순위 변화가 북한 주민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말씀해 주실까요?

이현웅: 네, 우선 북한의 대외정책 기조가 ‘냉전시대로 회귀’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북한의 대외정책은 원래 ‘조선혁명의 전국적 승리’ 즉 한반도 전체의 공산화를 위해 ‘국제혁명역량’과의 연대성을 강화하여 혁명에 유리한 대외환경을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1980년 10월에 개최한 제6차 조선노동당 대회에서 대외정책 이념을 “자주, 친선, 평화”로 정리하여 내놓았습니다. 그러다가 ‘냉전 종식’에 따라 1991년 5월 최고인민회의 9기 1차회의에서 “자주 → 평화 → 친선”으로 대외정책 이념의 우선순위를 바꾸었습니다. 북한이 대외정책 방향에서 ‘친선과 선린’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북한 핵 문제로 인해 한반도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신 냉전 기류’를 의식한데 따른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러한 냉전시대로의 회귀 조짐은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적으로 개선된 자유로운 삶을 열망하는 주민들의 희망을 ‘무 자르듯’ 잘라내 버린 격으로, 매우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선린’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미국과 그 추종세력” 들에 대해서는 “핵 무력을 보유한 핵 강국”의 입장에서 ‘세계 혁명과 자주성’ 실현을 위해 ‘적대적 관계’를 유지할 것임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의 대외정책 행보가 어떤 행태로 나타날지 좀더 구체적으로 전망해 주실까요?

이현웅: 네, 북한은 올해 ‘핵 보유국 지위’를 국제사회로부터 얻어 내기 위해 ‘북한 핵’에 두 가지 의미를 부여하는 대외행태를 보일 것입니다. 먼저 북한의 핵을 용납할 수 없는 미국과 동맹국 그리고 북한 제재에 동참한 국가들에 대해서는 ‘자주성 확보’라는 이름으로 유엔무대와 언론매체를 통해 ‘핵 선제타격과 핵 전쟁 불사’ 등 다각적인 ‘핵 위협’을 가하는 협박외교에 나설 것입니다.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도 감행할 것입니다. 다음은 북한 핵을 옹호하는 나라나 단체 및 추종세력들을 향해서는 ‘세계 혁명과 해방’이라는 구호를 앞세워 ‘정의의 핵, 평화의 핵’으로 날조하는 대외선전활동을 강화할 것입니다. 또한 북한 핵에 대한 지지세력 확대를 노린 회유행각과 함께 지지와 반대 양 세력 간 ‘진영 대결’로 핵 문제 성격을 전환시키려는 대외활동을 적극 전개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오중석: 북한은 아직도 대외정책방향을 “세계 혁명과 해방”의 관점에서 찾고 있는 데요, 북한이 체제 생존은 물론 북한 주민들의 참다운 삶을 위한다면 더 이상 ‘혁명과 해방’이라는 구시대적 패러다임에 갇혀 있어서는 안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위원님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