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11월 19일자 6면에 실린 "아시아무대에서 조명된 깡패두목의 흉상을 발가본다"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11월 5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한국, 중국, 필리핀 등 주요 아시아 국가 순방과 정상외교를 비난 일색으로 매도하는 글로서, 북한의 국제질서와 정상외교에 관한 기본 인식과 태도가 얼마나 왜곡되고 편협한지를 잘 들어내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중석: 오늘날 국제사회는 '인류의 평화와 번영 발전'이라는 공동목표를 내걸고, 지구촌에서의 전쟁과 기아, 불평등 문제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순방외교도 이런 측면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는데요, 북한이 미국 대통령의 정상외교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어떤 평가를 하고 있는지 좀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시죠.
이현웅: 네, 각 국 정상들이 펼치는 정상외교는 자국과 지구촌이 당면해 있는 갈등과 대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의 최고지도자들이 직접 만나 방향과 방법을 모색함은 물론 이에 부합하는 '새로운 국제 질서'를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긍정적인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함에도 북한은 이번 노동신문 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외교를 세 가지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매도하고 있는 데요,
첫째, '북한 핵 폐기를 노린 무분별한 대조선 압살행각'이라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한국에서 납치자 문제와 북한 핵 위협을 거론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대북제재조치'를 이끌어냈으며, 중국에서는 '좋은 친구'임을 부각시켜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북에 압력을 행사할 '베이징의 담보'를 받아냈고, 월남과 필리핀에서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미래가 북한의 핵 인질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로 아시아지역 나라들을 대북제재와 압박에 깊숙이 끌어들였다고 비난했습니다.
둘째, '미국의 배를 채우기 위한 강탈행각'이라고 매도했습니다. 미국은 빚이 20조달러에 달해 사실상 국가파산 상태에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여러 정책실패로 사상최악으로 떨어진 지지율에서 벗어나야 하는 상황에서, 일본과 한국을 협박하고 중국을 달래어 수천억 달러의 투자를 받아내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날뛰었다며 터무니 없는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셋째,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노린 교활한 행각'이라는 것입니다. 미국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순방은 '아시아 판 나토 구축'을 노린 "인도-태평양전략"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이 지역에서 미국이 패권적 지위를 고수하려는 것으로, 아시아에 군비경쟁을 촉발시켜 새로운 냉전의 불길을 몰아오는 위험천만한 기도이며 아시아태평양, 그리고 세계 평화와 안전까지 위태롭게 만드는 망동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이 이처럼 미국의 정상외교를 부정적인 시각에서 접근하여 비난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는 저의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이현웅: 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인권을 특징으로 하는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데서 그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특정시대의 국제질서는 어느 한두 나라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당 시대의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 타당한 가치와 이상이 가장 잘 구현되고 있는 지역과 세력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구축됩니다.
예를 들어 냉전시대에는 '보편 타당한 가치와 이상'을 개인의 자유와 시장경제에서 찾는 '자본주의' 진영과 이를 평등과 집단주의에서 찾는 '사회주의' 진영 둘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 말을 기점으로 사회주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이상을 실현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이 증명되어 소련과 동유럽의 사회주의 국가들은 사회주의이념을 전격적으로 폐기하고 말았습니다. 이에 따라 아직 까지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이상을 실현해 줄 수 있는 이념은 비록 일부 문제점이 없지 않지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질서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구 소련과 동유럽은 물론 중국과 베트남 등 사회주의 국가들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를 받아들이고 상호협력과 선의의 경쟁을 통해 스스로를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지난 11월 8일과 9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 간의 정상회담도 이런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정상외교는 이처럼 국제사회의 바람직한 발전을 위해 각국 정상들이 전개하는 외교적 노력의 산물입니다.
오중석: 북한이 '지구촌 공동체'의 일원임을 자각하고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을 위해 자기 몫을 다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세계질서에 대해 어떤 인식과 태도를 갖는 것이 올바른 선택인지 진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현웅: 네, 먼저 북한은 소위 사회주의 종주국에서 조차 용도 폐기된 '사회주의'에 대한 야망'을 버리는 용단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이미 북한체제는 '진정한 사회주의'가 아닙니다. 사회주의의 핵심은 계획경제와 소유의 집단화입니다. 그러나 주민배급제도는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기를 거치면서 완전 붕괴되었습니다. 대신 장마당에서 개인별로 장사를 해서 먹고 사는 방식으로 인민경제의 작동방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더 이상 북한 당국은 이런 경제구조를 '우리식 사회주의'라며 주민들을 속이는 사기행각을 중단해야 할 것입니다.
다음은, 현재의 국제질서에 대한 당위성과 보편성을 인정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려는 태도를 견지해야 할 것입니다. '핵무기보유' 하나로 현재의 한반도 질서와 현상을 타파하거나 변경시킬 수 있다는 북한의 전략적 사고는 물리적 능력과 지도력에서 국제사회의 거센 반대의 장벽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현 국제질서의 틀에서 해묵은 막무가내 식 '벼랑 끝 전술' 하나로 국제사회와의 힘겨루기에서 목적을 달성한다는 것은 불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봉건적인 '세습독재'를 폐기해야 합니다. 북한의 세습독재는 '유훈 통치'로 이어지고, '유훈 통치'에 매달리는 한 과거의 잘못에서 벗어날 길이 없으므로 북한의 정상적인 발전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보편적 세계질서를 모순 없이 수용하고 상호작용을 통해 경제발전과 주민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보다 '유연한 정치체제'를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 오중석: 북한이 미국 대통령과 아시아 주요국 정상간의 정상외교를 왜곡하고 난폭하게 매도하는 것은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완전 고립되어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행동이라고 생각됩니다. 북한은 인류보편의 가치를 추구하는 국제질서 파괴와 군사적 긴장고조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닫힌 문을 열고 국제무대로 나와 '지구촌의 평화와 번영'을 만들어 나가는 일에 적극 참여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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