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박성우: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박성우: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오늘 다룰 기사는 4월 1일자 노동신문 1면에 실린 “뜻 깊은 태양절을 높은 정치적 열의와 빛나는 노력적 성과로 맞이하자”라는 사설입니다. 여기서 태양절은 1912년 4월 15일 김일성의 출생을 기념하는 북한의 ‘민족최대명절’을 일컫는 말로, 김일성 사망 3년상을 마친 1997년 7월 8일 김정일 정권이 김일성 신격화 차원에서 생일을 격상시킨 공식 명칭입니다. 이 사설은 4월 15일 김일성 출생 105돌을 보름 여 앞두고, 당원과 군대 및 전체 인민들에게 김일성에 대한 우상화 활동 지침을 제시하고, 태양절을 빛내기 위해 사회 각 생산 분야에서 전민 총 돌격전을 전개하여 최대의 성과를 내야 하며, 수령의 대를 이은 김정은에게 충성을 다하고, 올해 태양절 행사가 주체조선의 일심단결을 과시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이 사설에 대략 4가지 내용이 담겨 있다는 건데요.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이현웅: 태양절을 계기로 북한 전 주민에 대한 지침을 총망라했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첫째는 김일성과 김씨 일가 우상화에 관한 내용입니다. 우선 김일성에 대해서는 “영생불멸의 주체사상을 창시하고, 사회주의 국가를 수립한 걸출한 수령이자 희세의 정치원로”라고 치켜세우면서, 김일성과 함께 김정일도 영원한 수령과 태양으로 받들고,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유일지도사상 및 영원한 지도 지침으로 삼아 온 사회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 하기 위한 투쟁에 나서며, 금수산 태양궁전을 주체의 최고 성지로 꾸리고, 김일성과 김정일의 업적을 이어가기 위해 “자주와 선군, 사회주의”의 길로 매진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태양절의 의의를 더욱 부각시키고 “대정치축전”으로 맞이 하기 위해 혁명과 건설에서 큰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으로, 평양을 선군 문화의 중심지로 만들고, 인민경제 부분에서 증산과 창조투쟁을 진행하여 계획을 초과하는 성과를 태양절 전에 내며, 노동당 7차대회에서 펼친 웅대한 설계도에 따라 전민 총 돌격전을 힘차게 벌여나갈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셋째는 김정은의 사상과 의도를 절대성, 무조건성의 정신으로 결사관철하고, 혁명대오들을 영도자의 뜻과 의지대로 숨쉬고 사고하며 움직이는 사상적 순결체로 다져서 사상 관철전 및 당 정책 옹위전을 힘있게 벌여 김정은의 구상을 현실로 꽃피워 나가자고 독려하고 있습니다.
넷째는 각종 태양절 행사를 통해 대외에 ‘우리식 사회주의’의 우월성과 불패성을 보여주기 위해 당의 두리에 한마음으로 뭉쳐 모든 생산단위에서 애국적 헌신성을 발휘하고 인민이 행복하다는 것을 온 세상에 과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구체적인 지침들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수령과 원수의 업적을 체득하기 위한 ‘사상교양사업’을 공격적으로 전개해야 한다며 사상교육의 중요성을 빼놓지 않고 있습니다.
박성우: 이번 태양절 관련 노동신문 사설의 내용을 놓고 볼 때 김정은 정권이 가장 중시하고 있는 대내외 정책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이현웅: 우선 대내적으로는 김정은 정권의 안정적인 존속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할 것입니다. 원래 태양절은 김일성의 출생을 기념하는 북한의 ‘민족최대명절’이기 때문에 김일성에 대한 우상화와 신격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사설은 김정일의 업적도 함께 부각시키고 있으며 김정은에 대한 충성과 결사옹위 및 당 정책 관철, 북한체제의 최종 목적 등을 더욱 비중 있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의 김정은 정권을 중심으로 일심 단결할 것을 거듭거듭 강조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핵능력 고도화 정책을 변함없이 추진할 것이라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습니다. 사설 내용 중에 평양을 ‘선군 문화의 중심지’로 꾸리자는 주장이나 한반도 전체를 뜻하는 ‘온 사회’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 하기 위한 투쟁을 펼치고 수령의 유훈을 철저히 관철하라는 지침은 핵 무력 보유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과제들이기 때문입니다.
박성우: 태양절은 쉽게 말하자면 ‘김일성 생일’이죠. 북한 정권은 지난 1962년 김일성의 50회 생일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무려 55년에 걸쳐서 ‘최고지도자’의 생일잔치를 전국 규모로 거창하게 치르면서 김씨 일가의 우상화와 신격화에 매진하고 있는 건데요. 그간 태양절 행사에 동원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은 입장에서 볼 때, 과연 태양절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는지요?
이현웅: 네, 북한 정권은 지난해 노동당 7차대회를 전후로 한 70일 전투와 200일 전투, 지난 2월 광명성절 행사를 추진하면서 주민들의 고혈을 남김없이 짜냈습니다. 매년 2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2개월 동안 밤낮없이 이어지는 각종 행사 준비, 사적지 보수와 청소, 사회 전분야에서 이루어지는 생산목표 초과달성 채찍질 등으로 주민들의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합니다.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충성을 끊임없이 요구받는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이제 ‘태양’이 구름에 완전히 가려져 보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클 것으로 생각됩니다.
‘김일성이 태양으로 태어났다’는 혹세무민의 거짓 선전에 근거한 ‘태양절’ 신화는 더 이상 주민들의 신망을 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반 백 년이 넘게 김일성 출생일을 기념해오면서 김씨 일가의 우상화는 갈수록 도를 넘어 현대 사회에서는 이해될 수 없는 ‘국조탄생 신화’의 조작 행태로 치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일성과 김씨 일가를 하늘 높이 띄우는 ‘우상화’ 작업은 주민을 ‘신민화’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는 김일성이 만들었다는 주체사상에 위배됩니다. 원래 주체철학은 그 핵심가치를 ‘김씨 일가’가 아닌 ‘인민대중’에게 두고 있었다는 점을 북한 지도부는 다시 한번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무슨 말인지 잘 알겠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태양이 구름에 완전히 가려서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셨는데요. 그간 태양절 행사 준비하느라 시달렸을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 볼 땐, 차마 입 밖으로 그 말을 할 순 없겠지만, 분명 마음속으론 그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노동신문 다시 보기’, 지금까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