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10월 16일자 1면에 실린 "현 정세의 요구에 맞게 반미교양을 더욱 강화하자"라는 제목의 사설입니다. 이 사설은 반미교양을 누구에게 무슨 내용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 지 등을 매우 상세하게 제시하고 있으며 반미교양의 정의도 밝히고 있어, 현 시점에서 북한 김정은 집단이 북한 주민들에게 무엇을 의도하며 요구하고 있는지를 파악해볼 수 있는 사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오중석: 북한 조선노동당이 '반미교양'을 노동신문 '사설'로 다루고 있는 것은 최근 밀어붙이고 있는 '대미(對美)결전분위기 극대화'의 연장선상으로 보이는데요. 그 내용이 어떤 것들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시기 바랍니다.
이현웅: 네, 그렇습니다. 북한 노동신문도 '사설'을 다룰 때 시기성(時機性)과 계기성(契機性)을 고려하여 주제를 선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미 적대의식이 가장 고조시킬 필요가 있는 현시점이, 미국에 대한 적대적 교양을 하기에 최적의 시기라는 판단을 했을 것입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소개해 드리면,
첫째, 이 사설은 '반미교양'을 소위 '악의 제국'으로 규정한 미국과 싸워 승리할 수 있는 '사상적 무기'로 정의해놓고 있습니다. '반미교양'은 북한이 중단 없이 추구해야만 하는 '혁명'의 전도와 '조국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차대한 문제'라는 것입니다. 즉 '반미투쟁' 의지를 지닌 '인민'만이 제국주의자들과 비타협적으로 싸워 북한의 주권을 지키고 혁명을 줄기차게 전진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북한 체제존립과 발전의 기본 동력이 '인민들의 반미의식'과 '적개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밝힌 것으로 지구상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존립이유를 '인류의 평화와 번영 및 행복한 삶'에 두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둘째, 현 시기를 '반미교양의 강화 시점'으로 선택한 것은 '북한이 핵 강국과 세계적 군사대국으로 솟구쳐 오르자 미국이 그 위력 앞에 공포를 느끼고 북한을 말살하기 위해 한반도에 핵전략자산을 끌어들이고 유엔 제재를 조작해내는 '광기'를 부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한미동맹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북조치가 마치 '부도덕한 국제적 행위' 인양 매도하여 '핵무기 고도화'의 최종 관문을 어떻게든 뚫어보려는 억지주장이자 어설픈 술책에 불과한 것입니다.
셋째, '반미교양'의 대상을 '새 세대'로 삼고 교양의 도수를 높여 "복수의 칼, 멸적의 칼날을 서슬 푸르게 벼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반미교양의 중점대상을 '새 세대'로 설정한 이유는 이들이 북한의 주력으로 등장했으나 전쟁의 엄혹한 시련을 겪어 보지 못한 세대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북한 호전집단이 세대를 이어 젊은 세대에까지 '적개심'을 심어주기 위해 얼마나 비인간적인 책동을 부리고 있는지 아연할 따름입니다.
넷째, 이 사설은 반미교양의 내용에 대해서도 명확한 지침을 내리고 있는 데요. ①미제의 침략적, 약탈적 본성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깊이 인식시키고 ②미제의 야수적 본성은 세월이 흘러도 절대로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뼈에 쪼아박으며 ③미제와는 반드시 한 번은 싸워 결판을 내겠다는 멸적의 의지로 심장을 불태우게 하고 ④미제는 백수 십년 전부터 북한을 침략한 백 년 숙적이고, '조국해방전쟁시기에 인민을 무참히 학살하였으며, 북한 건설을 방해하고 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것 등에 대해,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생동감 있게 인식시키라는 것입니다.
이런 '반미교양' 지침내용은 사실과는 전혀 다른 허구에 기반한 것으로 북한이 현대사에서 저지른 6.25남침과 휴전 이후 4만여 회가 넘는 크고 작은 난폭한 도발을 숨긴 채, '북한은 선' 미국은 악'이라는 선악구조를 통해 북한 '새 세대'들의 의식을 철저하게 인위적으로 세뇌시키려는 독재정권의 불순한 의도가 개입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정권 출범 직후부터 지금까지 '반미교양' 활동을 쉼 없이, 날이 갈수록 그 강도와 표현을 더욱 거칠게 몰아 왔습니다. 이에 앞장서온 매체 중에 하나가 다름아닌 노동신문인데요, 노동신문이 이처럼 사생결단식으로 반미교양에 나서는 근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이현웅: 네, 원래 공산주의나 사회주의혁명가들은 그들이 혁명을 통해 건설하고자 하는 사회를 '필요에 따른 분배'가 이루어 지는 유토피아적인 '낙원'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 드려서 '인간세계'에서는 '불가능한 세상'을 꿈꾸고 있는 것이며, 이런 꿈의 목표가 크게 '잘못된 설계'라는 것은 공산주의 종주국인 소련과 동유럽공산국가들이 이미 25년여 전에 모두 몰락했다는 역사적 사실이 입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북한은 이미 사멸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떨쳐 버리지 못하고 '주체사상'이라는 '사이비 사회주의이데올로기'를 고안해내 주민들을 속여오다가, 다시 '선군 사상'을 거쳐, 지금은 '김일성-김정일주의'라는 '가부장주의'(paternalism)적이고 '유교(Confucianism)적이며 전체주의(totalitarianism)적인 독재적 특성을 모두 망라하고 있어 봉건왕조시대에나 있을 법한 통치이념으로 주민들을 강압하고 있습니다.
독재정치를 옹호하는 이런 잘못된 통치이념을 존속시킬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강력한 외부의 적'을 만들고 그 '적'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만드는 일입니다. 북한 독재정권은 '반미교양'이 멈추거나 사라지는 순간, 붕괴될 수 밖에 없는 숙명을 안고 있습니다. 북한 독재정권도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설에서도 "미국은 백 년 숙적"이며 "사상에는 공백이 있을 수 없으므로 도시와 산골, 막장과 포전 그 어디서나 반제반미의식을 심어야 한다"고 강요하고 나섰습니다.
오중석: 북한 독재집단이 노동신문 사설을 통해 반미 계급교양 강화를 강력하게 주문하고 나선 배경은 무엇이며 이로 인한 파장이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시는지요?
이현웅: 네, 청취자 여러분들께서도 모두 아시는 바와 같이 북한은 지난 한 달여간 의도적으로 '전쟁' 직전의 '전쟁상태'를 만들었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미국에 대한 대적관을 최상의 '날 선 대적 투쟁의지'로 벼르기 위해 북한 내 최고 권위지인 노동신문의 사설로 '반미교양' 강화 지침을 내렸습니다. 이런 최고조의 전시상황에서 북한 독재정권이 반미교양을 통해 얻고자 하는 핵심은 적(敵)을 '죽일 것'과 적(敵)과 싸우다 '죽을 것'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당분간 북한 주민들은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이중적인 살상 의지'를 각오해야만 하는 수준의 '강도 높은 사상교육'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중석: 북한정권 입장에서는 '새 세대에 대한 반미교양과 대적관 주입'이 체제유지를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겠지만 북한 젊은이들도 이제는 전쟁과 독재의 공포로부터 진정으로 해방되는 길이 과연 무엇인가 고민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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