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성절 보도, 주민들 맹목적 충성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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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박성우: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박성우: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보실 건가요?

이현웅: 북한의 명절인 2월 16일 ‘광명성절’에 관한 기사를 준비하였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난 1월부터 김정일의 출생을 기념하는 ‘광명성절’ 관련 기사를 계속 게재해 왔습니다. 올해 75돌을 맞는 김정일 생일을 앞두고 분위기를 띄우는 기사들이 지속적으로 실린 건데요. 그중에서 북한이 광명성절 행사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를 가장 잘 드러낸 기사는 지난 2월 8일자 5면에 실린 “광명성절 경축 얼음조각 축전 ‘영원히 한 길을 가리라’ 성황리에 개막”이라는 기사입니다.

박성우: 제목이 참 길군요. 어떤 내용인가요?

이현웅: 지난 2월 6일 북한군 216사단 618건설여단 인민보안성연대 소속 돌격대원들이 ‘김정일 고향’ 삼지연군에서 광명성절을 기념하기 위해 ‘수십일간’의 ‘얼음조각 창작 전투’를 벌려 1200여점의 얼음조각을 만들었으며, 이 얼음조각 전시 행사에 “영원히 한 길을 가리라”라는 제목을 달아 ‘광명성절 얼음축전’으로 개막했다는 내용입니다.

이 기사는 <선군의 길>, <조국 해방을 위하여>, <백두산 호랑이> 등의 소제목을 달고 전시된 작품들이 김정일의 이른바 혁명생애와 불멸의 업적, 정력적인 영도에 의한 북한의 핵 강국 및 군사강국 부상, 반제반미 대결전에서의 승리, 항일 혁명투사들의 불굴의 모습 등을 ‘잘 형상화하고 있다’고 선전하였습니다.

박성우: 올초부터 노동신문은 광명성절 관련 기사를 자주 보도했다고 지적하셨는데요. 북한정권이 이런 기사를 통해서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이현웅: 북측 당국은 서예축전, 영화축전, 요리기술 경연대회, 우표전시회, 김정일화 축전 등의 광명성절 행사에 북한 전역의 모든 기관과 단체가 참가하고 해외 친선국가 및 단체도 빠짐없이 참여한다는 점을 부각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최근 1개월간 노동신문은 사실여부와는 관계없이 “광명성절 경축 준비위원회 여러 나라에서 결성” 제하로 된 기사와 해외 각 나라에서 광명성절을 기념하는 행사 및 모임들이 계속 되고 있다는 기사를 일주일에 2~3건씩 게재하였습니다.

이처럼 북한 정권 전체 차원에서 행사를 주도하는 광명성절은 주민들에게 명절 휴식과 재충전의 계기를 주려는 것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이보다는 광명성절 행사를 통해 사회주의적 집단주의를 강화하고 세습독재 정권의 토대를 영속적으로 다지는데 그 의미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광명성절과 관련된 기사들은 김정일의 업적에 관한 내용을 넘어 김일성의 업적과 김정은의 치적을 동시에 다루면서 ‘김씨 일가’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결론을 맺고 있습니다.

이번 얼음조각축전 기사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김정은 정권이 올해 광명성절 행사를 계기로 얻고자 하는 바는 김정일에 대한 대대적인 영웅화를 통해 ‘혈통 계승성’을 은연중 강조함으로써 김정은에게 부족한 권력 정통성을 공고히 하고, 핵무기 개발로 인해 옥죄어 오고 있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항일혁명 투쟁방식’으로 목숨 걸고 싸워 극복해내며, 각 분야에 주어진 과제는 얼음조각을 만든 돌격대원들처럼 ‘만리마 정신’과 높은 ‘사상 예술성’을 발휘하여 완수함으로써 김정은 체제를 굳게 수호하자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좀 더 설명해 주시죠. 광명성절은 북한 체제에 어떤 의미가 있나요? 그리고 북한 주민들은 광명성절을 어떻게 받아들인다고 보시나요?

이현웅: 북한의 대내외 선전 문건에 의하면, 북한은 광복 직후 ‘반제 반봉건 민주주의 혁명’을 신속하게 실행에 옮겼습니다. 그리하여 조선왕조와 일제 강점기의 봉건적인 사회적 제도와 악습을 철저히 폐지했다고 말합니다.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사회주의 혁명을 완수함으로써 자본주의 사회보다 훨씬 우월한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였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북한은 지금 특정 개인을 신격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봉건적 잔재’를 되살리는 일입니다. 북측이 지금껏 주장해온 혁명 완수를 부정하는 행위인 것이죠. 또한 사회주의 ‘정체성’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엄청난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정 개인과 가문의 우상화를 골격으로 하는 ‘광명성절 행사’를 성대하게 개최하는 것은 ‘사회주의 혁명과 건설’을 후퇴시키는 것이지요.

북한 주민들은 ‘마음 내키지 않는 각종 광명성절 축전행사에 어쩔 수 없이 내몰리고 있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많은 선물을 받느냐’에 관심이 있을 뿐 광명성절이 빨리 지나가길 바란다고 합니다. 수많은 광명성절 행사 책임자들도 ‘정치적 행사로 변질된 광명성절’과 수많은 행사장 동원 및 참가로 인해 명절임에도 쉬지 못한다며 ‘보이지 않는 불평’들을 하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박성우: 북한의 광명성절 행사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이현웅: 북측은 김정일의 백두산 출생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백두밀영’과 ‘귀틀집’, ‘정일봉’ 주변 행사를 강조합니다. 김정일과 김정은을 ‘민족의 성산’을 빌려 신격화하려는 것이죠. 김정일이 소련 땅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온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지금이라도 김정은은 김정일의 백두산 출생이 거짓임을 북한주민에게 고백하고 대대적인 가문의 우상화에 들어가는 노력과 자원을 주민들을 위해 활용하며 각종 행사에 짓눌린 주민들의 고된 삶을 평안한 일상으로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북한에 계시는 우리 청취자들은 김정일이 1942년생이고 백두밀영에서 태어났다고 배우셨죠. 하지만 소련 공산당 공식 문서 등을 연구한 학자들은 김정일이 1941년 2월 16일 소비에트 연방의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우수리스크 근교에서 ‘유리 이르세노비치 킴’이라는 이름으로 출생했다고 설명합니다. 아마 누구 말이 맞는지 헛갈리실 텐데요. 바깥세상에서 파악하고 있는 김씨일가에 대한 정보는 북측 당국이 가르치는 내용과는 많이 다르다는 점을 아실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노동신문 다시 보기’, 지금까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