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박성우: 이현웅 연구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박성우: ‘노동신문 다시보기’ 첫 번째 시간입니다. 위원님, 이제 매주 한 번씩 이 시간에 북한에 계시는 우리 청취자들을 찾아뵙게 되는 데요. 사실 북한 주민들도 노동신문을 다 보지는 않는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위원님께서는 지난 20여 년간 노동신문을 거의 다 읽으신 거잖아요. 이유가 뭔지, 우리 청취자들께 먼저 설명을 좀 해주시죠.
이현웅: 네, 안녕하십니까. 청취자 여러분. 저는 한반도 안보 현안과 통일문제를 학술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안보통일연구회’ 연구위원 이현웅입니다. 제가 노동신문을 읽는 이유를 궁금해하셨는데요. 그럴 만한 두 가지 계기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정부부처에서 일할 때 북한 신년사 등 북한 문헌을 파악해 정리하는 일을 하면서 노동신문을 읽게 되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대학원에서 통일정책을 전공하면서 북한의 대남 통일전략과 전술 등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의 필요성과 연구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노동신문을 읽게 되었습니다.
박성우: ‘노동신문 다시 보기’ 이 시간에는 어떤 내용을 다루실 건가요?
이현웅: 노동신문은 조선노동당의 노선과 정책을 대내외에 선전하고, 북한 전체 주민들이 노선과 정책을 충실하게 따르고 일심 단결하여 이행할 것을 선동하며, 당에서 제시한 과업을 조직하고 북한 통치 이데올로기로 주민을 교화하는 교조적인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조선노동당의 주요 노선과 정책에 관한 선전선동 기사 내용과 통치이념 및 사상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다루려고 합니다. 북한 지도부의 속내와 속살을 드려다 볼 수 있는 기회와 장이 될 것입니다. 이와 함께, 통상적으로 노동신문 5면과 6면에 싣고 있는 대남 전략전술과 관련된 기사를 살펴보려 합니다.
박성우: “북한 지도부의 속내와 속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셨는데요. 오늘 첫 시간입니다. 어떤 기사를 다뤄 볼까요?
이현웅: 지난 1월 1일부터 오늘까지 노동신문을 다 봤습니다. 대부분 기사가 올해 당 노선과 정책을 반영하고 있는 신년사 내용을 분야별로 상세히 해설하거나 선전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기사들은 김정은의 지난해 업적 찬양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분량도 방대해 매우 식상하고 진부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이 같은 대내 선전선동 기사들과는 달리 북한의 2017년도 대남전략과 전술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사가 있었는데, 1월 1일 자 5면에 실린 ‘반제민족민주전선(반제민전) 중앙위’ 명의의 “민족의 최고 영도자이시며 조국통일의 구성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 삼가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박성우: 어떤 내용인가요?
이현웅: 북한이 이른바 “남조선 민중들이 남조선의 사회주의 혁명을 위해 스스로 결성하여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제민전’이 새해를 맞이하여 김정은에게 인사를 전하고 2017년도에 전개할 총적 투쟁목표와 방향을 제시하는 내용입니다.
이 기사는 서울에 있다는 반제민전 중앙위원회가 김정은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아시는 바와 같이 반제민전은 북한의 대남공작부서인 통일전선부 소속으로 대남혁명을 위한 위장 전위조직입니다. 반제민전의 역할은 남한 내 친북 혁명세력들의 투쟁활동을 지도하는 것입니다.
이번 기사를 통해 남한 내 친북 혁명세력들에게 지령한 구체적인 대남 투쟁목표는 세 가지로 정리되는 데요. 첫째는 “김정은의 절세 위인상을 각 계층 민중 속에 깊이 심어주어 경향각지에서 김정은 숭배 열풍이 세차게 휘몰아치게 하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김정은의 정치 지도력에 대한 우상화를 본격화하라는 것이지요. 둘째는 “7.4공동성명 45돌, 10.4선언 10돌을 맞아 주체적인 조국통일 노선과 방침의 철저한 관철 투쟁을 전개하라”는 것입니다. 이 역시 제7차 당 대회와 올해 신년사에서 강조한 내용으로 “거족적인 통일운동을 불러일으키라”는 통일투쟁 방향을 제시한 것입니다. 셋째는 대중의식화와 조직화에 박차를 가하여 “변혁운동과 조국통일운동의 주체역량을 백방으로 강화하라”는 것으로 적화혁명과 통일을 위한 주체세력을 광범위하게 육성하여 확보하고 조직화하라는 것입니다.
예년과는 다른 특이한 내용으로 “사회의 자주화”와 “새 정치, 새 제도, 새 사회를 기어이 안아오겠다”는 각오가 있는데, 이것은 ‘반미 자주화 투쟁’을 사회 각 분야에 확산, 심도 있게 전개하고 올해 남한의 대선을 계기로 ‘북한이 원하는 세력’들이 정권을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반제민전 중앙위원회가 서울에 있는 조직인 것처럼 기사화됐다고 이야기하셨는데요. 북한에 계시는 우리 청취자들을 위해서 좀 더 설명을 해 주시죠. 반제민전 중앙위는 어떤 조직인가요?
이현웅: 반제민전 중앙위는 북한이 남한 내에 실재하고 있는 양 선전하고 있는 위장 혁명전위조직입니다. 북한이 남한 내 사회주의 혁명투쟁을 고무시키고 혁명투쟁에 자신감을 갖고 투쟁에 나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대남공작 차원의 거짓 주장입니다. 따라서 반제민전 중앙위가 서울에 있다는 주장은 북한 대남공작 지도부와 이들의 지령을 따르고 있는 극소수의 남한 내 친북 혁명세력들의 억지에 불과하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박성우: 북한의 노동신문 독자들에게 이런 기사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현웅: 북한의 일반 독자들은 극소수 지도층과는 달리 대외정보를 철저하게 통제받고 있기 때문에 서울에 반제민전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고 김정은을 “영도자”로 흠모하며 목숨 바쳐 투쟁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런 기사가 노동신문 독자들에게 노리는 것은 남한 사회에 대한 동경을 차단하고 북한 체제의 우월성과 정당성을 주입시키며 대남 적화통일 의지를 고취 시키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 당국의 의도와는 달리 실시간대로 남한 사회의 소식을 접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상당수는 이러한 기사에 대해 회의를 갖고 있을 것이며 앞으로 그 수는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박성우: 달리 말하자면, 북한 주민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라디오 방송을 포함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신속하게 제공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지적을 하신 건데요. 바로 그 맥락에서 이현웅 위원과 함께 노동신문의 행간을 제대로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위원님, 참여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 이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