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 ‘핵무기 신기루’에 도취된 청맹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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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박성우: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박성우: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오늘은 노동신문 5월 15일자 1, 2, 3면에 걸쳐 실린 “주체적 핵 강국 건설사에 특기할 위대한 사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살펴볼 텐데요. 이 기사는 지난 5월 14일 김정은이 북한의 지상대지상 중장거리미사일 ‘화성-12형’ 시험발사를 현지 지도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화성-12형’ 미사일 발사 장면과 현지 참여자들의 모습을 다각도로 담은 사진을 대량 수록함으로써 ‘중장거리미사일 시험의 성공’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자축하는 하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핵무력 고도화의 마지막 관문인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얼마나 혈안이 되어 있고, 통치세력 모두가 이른바 ‘핵무기 신기루’에 도취되어 청맹과니가 되어가고 있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는 기사입니다.

박성우: 요즘 북한이 매주 미사일을 쏘고 있어서 국제사회가 주시하고 있는데요. 시의성 있는 주제인 것 같습니다.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이현웅: 네, 이 기사는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를 ‘로케트’ 시험발사라고 적어 국제사회의 비난에 대응하기 위한 언술적 기교를 부리면서도 김정은이 “미제”와의 대결을 끝장내고 최후 승리의 통장훈을 부를 핵 공격수단인 전략무기개발 사업을 “직접 구상하였다”고 밝혀 김정은의 미사일 개발에 대한 의지와 집착이 얼마나 강고한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려는 목적이 미국을 겨냥한 것임을 분명하게 보여줬습니다.

이어서 이번에 시험한 미사일이 “새로운 목표”를 갖고 “주체적 입장에서 우리 실정에 맞게 새롭게 착상하고 연구 완성한 새 형의 중장거리 전략 로케트”이며 “창조적 전투”의 결과라고 주장했습니다. 지금까지 개발해온 것과는 다른 차원의 미사일이라는 점을 강조한 거죠.

또한 이 기사는 ‘화성-12형’ 시험발사의 성공 근거로 “대형중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중장거리 전략로케트의 전술 기술적 제원과 기술적 특성들을 확증”하였고 “로케트 발동기의 믿음성이 실제적인 비행 환경 조건에서 재확인되었다"고 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근거에 구색을 맞추어 또 하나의 새로운 “완벽한 무기체계”를 갖추게 되었다면서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가 성공적이었다고 자체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미사일 시험 성공은 “김정은의 과학적 예지와 걸출한 영도”, “새로운 무기체계 개발의 중요성과 전략적 의의를 밝혀준 귀중한 가르침”에 따른 것이라며 성공 결과를 ‘김정은 업적 쌓기’와 ‘통치력 공고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성공에는 과학자들이 “영도자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일심단결 사상으로 혼연일체가 되어 결사관철 하려는 노력”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여 다른 부문에서도 이번 미사일 개발에 성과를 낸 과학자들처럼 김정은에게 충성을 다 할 것을 간접적으로 촉구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주변국과 국제사회를 의식해 이번 시험발사 성공으로 “미국의 핵 공갈위협에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며 북한 미사일 개발의 ‘미국 책임론’을 앞 세우고 있으며, 국방과학 기술의 높은 경지를 보여줌으로써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게 되었다”는 아전인수격의 독선적 평가를 덧붙이고 있습니다.

박성우: ‘아전인수’라는 표현을 사용하셨는데요. 자기 논에만 물을 댄다는 뜻이죠. 자신에게 이롭게 되도록 해석한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사자성어입니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주장이 전형적인 아전인수격 해석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관련해서 질문을 하나 더 드리죠. 노동신문이 미사일 시험 결과를 대대적으로, 아전인수격으로 선전하고 나선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이현웅: 네, 우선은 미국 새 행정부 출범 초기와 한국 정권교체기의 유동적인 ‘객관적 정세’의 취약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핵무력 고도화를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핵무기 개발 의지를 국제사회와 관련 국가들에게 다시 한번 확인시켜 핵무기 보유국의 지위를 확보하려는 데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대북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는 ‘강한 반발’의 신호를 보내고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치를 낮추려는 의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대내적으로는 북한 주민들에게 ‘핵무기만 있으면 만사가 해결된다’는 식의 ‘핵무기 신기루’를 덧씌워 김정은 정권의 핵개발 독주에 대한 시비와 비판을 차단하고 핵무력 고도화를 김정은식 정치 방식으로 정형화하여 독재정권의 토대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데 있다 할 것입니다. 특히 2016년 5월 6일에서 9일까지 개최한 조선 노동당 제7차 대회 1주년을 기해 “핵 경제 병진노선 채택이 옳았다”는 점을 부각하여 김정은이 선견지명이 있는 통치자라는 점을 홍보하는 계기로 삼아 주민들의 충성과 지지를 이끌어 내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북한 지도부는 연이은 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이런 생각도 듭니다. 북한이 현재의 군사력을 믿고 미국 등을 상대로 실제로 도발했다간 뼈도 못 추릴 상황이 올 수 있을 텐데, 너무 자만한 것 아니냐는 거죠. 위원님은 어찌 보시는지요?

이현웅: 네, 사실은 이번 노동신문 기사의 행간을 잘 살펴보면, 미사일 시험발사 결과에 대한 대대적인 선전과는 달리 ‘미사일 개발의 최종 목표를 이룩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라는 느낌을 풍기는 표현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에 대응하여 “보복수단을 쓸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는 불명확한 확신, “이룩한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계속 박차를 가하라”는 노력강구 독촉, “핵 타격수단에 필요한 시험준비를 더욱 다그치라”는 개발성과 강요 등을 산발적으로 노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표현들은 이번 시험발사 결과만으로는 북한의 미사일 수준이 질과 양적으로 미국의 핵무기 체계를 대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단계에 있다는 것을 토로한 것이며, 핵무력 고도화의 목표 실현이 의지와는 달리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을 의무적으로 탐독해온 북한 주민들은 이런 기사의 행간을 충분히 간파하였을 것입니다. 또한 본 기사가 ‘핵무기 환상’에 빠진 김정은 세습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피로감과 중압감을 도외시한 채 김정은 지도력 강화를 앞세우는 데 급급하고 있어 주민에 대한 선전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우: 노동신문은 행간을 잘 읽어야 한다는 점, 우리 청취자들도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노동신문 다시 보기’, 지금까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