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대통령 탄핵, 아전인수식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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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 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이현주입니다.

이현주: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이현주: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이번 주에는 남한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한 기사인데요, 북한 노동신문은 한국의 대통령탄핵과 관련하여 시기적으로 세 가지 보도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째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 이전에는 탄핵을 지지하는 측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인용 보도하거나 촛불집회 사실을 전달하는 데 집중하였습니다.

둘째는 대통령 탄핵인용 직후로, 탄핵인용 사실과 탄핵결과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보도하고 있는데, 3월 11일자에 탄핵사실을 간략하게 보도하였고, 3월 12일자 4면에 "역사의 심판은 엄정하며"로 시작하는 기사와 3월 14일자 5면에 "제 갈 길을 간 세기적 악녀의 비극적 종말을 평함" 제목의 기사는 대표적인 논평기사로 볼 수 있습니다.

셋째는 3월 15일부터는 탄핵 이후 정국의 정세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대남 투쟁지침 제시에 주력하는 보도경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현주: 이 기사들이 다루고 있는 내용부터 소개해 주실 까요?

이현웅: 네, 먼저 탄핵결과에 대한 논평기사를 살펴보면, 대통령이 탄핵을 받게 된 이유와 원인을 북한 특유의 아전인수 식으로 분석하고 있는데요, 대통령의 탄핵원인이 남북관계를 전면파괴하고 흡수통일에 매진하는 등 동족대결의 죄와 민족의 존엄과 이익을 외세에 바치는 사대매국의 악행을 저질렀고, 사상최악의 실업률 기록 등 경제를 빈사상태로 전락시켰으며, 개인적으로 권력중독과 냉혈적 통치기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엉뚱한 평가하고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反공화국 심리전 모략방송과 삐라를 살포하여 최고 존엄을 모독하고, 적대적 분위기를 고조시켰으며, 외세와 야합하여 사상최대의 북침전쟁연습을 전개한 것이 탄핵이유라는 것입니다. 둘째 2015년 8월에 지뢰폭발사건을 구실로 일촉즉발의 위기를 조성하고, 개성공업지구 전면폐쇄, 북한인권법 제정, 북한식당종업원 납치 등으로 남북관계를 파탄시킨 대가라는 것입니다. 셋째는 전시작전통제권반환 연기, 사드배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등 친미친일매국행위 등이 탄핵원인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대다수 국민들은 정부의 안보정책과 대북정책에 대해서 대단히 높은 점수를 주고 있을 뿐 아니라, 이번 탄핵원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인 사치와 방탕, 유전적인 권력집착증, 대를 이은 권력과 부의 독점 추구 등 인신공격적인 평가도 함께 내리고 있습니다.

한편 탄핵 이후 시기를 '새로운 투쟁 단계'로 설정하고, 대남 투쟁지침으로 검찰의 수사와 구속, 세월호참사와 통합진보당 해산 전모 규명, 총리와 각 부처 장관 심판, 남북관계개선을 통한 자주, 민주, 통일 세상 실현 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현주: 북한은 왜 이러한 아전인수 식의 억지 평가를 하고 있나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이 제시하고 있는 탄핵이유들은 헌법재판소에서 내린 이유와 사뭇 동떨어진 엉뚱한 내용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이런 억지평가에는 몇 가지 그럴 만한 이유와 사정이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하나는 탄핵정국에서 모아진 대정부 투쟁열기를 친북혁명투쟁으로 연결시켜보려는 대남전략상의 목적에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노동신문이 '탄핵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사안들은 북한이 대남 전략과 선전선동차원에서 주장해온 기존내용들과 똑같기 때문입니다. 즉, 탄핵정국에서 고조된 투쟁분위기를 반미투쟁과 통일투쟁으로 발전시켜 이른바 '민중'주도의 친북정권 수립 기반을 구축해보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보도 기사 중 "민중이 주인되는 새 사회 건설, 단결의 힘으로 통일의 새봄을 안아오자, 남북관계 개선으로 자주 민주 통일 세상 건설" 등의 투쟁구호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한국의 탄핵여파가 북한 김정은에게 미칠 수 있는 파장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의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남용,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위반 등입니다. 이런 기준으로 김정은의 통치행태를 평가할 경우, 지도자의 위치에서 벌써 제외되었을 것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미리 노동신문의 당적 권위를 앞세워 '억지평가'를 내림으로써 북한 주민들이 통치자에 대해 법적, 정치적, 정책적 측면에서 논리적이며 합리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여지를 아예 차단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셋째는 북한이 남한의 고도로 민주화된 정치체제를 평가한다는 것은 '구석기문화' 구조와 논리로, 청동기와 철기시대의 문화를 해석하고 평가하려는 격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뒤쳐진 자신들의 정치사회적 척도로는 세계적 수준의 매우 높은 법적, 정치도덕적 가치와 판단기준을 가지고 있는 남한의 정치, 사법적 문제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한계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현주: 그렇게 한다고 해서 남한 대통령의 탄핵 여파가 북한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을까요?

이현웅: 네, 완전한 차단은 불가능 할 것입니다. 노동신문에서 서둘러 탄핵원인을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 원인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대북정책이나 외교정책, 안보정책의 잘못 때문이라고 못박고 나온 사실이 이를 반증하고 있습니다. 또한 탄핵사실이 이미 사실보도 형식으로 북한 전역에 알려진 상황에서 당과 체제보위기관들은 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에 들어갔을 것입니다. 그러한 징후들이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탄핵 그 이튿날 노동신문은 1면에 '김정은 동지'를 목숨으로 사수하자는 사진을 싣는 등 '영도자' 결사옹위를 주장하는 기사를 대대적으로 부각하고 있고요, 김정은의 평양시내 려명거리 공사현장 현지지도 사실과 웅대한 살림집 모습을 칼라사진으로 수록하여 김정은이 인민생활 향상에 주력하고 있음을 강조해 나서고 있습니다. 아울러 주민사상교육의 중요성을 계속 설파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대내 선전선동과 사상교육이라는 방법이 통용되지 않을 경우, 사회 전역에서 테러와 공개처형이라는 공포정치를 지속 강화해 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현주: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유는 권한 남용과 사익 추구 지원 혐의 그 과정에서 법 위배 행위였습니다. 국민이 주인인 국가에서는 최고 지도자도 투표를 통해서 선출하고, 그 지도자가 잘못을 저지를 경우엔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권좌에서 내려앉칠 수 있는 힘도 주권자인 국민이 갖고 있습니다. 이게 북한의 독재체제와는 근본적인 차이라는 점,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사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노동신문 다시보기> 지금까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