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승리 주장, 역사적 궤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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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이현주입니다.

이현주: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이현주: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노동신문 3월 25일자 1면에 수록된 “우리 식 사회주의의 승리는 과학이다” 라는 제목의 ‘노동신문’과 당 정책이론지 ‘근로자’의 공동논설입니다. 이 장문의 공동논설은 크게 세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체사상에 기초하고 있는 북한의 이른바 ‘인민대중중심의 사회주의’는 과학이기 때문에 승리하는 것은 역사적 필연이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강한 압박과 제재로 현재 겪고 있는 엄혹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을 간직하고 제국주의의 압제에 전 군민이 일심단결하여 맞서, 김정은을 결사옹위하며 사회주의 수호를 위해 총력전에 나서야만 한다는 주장을 펼칩니다.

이현주: 요즘 노동신문에서 사회주의 수호, 옹호 이런 주장을 특히 자주 접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공동논설은 유독 장문인 것 같습니다. 내용을 좀 더 짚어보죠.

이현웅: 네, 이 공동논설은 서두에서 세계 진보적 인류도 자기들의 진로를 북한에서 찾고 있으며 북한은 불세출의 위인들 즉 김일성과 김정일을 높이 모셨기 때문에 과학적 토대 위에 확고히 서있다는 자가당착적이면서도 황당한 궤변으로 시작합니다.

단락별로 좀더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 보겠습니다.

첫째 단락에서는 북한 사회주의가 과학인 이유를 밝히는데 중점을 두고 있는데, “사회주의의 과학성을 규정하는 기준과 척도는 인민대중에 대한 올바른 관점과 입장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북한은 동서고금에 있어본 적이 없는 “인민중시, 인민존중, 인민사랑”이라는 인민대중 중심의 사회주의라는 점에 그 과학성이 있고, 또한 북한 ‘우리 식 사회주의’를 떠받치는 3대 기둥으로 “일심단결, 핵무력, 자강력”이 확고하게 담보되어 있어 그 생명력은 영원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핵무기 고도화에 모든 자원을 집중하고 있고, 이에 따른 후과는 고스란히 인민들의 시련과 고난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민을 중시하고 존중하며 사랑하는 주체의 인민관이 구현되었다는 선전은 조선노동당의 허울뿐인 주장에 불과하다 할 것입니다.

둘째 단락에서는 북한 우리식 사회주의의 “과학성과 진리성, 필승불패성”은 당과 수령의 영도에 의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수령님들의 선견지명 있는 사상이론과 김정은이 제7차 노동당대회에서 행한 총화 보고 즉 ‘휘황한 설계도’, ‘승리의 작전도’가 있어 혁명과 건설의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며, 김씨 가문의 우상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핵보유국으로서의 전략적 지위를 높인 김정은이란 천하제일명장을 모신 것은 자손만대의 행운 중의 행운이라며 김정은 영도와 업적을 찬양하는 내용으로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셋째 단락에서는 사회주의가 과학이지만 인민대중이 그것을 절대불변의 신념으로 간직하고, 집단주의를 철저히 구현해나가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이현주: 이번 사설은 노동신문, 근로자의 공동 논설 형태인데요. 자주 볼 수 없는 형식이죠?

이현웅: 노동신문과 근로자의 공동논설이 나온 것은 2002년 이후 15년 만입니다. 현시점에서 북한이 이런 공동논설을 보도하고 있는 이유가 중요할 것입니다.

북한은 1970년대부터 심화된 사회주의체제 모순을 개혁과 개방이라는 합리적 처방을 통해 해결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력갱생과 세습독재라는 폐쇄적인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또 이를 합리화 하기 위해 미국과 남한으로부터의 위협을 과대 포장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이를 명분으로 독재정치를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연명해왔습니다.

이러한 생존방식의 근저에는 김씨 일가의 대를 이은 권력 장악과 독재 정치를 유지하기 위한 권력욕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통치 6년째를 이어가고 있지만 북한주민들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는 핵무기개발 진전 외에 안보와 외교, 경제, 남북관계 등 모든 분야에서 난맥상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은 이번 공동논설에서도 적나라하게 실토하고 있습니다.

대내외 일각에서 인정하고 있는 김정은의 신속한 권력 장악과 그 상대적 안정성도 숙청과 처형을 핵심수단으로 하는 공포통치의 결과이지, 북한주민들의 자발적 동의와 협조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연속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김정남 암살 등에 따른 거센 후폭풍도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난제들이 코앞에 닥쳐오고 있음에도 대외적으로 확고한 우군이 보이지 않는 김정은 입장에서는 주민의 사상결속을 통한 정권유지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현주: 앞으로 더 힘들어질 상황에서 주민들을 결속해 보자는 의지라는 설명이시군요. 이번 공동 논설의 제목은 “사회주의는 과학이며 그 승리도 과학이다”입니다. 이 위원님, 인민들 사이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질까요?

이현웅: “또 김정일의 정책을 재탕하는 것 아니냐”라는 반응이 맨 처음 나오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이번 공동논설이 던지는 메시지는 김정일이 소련과 동구공산권이 몰락하는 모습을 목도하고 난 후, 북한 정권이 어떤 방향으로 나갈 것인가 밝힌2가지 문헌들의 메시지와 내용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그 하나는 1991년 5월 5일 발표한 “인민대중중심의 우리 식 사회주의는 필승불패이다” 제하의 김정일 담화이고, 다른 하나는 1994년 11월 1일자 김정일 논문 “사회주의는 과학이다” 입니다. 이번 공동논설의 제목도 이 두 건의 문헌 제목을 짜깁기 한 모양새를 띠고 있고요, 내용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식 사회주의, 주체사상을 구현한 인민대중중심의 사회주의, 집단주의, 일심단결” 등의 주장은 김정일의 1991년 담화내용과 같으며, “사회주의는 과학성으로 인해 결국 승리할 것”이고 “영도자가 있어 사회주의가 수호될 수 있다”는 주장은 김정일의 “사회주의는 과학이다” 논문의 메시지와 같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새로운 비젼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이번 공동논설은 김정은 정권의 이념적 창조력의 한계와 난국을 타개하는 정책적 처방 능력의 부재를 드러내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면서도 오직 ‘사상적 단결’과 허리띠는 졸라매는 인내만이 문제해결의 열쇠인양 선전하고 이를 일방적으로 강권하고 있어, 주민들의 김정은 정권에 대한 피로감만 누적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정권에 대한 불안감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하겠습니다.

이현주: 논설에서는 북한은 동서금에 있어본 적 없는 “인민중시, 인민존중, 인민사랑”이라는 인민대중 중심의 사회주의라는 점에 그 과학성이 있다… 이렇게 쓰고 있는데요. 청취자 여러분, 어느 정도 동의하십니까? 여러분의 답변을 오늘의 방송의 맺음말로 대신하겠습니다.

‘노동신문 다시 보기’, 지금까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