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영토완정 시도는 자멸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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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12월 18일자 6면에 게재된 “천하제일의 명장을 모시여 최후승리는 확정적이다“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김정은의 이번 백두산 등정을 ‘핵을 보유한 세계 제일강국으로서 최후승리를 안아오기 위해 천출명장의 확고한 의지를 과시한 역사적 대사변’이라며 백두산 등정이 갖고 있는 의미를 부풀리는 한편, 원수들이 “김정은의 천지를 진감하는 백두뇌성”이 무엇일지에 대해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다고 과장하면서 조국통일위업은 반드시 실현되고 조미대결의 최후승리는 확정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의 이번 백두산 등정을 두고 ‘국가핵무력완성’을 자축하는 동시에 앞으로 ‘실질적인 핵무기 보유국’으로서 새로운 구상을 가다듬기 위해 단행한 ‘역사적 대사변’이라고 요란하게 선전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김정은의 백두산 등정을 어떻게 선전하고 있는지 관련 내용을 좀 더 상세하게 짚어 주시죠?

이현웅: 네, 이번 노동신문 기사는 김정은의 ‘백두산 등정행각’과 관련해 북한 대내(對內), 대미(對美), 대남(對南)차원의 의미를 적고 있는 데요,

첫째, 대내적으로, 김정은 대해 “천재적인 예지와 과학적 통찰력, 불면 불휴의 애국헌신으로 공화국을 주체의 핵 강국, 세계적인 군사대국으로 일 떠 세운 절세의 애국자, 만고의 영웅”이라고 칭송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수소탄과 대륙간 탄도 로케트를 보유한 군사강국을 이룩함으로써 북한의 만년토대를 마련하는 업적중의 업적을 달성했다는 것입니다.

둘째, 미국을 향해서는 “적대세력들이 방대한 핵전략자산을 동원해 대북제재압살에 나서고 있지만 핵과 로케트 강국으로 솟구쳐 오른 북한을 어떤 힘으로도 막을 수 없고 제재가 강화될수록 종국적 파멸을 맞게 될 것이며 조미대결의 최후승리는 확정적이라는 근거없는 선전선동을 되풀이 했습니다.

셋째, 한국에 대해서는 핵무기의 힘으로 “나라의 주권과 영토완정을 수호”하고, 주체의 혁명위업인 “조국통일위업은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며 대남 적화의지를 다시 천명했습니다.

오중석: 김정은은 정권 공식출범(2012.4) 이후 5회에 걸쳐 백두산을 등정했습니다. ①2013년 11월과 ②2014년 11월 ③2015년 4월과 ④2016년 11월에 이어 ⑤2017년 12월 2일에서 8일까지 ‘백두산 등정행각’을 이어 갔습니다. 이번에 다시 백두산에 오른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네, 김정은은 중대한 대내외 의사결정을 앞두고 측근들을 대동하여 백두산을 찾는 행태를 보여왔습니다. 김정은 방식의 독재정치 의식(ritual)이라고 볼 수 있는 데요,

첫째, 소위 ‘국가핵무력완성’ 을 김정은의 최대 ‘정치적 업적’으로 둔갑시켜 김정은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데 있습니다. 더 나아가 핵무기개발을 ‘김씨 일가’의 ‘영원한 왕국 만들기’에 이용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백두산은 “김일성의 항일빨치산 투쟁과 김정일이 태어난 성지”로 주민들에게 의식화 되어 있으며 ‘김씨 가문’을 신성화하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북한 중앙통신도 김정은 백두산 등정과 관련해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장군봉 마루에서 핵 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을 빛나게 실현한 격동의 나날들을 감회 깊이 회억”한데 이어 “백두 성산을 혁명전통교양의 거점으로 꾸리기 위한 강령적인 과업들을 제시하다”고 보도(12.10)한 바 있습니다. 사실 백두산과 김씨 가문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김일성의 빨치산 투쟁은 대부분이 허구이며 김정일은 백두산이 아니라 소련 땅 하바로프스크 인근 브야츠크에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둘째,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임’을 기정사실화 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구상의 필요성에 따라 백두산 등정행각을 벌렸을 것입니다. 북한은 정부성명을 통해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였지만 과학 기술적으로 ‘완벽한 핵 무력완성’이 실현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미완의 ‘핵 무력 완성 상태’에서 전 방위적으로 옥죄어 오는 대북제재로 인해 ‘경제건설과 핵 무력 건설’이라는 ‘병진노선’이 실패할 경우, 김정은 정권 몰락 가능성 등 닥쳐올 심각한 타격을 깊이 숙고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셋째, 미국 등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예방, 선제 타격’가능성을 염두에 둔 김정은의 도피훈련 일환일 수 있습니다. 이런 평가를 가능케 하는 몇 가지 정황이 있는 데요. 먼저, 김정은의 이번 백두산 등정행각이 북∙중 국경선에 인접해 있는 만포에서 시작하여 삼지연을 거쳐 백두산에 올랐다는 것입니다. 이번 백두산 등정의 지리적 코스(과정)가 유사시 해외도피와 장기 지하 은신이 가능한 장소로 짜여졌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북한이 언론에 공개한 김정은의 백두산 등정사진을 봤을 때, 신발이나 옷차림이 눈으로 덮인 백두산 정상의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김정은의 백두산 등정일정이 한∙미 양국이 공군전략자산을 총 동원하여 대대적인 연합훈련을 전개한 시기와 겹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중석: 백두산 등정 절차를 마친 김정은이 조만간 ‘국가핵무력완성’과 ‘실질적인 핵보유국’이란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새로운 ‘위협전략’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김정은이 어떤 구상을 하고 선언할지, 이에 대한 전망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현웅: 네, 이번 노동신문 기사 내용을 깊이 있게 분석해 보면, 앞으로 전개될 김정은의 구상을 다음 세 가지로 압축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조선노동당’ 또는 ‘김정은’ 명의의 ‘국가핵무력완성’이나 ‘핵강국’ 선언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선언은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점을 기정 사실화 하여, 한반도정세 주도권을 북한이 쥐고 있다는 자기 확신을 강화하고 핵 보유국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구체화하는 노력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둘째, 미국에 대해 ‘대미(對美) 결사전(戰)’ 선포’와 함께 ‘핵 보유국 인정’을 조건으로 한 대화와 접촉을 촉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가 지속되고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정례화 됐으며, 미국의 본토 핵 전략자산들이 일본에 집중되고 있는 만큼, 북한으로써는 ‘위장 평화공세’를 통해 ‘군사적 위협’을 차단해야 할 필요성이 절박해지고 있습니다. 북∙미평화협정과 주한미군철수를 전제로 한 대화제의도 되풀이 될 것입니다.

셋째, 한국에 대한 ‘적화 위협 수위’를 높이고 북한과의 민족공조를 강요하는 대남제안을 추진할 것입니다. 북한은 지난 11월 29일 정부성명에서 ‘화성-15형‘발사성공에 대해 “영토완정의 수호”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반복보도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사는 한술 더 떠 ‘백두의 담력과 배짱을 지닌 천하제일명장이 있어 조국통일위업은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며 적화의지를 스스럼없이 드러냈습니다.

오중석: 김정은 정권이 어떤 구상을 선언하든 그들의 자유지만, 만약 영토완정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대남 도발을 감행한다면 이는 자멸을 선택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안보통일연구회 이현웅 연구위원이었습니다. 이 위원님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